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에 적고, 분류해서, 붙여놓으라니까! 라고 얘기했지만… 사람 일이 어찌 그렇게 되냐고 합니다. 빨리 좀 해달라고 하는데 당연히 그것 먼저 해줘야하지 않냐고 합니다. 아뿔싸, 이 녀석에게 먼저 한가지 말을 해주는 것을 까먹었습니다. 제대로 시간 관리를 하려면, 좀 나쁜 사람이 되야 한다는 것을요.
남들 해달라는데로 다 해주면서 휘둘리면, 결코 시간 관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기야.. 실은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날 꼭 해야할 일 한두가지를 먼저 정해놓는 건데요…ㅜㅜ
탑다운 방식 시간 관리법이 나오게 된 이유
사실 우리는, 늘상 이런 간섭들에 시달립니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급한 불을 먼저 끄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그리고 이 급한 것들, 어서 빨리 내놓으라고 상사들에게 갈굼당한 것들…만 하다가도, 하루는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이 와중에 주체적인 삶이라니, 어림도 없지요.
프랭클린 플래너 방식, 소중한 것을 먼저 발견하는 것, 다시 말해 원칙을 정해놓고 삶을 거기에 맞추는… 탑 다운 방식 시간 관리법이 나오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삶이란 단순해서,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만 합니다. 남들이 요청하는 일을 다 해주고서도 내 중요한 일을 다 하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하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 이때가 바로 선택의 순간이랍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버릴 지를 선택하는 시간.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바로, 우리 마음, 우리 가치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탑-다운 방식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먼저 생각하라.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지를 생각하라.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라…
어, 그런데, 대체 그 소중한 것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 거죠?
당신의 라이프 잡-은 무엇입니까?
사실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나온 것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MBTI 검사를 비롯하여 내가 잘하는 것(강점)을 찾는 검사법,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작성해보는 소망법, 죽은 다음에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지를 적어보는 사후이미지법, 일상 속 생각을 쭈욱 기록한 다음 나중에 묶어서 보는 그루핑법
…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라이프 잡’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아까 만난 친구에게 다시, 그 친구의 라이프 잡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그게 뭐냐고 질문합니다. 평생 동안 할 일? 그러길래- 그 흔히들 적어보는 사명서나 비전-이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작년에 회사에서 적은 것이 있답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세계 최고의 XXX 기획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너 XXX 정말 좋아해?’
‘…아마도’
‘기획말고 딴 일 하라고 하면 회사 관둘거야?’
‘아니.’
‘나이 마흔 넘어가도 계속 기획하고 싶어?’
‘아니.’
‘…근데 그게 왜 니 라이프 잡이야? -_-a’
예, 라이프잡-이란 것은, 내가 평생토록 하고 싶은 일-을 말합니다. 버킷 리스트가 아녜요. 2층짜리 집 사기, 페라리 자동차 구입하기, 요트타기, 세계일주여행하기…같은 어떤, 얻어야할 목적-이 아니라, 내 자신이 평생토록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일, 흔히들 말하는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방법-을 말합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방법이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삶의 방향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삶의 수단. 예를 들어 나는 ‘소박하지만 정직한 삶을 살겠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겠다’, ‘한번 쯤 세계를 정복하겠다(응?)’-는 것은 삶의 방향성이고, 나는 ‘상품에 대한 기획을 잘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말로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다’, ‘서로 웃으며 협상을 끝내는 일을 잘한다’는 삶의 수단이랍니다.
…그런데,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죄송..)
핵심감정으로 발견하는 나의 가치관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에 제가 제안하는 것은 ‘핵심 감정’을 발견하는 방법과 ’10-10-10’이란 방법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루핑-방법을 더 선호하긴 하는데, 이건 기록광-이신 분들에겐 유용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기록하다가 먼저 지쳐버리시구요… (머릿 속에 떠오르는 좋은 기분, 나쁜 기분,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기록한 다음, 1주일에 한번씩 종류별로 묶는 방법입니다.)
‘핵심 감정’은 자신이 어떤 것을 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때 가장 기분이 좋고, 행복했는 지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력서-랍니다. 보통 이력서에는 학력이랑 이전 경력, 그리고 자신이 수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적혀있잖아요? 바로 이 이력서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 보는 겁니다. 조금 한가한 주말, 2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한적한 카페에 앉아 빨간펜을 들고요!
자신의 이력서 왼쪽 빈칸에, 이력서에 적힌 연도에 해당하는 시기의 점수를 표시합니다. 좋은 시절이었다면 높은 점수를, 나쁜 시절이었다면 낮은 점수를. 50점을 기본으로 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하는 식으로 점수를 매겨주세요. 그 다음 이력사항 바로 밑에, 어떤 일을 했을 때 왜 기분이 좋았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왜 괴로웠는 지를 적어주세요.
…자서전을 쓰는 것보다는 쉽지만, 생각보다 적기 쉽지는 않으실거에요. ^^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이 말이 쉽지, 쓰다보면 별 일이 다 생각나서…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던 자신의 핵심 감정들을 적어봅니다. 예를 들어 ‘열등감’, ‘명예욕’, ‘무력감’, ‘금전욕’ 등등…이 있을 수가 있구요…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찾기 어려우시면, 오욕칠정-_-을 생각해 보시면 쉽습니다.
오욕(五慾) – 재물욕(財物慾) 명예욕(名譽慾)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색욕(色慾)
칠정(七情) – 기쁘고(희喜), 화나며(노怒), 슬프고(애哀), 즐거우며(낙樂), 사랑하고(애愛), 미워하고(악惡), 바란다(욕欲).
누군가는 분노로 움직이고, 누군가는 재미있어 보여서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맛있는 밥을 먹으면 행복해지지만 누군가는 큰 칭찬을 들어야만 행복해집니다. 그렇게 우리를 움직이는 감정은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씌여진 감정들이 바로, 나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감정들이랍니다. 저 같은 경우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은 대학 졸업하기 직전과 지금이고, 저를 움직이는 감정은 사랑과 분노-였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들 중 즐거웠던 시절에 했던 것, 가장 인정 받았던 것이, 바로 내가 잘하는 일입니다.
10-10-10으로 시작하는 인생 관리
어떤 분들은 재물욕이나 명예욕으로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라면, 그것을 당연히 인정하는 것에서 우리는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핵심 감정을 발견했다면, 그 다음에는 시간 관리에 바로 적용시켜 봐야겠지요?
여기서 저는, 수잔 웰치가 권하는 10-10-10이란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별로 어려운 방법은 아니랍니다.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이, 10분후, 10일후, 10년후에 어떤 감정을 내게 느끼게 해줄지를 생각만 해보면 되니까요. 단 자신이 모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모은 다음에, 그 근거에 기반해서 말이죠.
어머니 생신이 다음주인데, 그날 회사 동기들이 야유회를 가자고 합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오늘 아내의 생일인데, 회사에서 야근을 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선택을 하게되면, 분명 어떤 후회, 또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렸다면… 최소한, 마음에 면죄부를 줄 수는 있답니다. ^^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자신의 라이프 잡-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던가,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가가 되고 싶다던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돕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가, 아이팟 같은 멋진 물건을 소개하는 전달자가 된다던가, 심플한 디지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구루가 되고 싶다던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던가…하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자신을 움직이는 것에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그럼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 현재가 마디마디 꽉차게 됩니다. 현재 하고픈 일로 꽉 찬 삶이란 얼마나 멋진 것일까요.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고 해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