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고파서 빵을 한조각 훔친 아이…. 의 진실」글을 쓰면서 걱정했던 것은, 이런 왜곡된 사실 전달 때문에 ‘어린이 학대’가 오히려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애 알고봤더니 사기극이래, 멀쩡하데, 돈 벌려고 꾸민 거래-“라고 사람들이 화젯거리로 삼고, 거기서 잊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렇지만, 그 이야기에서도 분명한 것은, 아이가 사기극에 동원되었고, 자신의 몸을 사기극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동정을 가짜로 자아냈든 아니든 상관없이.
…윌리엄과 메리(주:1688년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로)가 즉위하고 10년 동안에 범죄 발생률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미친 듯한 격정에 끌려’ 저질러지는 폭력 범죄가 범람하자 이례적으로 잔인한 법률이 법률 전서에 추가되었다. 5실링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훔치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이었다. 물건을 사는 척 하다가 훔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우, 범죄자는 대부분이 어린 여자아이들이었으므로, 여자 아이의 처형은 흔한 일이었다.
…진(Gin)을 파는 술집이 늘어남에 따라 애들이 방치되고 학대받는 경우도 증가하여 … 치안판사였던 존 필딩은 열두 살짜리 애가 매독이라는 ‘불결한 병으로 반쯤 썩어 버린’ 예를 증언하기도 했다. 애들은 소매치기를 강요 당했으며, 대부분의 애들은 손수건 하나를 훔쳤다는 사소한 죄로 교수형을 받았다. … 연민의 정은 흔히 볼 수 없는 귀중한 감정이었다.
– 콜린 윌슨, 살인의 철학, p72~73
세상이 어지러울 때, 항상 제일 먼저 고통받는 것은 여자와 아이들과 소수자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힘과 권력이 있는 자가 ‘남자’였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 폭력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가 2003년 9월 18일 제네바에서 발표한 ‘선진국의 아동학대 사망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7개국에서 조차도 매년 15살 이하 어린이 3500여명이 육체적 학대 또는 무관심으로 숨져 간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전쟁 지역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는 짐작하기도 힘들다. 인도에서는 1억, 중국에서는 약 4천만명의 기아 어린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7년 3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제임스 모리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하루 1만 8000명의 어린이들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다. 매일 저녁을 굶는 8억 5000만명 가운데 절반이 어린이들이다.
…런던 사람들의 범죄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람은 헨리 필딩이었다. 그는 1747년 치안판사가 되었다. 필딩은 “왜 뛰어난 경찰력을 조직하여 범죄를 사전에 억제하려고 하지 않는가?“하는 단순하고 명백한 문제를 제기한 첫 번째 인물이었다.
… (그 시대에) 필딩 같이 정직하고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는 6년 동안 (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 투쟁을 벌이다 죽었다. 그러나 그는 보우 가에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유능한 경찰대의 핵심을 조직해 놓았다.
…’보우 가의 수사관’은 그 유능성 때문에 유명했다. 1785년 새 수상 피트는 헨리 필딩의 최종적 승리를 의미하는 경찰에 관한 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1800년까지 런던에 9개의 경찰서가 설치되었다. 그때서야 1세기에 걸친 범죄 증가의 경향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 콜린 윌슨, 살인의 철학, p105~106
이런 얘기를 듣고나면, 그래서 어쩌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유니세프에 후원금 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 내 대답은, “그러자”다.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러자-라고. (… 그러면서도 나 역시, 아직 유니세프 후원자가 아니다.).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지금 당장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움직이면, 언젠가는 반드시 바뀐다. 무엇인가를 하면, 언젠가는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