성인이 될 수 없기에, 성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일까? 그런 뜻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될 수 없다-라는 말만 하고 마는 것은, “그러니까 짐승처럼 행동해도 어쩔 수 없”다란 말인가? 라는 반론을 바로 제기 받게 된다.
“짐승 같은 인간”이 있기에 사형제도는 합리화되고, 그 제도를 악용해서 벌어졌던 “합법을 가장한 살인”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짐승같은 인간이라도 용서하자-는 위선적으로 보이기에 역겨워지는 것일까.
역사의 시각, 그것도 왕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역사의 귀퉁이에 사람을 끼워넣으면, 사람 목숨 하나 따위야 별 것이 아닌 일이 되고 만다. 역사는 시뮬레이션 처럼 보이고, 어차피 인간의 역사는, 곳곳에 광기와 살육의 현장을 배치해 놓고 있으니까. 우리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죽어나가는 병사들을 오로지 ‘병력의 숫자’로만 인식하는 것처럼.
…그래서, 사형제도는 정당하고, 어차피 판결의 오류는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고, 사형제도가 존재함으로써 가져올 가치가 더 크다면…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형 제도가 그대로 있다면, 뭐가 더 좋아지는 것일까.
머릿속으로 드는 고민과 환멸들.
사법제도에 구속되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를, 그 어쩔수 없는 막막함에 대한 공포. 그리고 어찌되었건, 그래도 살아있다와 살아있지 않다의 차이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때의 막막함.
…차라리 소통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