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멍청한 기술 예측 15선

기술 세계에는 온갖 말이 넘칩니다. 특히 이게 될 것이다 아니다, 미래를 지나치게 단언하는 사람이 많죠. 혁신을 너무 믿는 사람도 있고, 혁신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게 다 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라 그렇습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믿어야 투자도 하고, 못 믿어야(?) 투자도 안 할거 아닙니까.

그런 세계에서 가려 뽑은, 제가 가려 뽑은 게 아니라 카네기 파운더리의 CEO Robert Szczerba가 뽑은, 최악의 기술 예측 15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사실 웹서핑하다 포브스(링크)에 올라온 기사를 봤는데, 한번 번역해서 정리해두면 좋겠더라고요. 번역은 대충 의역. 밑에 해설은 제가 붙였습니다.

1876: “미국인들은 전화가 필요할 겁니다. 근데 우린 아녜요. 메신저 소년이 잔뜩 있거든요 The Americans have need of the telephone, but we do not. We have plenty of messenger boys.” — William Preece, British Post Office.

메신저 소년(또는 전보 소년?)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던 소년들을 말합니다. 아동 노동이었죠. 위 사진과는 달리, 실제로는 주 7일 하루 17시간을 일했습니다. 소년 가장도 많았고요.

예상과는 달리 전화가 발명된 이후에도 전보 소년은 더 많이 활약했다고 합니다. 당시 전화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특정 장소에 전화 걸어 메시지를 남기면, 소년들이 전달했다고. 사실 기술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인력이 커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1876: “진지하게 전화를 통신 수단으로 고려하기엔, 단점이 너무 많아요 This ‘telephone’ has too many shortcomings to be seriously considered as a means of communication.” — William Orton, President of Western Union.

지금 들으면 황당한 소리 같지만, 1876년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해입니다(…). 전화기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요. 컴퓨터가 만들어진 해에 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라면, 우리라고 다를 것 같진 않아요.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진화 과정과 함께 생각해야 하기에,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1889: “교류(AC)로 장난 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아무도 그걸 쓰지 않을 거예요. Fooling around with alternating current (AC) is just a waste of time. Nobody will use it, ever.” — Thomas Edison

에디슨이 왜 이랬는 지는, 전에 적은 ‘전류 전쟁 짧은 역사(링크)‘를 봐주세요. 테슬라랑 에디슨이랑 대판 싸우고 있을 때였거든요. 역사의 승자는, 교류 시스템입니다. 교류가 승리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가 쓰는 전기 시스템은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끔찍했겠죠(?)- 라고, 저도 멍청한 기술 예측을 해봅니(…).

1903: “말은 사라지지 않아요. 하지만 자동차는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죠. The horse is here to stay but the automobile is only a novelty – a fad.” — President of the Michigan Savings Bank advising Henry Ford’s lawyer, Horace Rackham, not to invest in the Ford Motor Company.

저 때는 자동차 산업 도입 초기입니다. 증기 자동차(…)와 가솔린차, 전기차 등이 함께 개발되던 시대며, 아직 표준화랄까, 그런 것이 이뤄지지 않던 기술 개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1903년은 포드 자동차가 태어난 해죠. 최초의 보급형 자동차 ‘모델 T’가 태어난 것이 1908년이었습니다.

당시 차량은 비싸고 고장이 잘 나는, 일종의 사치품이었으니까… 뭐, 저런 조언을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만, 사실 엄청 팔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거리에 자동차가 꽤 많았거든요. 거의 엔진이 끄는 마차 취급 받긴 했지만.

1921: “무선 뮤직 박스가 상업적 가치가 있다고 상상할 수 없네요, 누가 받는 대상이 없는 메시지에 돈 내려고 하겠어요? The wireless music box has no imaginable commercial value. Who would pay for a message sent to no one in particular?”

저기서 무선 뮤직 박스는, 예, 라디오입니다. 위 사진이 1921년에 만들어진 라디오고요. 당시 처음으로 민간인에게 개인용 라디오를 보급하기 시작했던 무렵입니다. 영국 BBC 라디오 방송이 1922년에 시작됐으니, 진짜 초기죠. 그리고 이때 이후에, 지금의 미디어 산업을 사실상 존재하게 만든, 방송용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nobody가 everybody가 됐다는 말입니다.

1946: “텔레비전은 첫 6개월 정도만 팔릴 겁니다. 사람들은 매일 밤 합판 상자를 쳐다보는 것에 금방 질릴 거에요 Television won’t be able to hold on to any market it captures after the first six months. People will soon get tired of staring at a plywood box every night.” — Darryl Zanuck, 20th Century Fox.

진짜 모든 해괴망측한 예측은, 그 제품이 판매된(…) 해에 이뤄지는 군요. 예, 1946년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다음 해죠. 전쟁 기간 억압(?) 받았던 TV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편 해이기도 합니다. 1950년대부터는 주류 미디어가 됐죠. 너무 많이 봐서(?) 바보 상자란 별명을 얻기도 했고요. 광고를 보는 대신 콘텐츠를 무료로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의 힘은, 정말 정말 대단하거든요.

그래도 저 말을 이해는 하는 게, Zanuck은 대형 화면의 옹호자였기 때문입니다. 시네라마 같은 실헙적 상영 기술도 지원했죠. 그가 보기에 저 조그만 화면을 가진 합판떼기 TV는, 정말 우스웠을 겁니다.

Man Wearing Superhero Mask Holding Vacuum and Cleaning Supplies

1955: “아마 10년 안에 원자력 진공 청소기가 현실이 될 겁니다. Nuclear powered vacuum cleaners will probably be a reality within 10 years.” — Alex Lewyt, President of the Lewyt Vacuum Cleaner Company.

1950년대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원자력은 만만한 에너지였고(?) 지구를 구할 거라 믿었죠. 핵실험 관람은 관광 자원이 됐고요. 원자 폭탄의 버섯 구름이 힘과 섹슈얼리티를 상징했던 시절입니다(…).

웃지 마세요. 지금 이 시대도, 몇십 년 이 지나면 그 ‘쓰잘데기 없는 비트코인에 미쳐있던 시대’라고 비웃음 당할테니까요.

1959: “사람이 달에 가기 전에, 당신이 보낸 편지가, 뉴욕에서 호주까지 몇 시간 안에, 유도 미사일로 배송 될 겁니다. 로켓 메일이 문턱까지 와 있어요. Before man reaches the moon, your mail will be delivered within hours from New York to Australia by guided missiles. We stand on the threshold of rocket mail.” — Arthur Summerfield, U.S. Postmaster General.

실제로 당시 연구 개발되고 시연 됐던 기술입니다(…). 가능성이 없진 않았지만, 기술이 무르익는 사이 시대가 변했네요? 로켓메일이 처음 제시된 1920년대에는 대륙간 우편 배달에 적어도 일주일이 걸렸지만, 실용화 가능성이 보인 1950년대에는 항공 우편을 통해 하루 만에 전달할 수 있게 됐거든요.

1961: “미국에서 더 나은 전화, 전신, 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 위성이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There is practically no chance communications space satellites will be used to provide better telephone, telegraph, television or radio service inside the United States.” — T.A.M. Craven,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commissioner.

일런 머스크가 본다면 웃을 말이긴 합니다만(…). 이미 인공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1961년에는 유인 우주선 발사까지 성공한 마당입니다만- 1965년에 첫 상업 통신 위성 서비스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해는 합니다. FCC 잖아요. 저기서 말한 전화 전신 텔레비전 라디오 등을 다루는 위원회입니다. 우리 소관에 위성 통신까지 들어올 일은 없지 않겠냐?는 뜻이었겠죠…

1966: “원격 쇼핑, 충분히 가능하지만, 실패할거다 Remote shopping, while entirely feasible, will flop.” — Time Magazine.

정확히는 타임 매거진이 아니라, 타임 매거진에 실린 기사에서 ‘일부 미래학자는 원격 쇼핑 안될 거라고 한다’-고 적은 내용인데요. 이건 잘못된 인용에 가깝습니다.

1981: “휴대전화는 절대 유선 전화를 대체하지 못할 겁니다. Cellular phones will absolutely not replace local wire systems.” — Martin Cooper, inventor.

음, 1981년이면, 아직 최초의 상용 휴대전화(모토로라 다이나텍)도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중이었고, 이미 시연은 70년대에 이뤄졌죠. 출시된 휴대폰 가격도 현재 시가로 1200만 원이 넘을 겁니다(당시 가격 3,900 달러). 통화 비용 역시 꽤 비싸게 책정됐고요.

이런 상황에서 유선 전화를 앞으로 대체할 겁니다!라고 주장했다면, 발명가가 아니라 휴대 전화기 회사 CEO였겠죠(…). 실제로 마틴 쿠퍼는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전화기를 가지겠지만, 자기가 살아 있을 때 그게 실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95: “나는 인터넷이 곧 극적으로 정점에 달하고 1996년에 재앙적으로 붕괴되리라 예측합니다. I predict the Internet will soon go spectacularly supernova and in 1996 catastrophically collapse.” — Robert Metcalfe, founder of 3Com.

저런 말이 나오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1995년은 닷컴 붐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연도입니다. 아마존닷컴, 이베이, 크레이그 리스트 등이 설립된 해이기도 하고요. 미 AOL에선 500만 명의 전화 접속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한 해이기도 합니다. 넷스케이프가 기업 공개에 성공했죠. 윈도우 95도 나왔습니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묻지마 투자가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지금 보면 이상한 기업들이 미친듯이 투자를 받았죠. 인터넷은 망하지 않았지만, 특히 WWW은 흥했지만, 당시 묻지마 투자에 대한 비판이라면 얼추 맞습니다. 초기 유명했던 인터넷 기업 중 제대로 살아남은 건 애플 하나니까요(…).

2005: “여기엔 보고 싶은 영상이 많지 않아요 There’s just not that many videos I want to watch.” — Steve Chen, CTO and co-founder of YouTube expressing concerns about his company’s long term viability.

이해합니다. 2005년 유튜브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구글이 2006년 인수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4년간 빡세게 투자해서 큰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구글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를 붙여서, 올린 사람들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준 게 주요하기도 했고요.

2006: “모두 내게 언제 애플이 휴대폰을 만들거냐고 묻는데요. 제 대답은, 아마 결코 안만들겁니다. Everyone’s always asking me when Apple will come out with a cell phone. My answer is, ‘Probably never.'” — David Pogue, The New York Times.

… 그리고 다음 해에 아이폰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 당시만 해도 틀린 예측은 아니었습니다. 애플은 휴대전화에 아이튠즈를 보급하길 원했으니까요. 그 놈의 모토로라 아이튠즈 휴대폰이 X 같이 나와서 문제였지요. 이때 대노한 잡스는, 직접 휴대폰을 만들기로 합니다. 스마트폰을 만들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아이팟 + 휴대폰을 합치고 인터넷도 쓸 수 있는 기기가 아이폰이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해킹해서 그걸 뚫었고, 애플은 아이튠즈 사업 모델을 아이폰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하죠, 잡스조차 아이폰이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는 몰랐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참, 힘든 일이죠?

2007: “아이폰이 시장 점유율을 꽤 차지할 가능성? 없어요. There’s no chance that the iPhone is going to get any significant market share.” — Steve Ballmer, Microsoft CEO.

실제로 한 말이긴 한데, 뭐, 스티브 발머라면 저렇게 말해야죠. 하루 이틀 틀린 것도 아니고, 하나 두 개 틀린 것도 아닙니다. 저때 발머는 항상 저렇게 말하고 다녔거든요. 애플만요? 구글도 그렇게 깠습니다. 리눅스 판도 건드렸죠.


자,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예측은 정말 불가능합니다. 우린 그럴듯한 미래를 추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우린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곳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담대하게 예측하는 건, 결국 무엇인가를 좋게 보이고 다른 건 나쁘게 보이려는 욕망이 숨어 있음을, 인정해야죠.

모든 예측에는, 농담이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궁금해 하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담대하게(?) 예측하고 또 예측하는 일은, 계속 이어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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