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시작한 김미경쑈- 1편을 보면, ‘플랫폼 같은 사람이 되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이 모이는 사람,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되란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저리 쉽게 말하는 걸까? -_-a 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요즘 제 고민과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예, 요즘 제 고민이 바로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같은 사람이 될 재주는 없으니,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가 바로, 제가 어떤 것을 기록하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를 나타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응? 그런데 플랫폼이 뭐냐구요?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평평하고 솟아난 형태의 구조물…입니다. -_-v 우리가 강의하기 위해 올라가는 연단 같은 것도 플랫폼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기차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 그리고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가 구동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들을 플랫폼이라 부릅니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혼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플랫폼만 덩그러니 있어선 할 수 있는 것이 없죠. 무엇인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구조물’이 바로 플랫폼입니다. 그래서 때론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머물거나 지나가고, 수많은 정보들이 서로 엉키거나 지나갑니다. 한 문장으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기반-을 저는 플랫폼이라 부릅니다.
플랫폼을 고민하는 이유
앞서 말한 대로, 이런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떤 플랫폼을 쓰는가에 따라 자신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될 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비행기를 탈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공항 플랫폼에서 버스를 기다릴 사람도 거의 없을 거구요.
그런 것처럼, 어떤 플랫폼은 우리를 어떤 사용방식으로 인도해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글루스 블로그’를 제 플랫폼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 볼까요? 그럼 저는 앞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 메모,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 알려주고 싶은 정보를 모두 여기에 적을 겁니다.
블로그에 적힌 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고, 제 블로그 RSS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에게 알려지게 될 겁니다. 거기서 다시 다른 분들의 반응이 생기고, 그 반응에 따라 저는 다시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직장을 가지기도 하고, 프리랜서가 되기도 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하고, 정보를 얻기도 하고, 인맥을 쌓기도 하고, 책을 내기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플랫폼에 적힌 글들은 제 자신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제가 얻은 정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나중에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 발자국, 또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그리고 온라인
결국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는 가에 따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결정됩니다. 그렇지만 완벽한 플랫폼은 없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배와 우주선과 비행기와 버스와 지하철을 한 플랫폼에서 모두 탈 수 없는 것처럼요. 네이버 블로그와 이글루스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는 것은, 경험상 제겐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럼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 첫번째 기준은 오프라인/온라인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일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온라인이 거의 대세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프라인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손으로 쓰는 일기와 플래너, 얼굴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와 동료들, 월급을 주는 직장,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그것만으로도 삶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것이니까요.
굳이 모든 사람들이 트위터를 할 이유도, 블로그를 쓸 이유도, 페이스북을 쓸 필요도 없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프라인 플랫폼에 머물러 있는 나의 세계는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입니다. 작지만 더 친밀한 만남을 원한다면 오프라인을,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온라인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 이미, 온라인이란 플랫폼을 선택했지요…
자신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플랫폼을 선택하라
온라인을 선택했어도, 여전히 질문은 남습니다. 대체 어떤 플랫폼을 택해야 좋을까요? 세상에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블로그만해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여러가지 서비스가 있지요. 커뮤니티, 게시판, 페이스북, 미니홈피, 트위터 같은 서비스들은 또 어떻구요?
그 가운데 자신에게 딱-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실은 딱- 맞는 플랫폼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소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각각의 서비스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아요. 어떤 누군가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람과 만남을 가지기도 하는 걸요.
사실 여기서 먼저 체크해 볼 것은 단순합니다. 누군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만큼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다만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라서- 처음엔 항상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것저것 모두 손대다가,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을 맺는 경우도 의외로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니 가급적 솔직히, 그리고 냉정하게 질문에 대답해야만 합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나는 이 플랫폼 위에서 어떤 것을 타고 싶은가, 어떤 것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실은, 저도 아직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 간단히 말해 블로그, 페북, 트위터, 패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인트레스트미, 링크드인 등등 SNS관련 서비스들이 너무 범람하기 시작해서 고민이라는 말이랍니다. 허구헌 날 스마트폰 알림창이 가득! 떠서 미치겠어요. ㅜ_ㅜ 예전엔 카페, 메신저, 블로그 정도면 충분했었는데…. 하는 일이 하는 일이라 안써볼 수도 없고…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