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TV나 영화를 보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이게 기술적으론 가능해도 -_-; 판권이나 저작권등의 문제가 엄청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동안 그리 쉽게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던 많은 회사들이 몇년 못가 모두 망했죠. -_-; 꼭 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덕분에 인터넷은 불법 다운로드 가능한 동영상들이 자리를 잡아버렸구요.
N스크린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사실 그전엔 N스크린 서비스라기 보다는 그냥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때문에 콘텐츠 회사들은 불법복제 때문에 DVD 판매 수익등이 줄어들까봐 꺼렸었고, 인터넷 망은 아직 동영상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컴퓨터를 제외한 기기들은 동영상을 보기에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PMP는 조금 예외지만…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거의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디지털로 유통되는 환경이 되면서 이제 굳이 오프라인 유통방식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필요가 점점 없어집니다. 단순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 변함에 따라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힌 거죠.
거기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비롯, 무선 인터넷망도 점점 동영상을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빨라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해도 될만해 졌고,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등장으로 TV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만 갑니다. DLNA라는 표준 데이터 전송 규격도 등장하구요. 그래서 2009년부터 3스크린, 또는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당연하죠. 콘텐츠는 사람을 따라가야 합니다. 모두 CD를 듣는데 카셋트 테입으로 제작할 수는 없는 것처럼, 모두 인터넷을 이용해 동영상을 보는데 언제까지 오프라인 유통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에선, 앱스토어의 성공을 통해 온라인으로 콘텐츠 유통 구조를 바꿔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지기도 했구요.
한국 N스크린 서비스 상황, 어디까지 왔을까?
그렇다면 한국의 N스크린 서비스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CD나 DVD 시장이 거의 사장되어버린, 좀 특이한 시장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무료 배포(?)가 너무 활성화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국에선 뭘해도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희망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으로 콘테츠를 즐기는 것이 아주 활성화되어 있으면서도,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보다 케이블TV나 IPTV를 통한 VOD 판매가 매년 쑥쑥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N스크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여기죠. 매년 VOD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면, 이건 사람들이 뭔가를 사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2000년이후 인터넷에 익숙해졌던 당시 20-30대가 이젠 30-40대가 되었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사업을 시작하기 좋을때다-라고요.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간략하게, 한국에서 어떤 N스크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한번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 우선 N스크린 서비스는 다운로드 모델과 스트리밍 모델로 나뉩니다. 다운받은 다음에 보느냐, 아니면 그때그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보느냐-라는 차이인데,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이번 글에선 중요하게 포함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업로드해 이용하는 것과, 서비스 회사에서 콘텐츠까지 유통하는 모델이 있는데, 여기서는 가급적 후자만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전자는 사실 그냥 웹하드 서비스나 마찬가지라서…)
이 정리는, 기기 제조업체 / 네트워크 제공 업체(통신사) / 콘텐츠 제공 업체 / 인터넷 사업자라는 분류를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 IPTV 에서도 N스크린 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교통정리가 덜 끝났습니다.
네트워크 회사들의 N스크린 서비스
현재 N스크린 서비스를 가장 많이 출시하고 있고, 또 가장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네트워크 회사들입니다. 유선에서는 케이블TV 회사, 무선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죠. 알고보면 모두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_-; 이들이 가장 큰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네트워크 회사들이 원래 망을 제공해 다른 이들이 만든 서비스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일종의 유통회사…-_-a
티빙 – N스크린 서비스의 선두 주자
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은, 바로 CJ헬로비전의 티빙입니다. 현재 전체 N스크린 서비스 가운데 유일하게 월이용료 모델을 채택하고, 가입자 300만에 유료 회원 16만명을 자랑하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그룹내 콘텐츠 회사인 CJ E&M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강점. 반면 아직 지상파 3사 가운데 MBC, SBS 의 콘텐츠 제공이 조금 있어야 재개될 예정입니다.
전체 N스크린 서비스 가운데 최대 채널(130여개) 및 다수의 VOD(3만여개) 보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곰플레이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특이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직까지 곰TV의 자회사…나 곰TV의 플레이어-_-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응?).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 가능. 삼성 스마트TV에서도 시청 가능.
* 개인적으로, 액티브X를 안깔아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중 하나-_-)b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플래쉬만 돌아가면 리눅스나 맥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에브리온TV
에브리온TV는 CJ헬로비전과 같은 케이블TV 업체인 현대HCN과 인터넷 방송 서비스로 유명한 판도라TV가 만나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아직까진 VOD를 제공하지 않고,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단계에 있습니다. 현재 제공하는 채널 수는 약 70여개이며, 듣는 채널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만간 KMP 플레이어에도 탑재될 예정.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입점하려는 채널에 입점료를 받는 모델-_-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SKT -호핀
SKT에서 제공했던 N스크린 서비스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서 끊어지지 않고 영상을 볼 수 있다-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현재는 사업 축소된 상태. 이용자 130만명에 매출 50억원 규모. 콘텐츠 확보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손꼽힙니다. SKT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기본앱으로 탑재됐던 서비스지만, 아무래도 … 초기에 전용 폰이 필요했던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향후 네이트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비 효과 창출에 더 신경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 SKT 가입자만 가입 가능. 향후 아이폰앱 출시 및 타사 가입자도 이용하게 할 예정
KT – 올레TVnow
KT에서 제공하는 N스크린 서비스입니다. 현재 실시간 채널 50개, VOD 1만 8천편 정도가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최근 프리미엄 콘텐츠 200편을 추가로 탑재했습니다. 향후 IPTV인 ‘올레tv’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이파이 및 와이브로 망에서만 시청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LTE 서비스 시작했으니 곧.. 풀릴까요?
* KT 가입자만 가입 가능하고, 정액제 서비스입니다. 다른 KT 서비스와 결합시 할인, 또는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
* PLAYY라는 별도의 영화 N스크린 서비스도 가지고 있습니다.
LGU+ – U+박스 & U+슛앤
티빙이 N스크린 플랫폼, 에브리온이 마켓, SKT는 좀 헤매고 있고, KT가 IPTV와 융합모델이라면, LGU+의 전략은 좀 특이합니다. 자사의 클라우드…그러니까 웹하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N스크린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N스크린 서비스였다기 보다는, 웹하드에 담긴 동영상을 무선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는 모델이었는데요… 여기에 슛앤은 DLNA 기술을 이용해, DLNA 를 지원하는 다른 TV나 PC를 통해 폰에 담긴 동영상을 바로 볼 수가 있습니다.
* 2월 출시 예정. LGU+ 가입자만 가입 가능. P2P 형식으로 개인간 콘텐츠 거래 가능. 조만간 타사 이용자에게도 개방 예정.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의 N스크린 서비스
삼성, LG와 같은 기기 제조회사들도 N스크린 서비스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바는 다른 N스크린 서비스 업체들과 조금 다릅니다. 더많은 TV를 팔기 위한 서비스로 N스크린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할까요. 기기 업체이니까 당연합니다…
삼성 – 올쉐어, 올쉐어 서비스, 스마트TV용 앱
삼성전자의 N스크린 전략은 기기간 연동입니다. 지금까지 ‘올쉐어’라는 이름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해, 가정내 기기들끼리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면, 앞으론 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도 가능하게 한다는 전략입니다. 거기에 더해,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해 온라인 저장공간에 각종 콘텐츠를 올려놓고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인 올 쉐어 플레이 서비스가 있습니다.
삼성 스마트TV에는 앞서 소개한 티빙 앱과 KT의 PLAYY 앱도 탑재되어 있으니, 개인 콘텐츠는 자사의 서비스로, 상용 콘텐츠는 타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즐기라는 이야기겠죠?
LG – KT 스카이 라이프와 손잡다
그동안 LG는 한국에서는 별도의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 훌루등의 서비스와 손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KT 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스카이 라이프의 콘텐츠를, LG의 스마트 넷하드에 저장한 다음,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콘텐츠 제공 업체의 N스크린 서비스
사실 한국에서 N스크린 서비스의 강자는 딱 2개가 있습니다. 바로 티빙과 pooq 입니다. 티빙이 방대한 콘텐츠와 발빠른 서비스로 숭부한 대신 유료라는 약점이 있었다면, pooq은 지상파 콘텐츠와 무료 서비스로 승부했습니다. 사실 막강하죠. MBC와 SBS의 콘텐츠에다가 무료라니.
그런데 조만간 둘이 비슷해집니다. MBC와 SBS 콘텐츠가 티빙에서도 나올 예정이고, pooq은 유료화될 예정입니다. 이때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MBC, SBS – pooq
작년말 혜성같이 나타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N스크린 서비스, pooq입니다. MBC와 SBS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데다,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조만간 유료화한다고 선언한 상태인데,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할 지가 관건일듯합니다.
KBS – Kplayer
사실 KBS는 완벽한 의무 전송 채널이라….;; 원하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보기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지간한 스마트TV에서 다들어가 있고, 왠만한 N스크린 서비스에도 들어가 있지요. 다만 Kplayer는 KBS 방송 실시간 보기 및 다시 보기를 지원하고, KBS 라디오까지 통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KSB는 원래 시청료 + 광고 모델의 방송국이라 일종의 서비스… 차원의 서비스(응?)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앱 자체는 꽤 쾌적하게 쓸만합니다.
기타 다른 인터넷 업체의 서비스들
사실 위에 언급한 많은 서비스들말고도, 따로 영화에 특화된 서비스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N스크린 서비스라기 보다는 ‘온라인 영화’ 사이트에서 앱에서도 볼 수 있게 서비스-하는 것과 비슷해서, 일단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따지자면 N스크린 서비스가 맞긴 맞겠죠?
그리고 한국 인터넷의 절대 강자, 포털 사이트들의 서비스가 있습니다…만. 솔직히 N스크린 서비스라고 하기 보단, 자사 포탈의 동영상을 앱을 통해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스포츠 중계 경기등을 모바일 웹을 통해 제공해, 어떤 기기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정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대신 잠재적인 폭발력만큼은 대단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네이버, 다음등은 매년 온라인 중계권 수급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이고 있으며, 대부분 무료로 풀고 있기 때문에, 한번 서비스할 때마다 이용인원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모바일 중계등의 형식으로 N스크린 사업에 진출할 경우, 어떤 파괴력을 가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자잘한 것은 많은데, 큰 것은 생각만큼 많지는 않네요. 하긴 이쪽은 제대로 하려면 너무 돈이 들어가는-_- 서비스라서… 앞으로 이들 서비스들간에 어떤 경쟁이 벌어질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