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동화책을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책의 지은이인 윤주님이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오랫만에 읽는 동화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는데, 으응? 제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 책과는 조금 달랐어요. 뭐랄까요- 보통 동화는 그렇잖아요.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 속에 어떤 교훈을 담아내는. 요즘 말로 은근슬쩍 꼰대질을 하는 책.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처음에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나 ‘트윌라잇 존’에 나왔던 부모 동물원-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빠 엄마를 어떤 환상의 재판소에 불러낸다는 설정이 딱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은 딱 중간까지입니다. 중간서부터는, 엄마와 아빠가 화해하는 과정, 어떤 심리 치료 과정이 간결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탈을 쓴 어른들에게 하는 이야기? 왠지 부모들에게 읽혔으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동화라고나 할까요. 아이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아프게 만든 어른들을 치료하는 이야기. 물론 동화는 동화인지라, 그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은 아이가, 동화속 주인공과 비슷한 아픔을 느낀다면, 엄마 아빠에게 이런 것을 해보자-하고 권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 물론 그런 부탁을 부모들이 들어줄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어떤 아픔의 원인을 아이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것, 아이에게 잘못을 묻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던 이야기.
* 재판소의 곰 일러스트에, 허리띠가 생겼다 사라졌다가 하는 것은 역시 마법 허리띠이기 때문이겠지요…;;
엄마아빠 재판소 – 윤주 지음, 심상정 그림/청어람주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