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해본 명작 메트로배니아 게임, 오리와 눈먼 숲(Ori and the Blind Forest)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떠나보낼 때가 됐습니다. 3년 정도 썼네요. 더 유지할까 하다가, 일단 스팀/에픽에 있는 게임들 먼저 하고, 나중에 신청하자- 생각하고 연장을 안했습니다. 사실, 스위치로 메인 기기가 바뀌면서, 손에 잘 안잡게 된 탓이 큽니다. 해도 주로 PC로만 했어요.

게임패스 마지막에 열심히 달린 게임이, 오리와 눈먼 숲입니다. 아 이거 끝나기 전에 깨야해-하면서 며칠 걸려 즐겼네요. 요즘처럼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에 하기 정말 좋습니다. 세상을 잊게 됩니다. 그리고 2편을 먼저 플레이 했던 저는, 좋은 의미에서 어안이 조금 벙벙해졌습니다. 아, 이거 이런 이야기였구나-하고요.

따지자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악역인 부엉이 쿠로-라고 해도 좋습니다. 어둠 속에서 잘 지내다가, 난데 없는 빛의 습격에 자식을 잃고, 분노에 차서 정령수(…)를 부숴버린 거죠. 그후 정령수를 수복하려는 오리의 행동에 맞서 지키다, 마지막 알과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햐아. 이거 거꾸로 놓고 보면, 어둠 입장에선 완전 영웅이에요. 이 이야기의 진짜 히어로. 그도 그럴 것이, 오리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고, 오리의 부모뻘인 나무는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에 가까우니까요. 집 나간 오리가 어디에 있는 지 대답을 안한다고, 어둠 종족을 학살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지난 2편, 오리와 도깨비불에서, 왜 오리가 저리 되어야 하는 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분명 게임도 굉장히 재밌고 음악도 좋고 그래픽도 좋았는데, 왜 오리가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건지 좀 납득이 안됐거든요. 그런데 1편을 해보니 분명히 알겠습니다. 오리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참, 생각해보면 짠-하네요.

어쨌든 이번에도, 게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전체적인 재미로 따지면 2편이 더 낫긴 합니다만, 우열을 가리긴 힘듭니다. 1편에서 약간 부족했던 부분을 잘 다듬어서 나온 게 2편 같은 느낌? 가장 아쉬웠던 건- 이건 아마 제가 후속작을 먼저 했기 때문이긴 합니다만- 2편은 탐험하는 맛이 좀 있었는 데, 1편은 진행만 따지면 일직선에 가깝더라고요.

물론 2편을 플레이 할 때, 제가 뭘 몰라서 아무데다 돌아다니고 막 그래서 그랬던 거긴 합니다. 1편은 공략집 도움을 받았거든요. 특히 액션 게임은 영상 공략이 정말 좋습니다. 옛날이면 이런 도움 꿈도 못 꿨을 거에요. 비가 오는 날, 조금 심심할 때, 한번 꼭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아주 그냥,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거에요. 아, 그리고 여전히, 후반부 들어서면 정말 어렵습니다. 게임패드 집어 던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몇 백번 정도는 우습게 죽는다는. 나중엔 아예 외워서 플레이하게 된다는. 게임을 다 깨고도, 돌림 노래처럼 배경 음악이 계속 머리 속에 흐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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