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픽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소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러브 픽션이 아니라, 러브 논픽션이다”. 물론 삼십대 남자입장에서요. 연애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장면 장면 쓴웃음을 지으며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 뭐, 저는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남자들이 연애를 하면서 얼마나 뻐꾸기를 많이 날리고, 찌질해지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리얼해서 여친에겐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영화. 내 여자친구가 옛날에 딴 남자랑 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때문에 질투해봤던 -_-; 한심한 시절의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사실 영화는 단순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물론 해피엔딩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고- 영화 자체도 재미있습니다. 초반에는 그때그때 나오는 어떤 신호들-에 집중해서 봐야해서, 그 신호를 캐치하지 못하면 무슨 소리인가-하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꽤 웃으며 볼 수 있습니다.
그 중간 중간, 엘로우 서브마린이란 락 클럽-_-;의 친구들이 함께 나오는데, 이 친구들도 참 유쾌해서 맘에 듭니다. 다만 몇몇 에피소드야 그냥 유쾌한 것에서 끝나지만, 몇몇, 특히 안웃기는-_-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리얼해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쓰리게 가슴을 칠 것만 같네요.
아쉬운 것은 영화속, 액자 구조로 들어가 있는 소설 이야기가, 현실의 에피소드와 크게 맞물리지 않으며 돌아간다는 것 정도? 사실 이 이야기 때문에 이 영화 제목이 ‘러브 픽션’일텐데, 그다지 감동도 웃음도 주지 못하는 장면들이 된 것이 아쉽습니다.
아무튼 하나는 확실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은 겨드랑이털에 대해 관대해 질지도 모릅니다. 저야 옛날부터 별로 신경을 안썼던 타입이라, 왜 중간에 하정우가 그리 당황해 하는지 잘 공감이 안갔습니다만. … 아, 안믿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 형 역할로 나오는 지진희는 존재만으로 미남임을 인증합니다.
* 처음에 하정우가 공효진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유심히 보시길. 저 정도로 뻐꾸기를 날리는 사람이 있다면 안넘어갈 사람 없겠다 라는 생각 + 나도 외워서 써먹어볼까 + 하지만 너무 길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 나름 명장면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