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의 마지막 방송이 끝났습니다. 이날 못친소는 노홍철이 F1으로 선출되면서 훈훈하게 막을 내렸는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평범한 우리가 살면서 귀기울여야할 메시지가 숨어있더라구요. 무한도전 못친소에서 찾은 4가지 메세지, 어떤 것일까요?
1.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라
무한도전 처음, 어쩌다보니 얼굴 얘기가 나오고, 그에 대해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을 때, 초대받은 사람들은 극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내가 왜 거기에 참가하냐고. 몇몇 분들은 얼굴이 벌개지며 어이없어 했지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나는 못생기지 않았다'. 이건 달리 말해, '못생겼다'는 것이 사회 생활에서 불리한 약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못친소에 초대받았다는 것은, 이런 약점을 대놓고 인정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약점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거죠. 무한도전이었기에 용서됐지만, 어찌보면 꽤 무례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초대를 거절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약점일까요? 못생겼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불리한 어떤 것일까요?
...음, 사실 그렇긴하죠. 못생겼다는 것은 불리하긴 합니다. 어딜가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먼저 대접받습니다. 동호회 모임에 예쁜 여성이 한 명 등장하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아시죠? 잘생긴 남자가 옷 가게에 갔을 때 어떤 대접을 받는 지, 혹시 아시나요?
못생겼다는 것은 약점은 아닙니다. 그냥 취약성이죠. 외모는 주관적이다, 뭐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는 팔이 짧고 길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시아계이거나 아프리카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남성이거나 여성이고, 누군가는 수줍음이 많거나 얼굴이 못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취약점들 때문에, 분명 어떤 차별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TED에서 행한 브루네 브라운의 강연(링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취약성은 결코 약점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비교해서 잘나고 못난 부분은 있어요. 그리고 취약성 때문에 우리가 받는 피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약점은 아닙니다. 브라운의 말처럼, 어찌보면 취약성은 혁신과 변화와 창의력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2. 제약이 가능성을 만든다
어째서 취약성이 혁신과 변화의 원동력이 될까요? 간단합니다. 변화와 창조는 모두 취약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혁신이 필요할까요?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어디서 창의력이 올까요? 경험이나 관성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것을 볼 때, 다른 것을 생각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렇게 쉽게 말하죠.
...신은 공평하다. 모드 장점을 한꺼번에 주시진 않는다-라구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인간은 성장합니다. 다른 결핍 때문에 자신이 가진 장점을 성장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 결핍과 부끄러움이, 취약성에 대한 두려움이, 어떤 사람에겐 용기와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한발 더 앞서나갈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요. ^^
하지만 취약성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분명합니다. 보통은 고통과 고난이라고도 하고, 실패라고도 부르지요. 그런 고통이 없이 성장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하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버려야만 합니다. 그런 용기를 주는 것은, 분명히 취약성이니까요.
3.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
못친소 시작부터 참가자들은 서로를 웃으며 헐뜯습니다. 못친소의 재미는 그런 못난 장난을 보는 즐거움에서 생깁니다. 못생긴 사람이 더 못생긴 사람이 나타났다고 즐거워합니다. 그건 분명 일상적인 장면은 아니고, 그런 일상적이 아닌 것들이 원래 웃음을 주죠. 그리고 서로, 누가 가장 못생겼는지 투표를 합니다.
못생김의 황제?...
깨알같이 준비해둔 외모비교 대상용 송준기.
등장하자 마자 참가자들 올킬.
그런데 밤을 세면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장기자랑을 보다보니 이런 평가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정말 사람은 한번만 보면 모른다고, 김범수가 노래를 불렀더니 사람이 달라보입니다. 결국 그날밤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사람들은, 첫인상 평가의 F1, 2, 3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외모보다는 매력이 앞선다는 거죠.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는 참가자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
4. 자신감을 얻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매력이 그냥 얻어졌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을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와중에 많이 힘들고 흔들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다음에야, 진짜 자신감을 얻을 수가 있었을 겁니다. 진짜 자신감이 뭐냐구요? 별 것 아닙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예를 들어 내가 못생겼다는 것이 내가 나쁜 사람이라거나, 나는 못생겼으니 사랑받을 자격도 없어-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알고보면 이게 참 쉽지 않은 건데요. 누군가가 나를 욕할 때, 내가 가진 취약성에 대해 얘기할 때, 사람은 누구나 수치심을 느끼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너는 깜둥이야"라고 말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욕으로 받아들이죠. 그래서 이건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입니다. 누가 나에게 "너 참 못생겼다"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이걸 욕으로 듣죠. -_-; 그래서 취약성은 쉽게 약점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그럴때, 그것을 나 자신에 대한 욕이 아닌, 그냥 내가 가진 어떤 것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일 때, 그 사람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부릅니다(그렇다고 상대방이 마음 상할 말을 함부로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선, 자신의 매력을 계속 발굴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뿔테 안경처럼요.... (응?)
물론 거기에는 외모 같은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성품이나 배려같은 보이지 않는 부분도 포함되겠지요. 객관적으로 못친소에서 외모라면 탑 오브 탑일 영화배우 고창석이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뭔가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지 않나요? ^^
이 4가지를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취약한 부분이 곧 약점이 아니고, 그런 제약을 통해 나는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매력이고, 그 매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취약점에 대한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서 상처받지 말라는 것. 한마디로 취약성을 약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장점으로 바꾸라는 것.
실제 인생에선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책망하거나 수치심을 주려고 할 때, 그것에 대해 수치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인간은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부분에선 세상을 지탱하죠. 때론 세상에서 욕 먹어도 싼 짓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고, 그건 때론 당신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의 문제이고, 남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란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나도 그래"라고 말해 줄 때, 그 공포는 더이상 공포가 아닌, 그냥 문제로 변해갑니다. 버림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깁니다. 어쩌면 못친소에서 유일하게 빠진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공감하는 과정.
물론 서로의 별명이나 캐릭터를 만들어주면서, 또는 못친소 자리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서로가 가진 약점에 공감해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됩니다. 우리에겐, 정말 좋은 친구가, 형제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라고요. 그리고 어쩌면 무한도전 못친소는, 그런 형제들의 페스티벌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