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슈퍼스타K … 그리고 울랄라 세션

어제 서울시 보궐선거 결과, 박원순 후보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티빙 YTN으로 중계 방송을 보고 있는데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지율 5%의 후보가 반전에 반전을 거쳐 53%의 표를 받았습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았던 이가 어느 날 안철수란 버프를 받으며 상승하더니, 끝내 시장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예상된 결과였다고 하지만, 시간을 딱 3개월만 되돌려보자구요. 박원순-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저 명망있는 시민운동가, 뉴스에서 흘려듣는 이름 정도였겠지요. 그런 그가 이제 시장이 되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울랄라 세션이 떠올랐던 것은, 제가 그저 슈스케팬이어서 그런 걸까요?

아는 사람만 알던 그들, 울랄라 세션

처음 슈퍼스타K3가 시작하고 예선 장면이 공개되기 시작했을 때, 이 울랄라 세션이라는 팀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파티 퍼포먼스형 그룹이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DJ DOC 형태의 그룹입니다)

게다가 소개되는 직업들이 사진가, 공연 연출가, 자영…업??? 직업만 보면 분명 친구들끼리 춤과 노래가 좋아서 만든 그룹인 것 같은데, 실력은 한두번 공연해본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슈퍼위크가 시작되면서, 그런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집니다. … 이 팀, 그냥 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울랄라 세션이 슈퍼위크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니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 공개된 동영상에선 원래 리더 임윤택이 알아주는 춤꾼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고, 미사리 쪽에서 꽤 오래 공연을 해오던 팀이란 것도 알려집니다. 한때 맨 오브 케이-라는 이름으로 앨범도 낸 적이 있었구요.

…그런데 왜,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었을까요?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었다

사실 대답은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들이 슈퍼스타K가 아니라 신인 그룹으로 데뷔했다면, 우리가 이만큼이나 알게 됐을까요? 아뇨.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웃기긴 한데 못생겼다고, 춤은 잘 추는데 나이가 너무 많다고, 그런 얘기를 하며 ‘우리에게 보여지기도 전에’ 미디어에서 먼저 외면했을 것이 뻔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 팔릴까 아닐까로 판단하는 비지니스 마인드로 이들을 보자면, 울랄라 세션은 하자가 많은 상품입니다. 하의 종결자가 될 수도 없고, 파격 노출을 할 수도 없습니다. 섹시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뒤태가 잘 빠진 것도 아니죠. 오빠 삼촌 팬도, 언니 동생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임윤택의 투병 사실조차 비지니스 마인드로 보면 완벽한 결격 사유입니다. 예, 사람을 상품이라 보면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닙니다. 대중들의 감각을 자극할 그 무엇이 있어야만 합니다. 미디어가 자극적으로 쫓아올만한 그 무엇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게 없다면, 이 지독한 경쟁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팔리지가 않으니까요.
그게 언제부턴가 우리가 받아들인 세상의 규칙.

▲ 울랄라 세션 리더 임윤택

다시, 사람이 사람을 찾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나 봅니다. IMF 이후로 벌써 12년, 살벌한 삶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이, 다른 삶의 방향을 찾고 있었나 봅니다. 예쁘고 잘난 엘리트가 아니라, 어쨌든 우직하게 한 세상을 살아왔던 사람을 서울 시장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잘난 사람이 되라고, 남들을 짓밟고서라도 위에 서라고, 세상은 정글이니, 그렇게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외치던 사람들에게, 이젠 그런 것 싫다고, 다른 세상을 찾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나 봅니다.

어쩌면 그동안 슈퍼스타K가 가장 경쟁을 조장하는 선두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가, 슈스케3부터 뭔가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10아시아 편집장 강명석 아저씨의 말처럼, 슈스케는 세상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니까요.

작년까진 서로 격렬한 전투속에 참가자들을 몰아넣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올해 슈퍼스타K는 왠지 나가수를 닮았습니다. 슈스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실력-이지만, 이번엔 참여팀 하나하나 뚜렷한 개성이 있고, 그래서 한 팀이 다른 팀을 눌러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음악을 하는 동료들이 파티를 여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슈퍼위크에서 버스커버스커가 내뱉었던, 상대팀보다 튀어 보일 어떤 전략이 있냐는 말에 “그런 것 없습니다”라고 했던 대답은, 어쩌면 이번 슈퍼스타K3의 성격을 결정했던, 그런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시청률은 조금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만… (응?)

안녕은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이러니한 것은, 울랄라 세션이 슈퍼스타K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리더 임윤택이 아팠기 때문-이라는 거죠. 아팠기 때문에 동생들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슈퍼스타K에 참여하게됐고, 우리는 울랄라 세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에 내일 당장 잘못될 수 도있는데….그럼 동생들은 어떻게 사냐….혹시 내가 잘못되더라도 동생들 길은 만들어놓아야 될거같애.”

누군가의 불행이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 무대를 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아파서 불행하고 아파서 행복합니다.
내게 다가온 아픔 하나도 내 하나의 것이 아니고,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의 법칙.

그래서 이젠, 울랄라 세션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대신, 당신들을 보며 힘을 내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눈 앞에 나타나줘서 고맙고, 끝까지 자기만의 멋을 간직하며 살아와줘서 고맙다고. 한번 한번의 공연이 그들의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 싹 잊고, 매주 당신들이 보여줄 무대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안녕은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신나게 즐겨주세요. 하고픈 일 맘껏하며 살아가세요.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세상엔, 세상이 말하는 것이 아닌 다른 규칙이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주도, 당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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