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G pro는 G 플렉스랑 겹쳐요. 페블릿이란 점에서.
LG를 응원하는 이유
LG를 응원하는 이유요? 별 것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 개 회사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세상, 겨우 1, 2등이 세계 시장을 나눠먹는 세상은 끔찍하잖아요. 지겹기도 하고. 뭐, 그래서 다른 회사들을 응원합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가 LG전자이기도 하구요. 천성이 챔피언보다는 도전자를 응원하는 타입이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런 제게, G 시리즈(+뷰3)는 응원할만한 증거가 되어주는 제품들입니다. 기존의 진부한 스마트폰 시장을 깨주거든요. 휴대폰 버튼에 대한 상식을 뒤집은 G2, 정말로 휘어지는 최초의 스마트폰 G플렉스, 한 손에 들어오는 가장 큰 태블릿PC G패드, 한국에서 유일한 4:3 비율 스마트폰 뷰3. LG가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을, 그런 제품들.
그런데 참 재밌습니다. 예전에 팔리지 않았을 때는 팔리지 않는다고 LG를 무시하더니, 이젠 좀 괜찮은 제품을 내놓으니까 휴대폰 UI가 삼성과 다르다, 너무 비싸다, 업데이트가 늦다- 이러면서 혼납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삼성/애플이 아니라고 -_- 무시하지만,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는가/없는가를 떠나서 어쩔 수 없는 문제고…
사실 할 말은 없는게, 가끔가다 꼭 그래야만 되나? 싶은 행동을 LG가 할 때도 많이 있거든요. 버그가 적지만 느린 업데이트는 이해한다고 칩시다- 그래도 대략적이라도 업데이트 일정 알려주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요? 법적 책임이니 뭐니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건 회사입장인거구요- 솔직히 소비자들에게 회사 입장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G시리즈 라인업에 아쉬운 점
G2는 참 잘나온 편입니다. 노크온 기능은 정말 잘생각했습니다. 백버튼도 처음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편합니다. 무엇보다 이쁩니다. 옆면에 버튼이 없으니 어디에 올려놔도 세련되어 보입니다. 거기에 얇고 가볍죠. 한국 시장에 맞게 배터리 교체형으로 수정해서 내놓은 것도 좋았어요. 단 하나의 스마트폰을 권한다면 항상 G2를 권합니다.
… 그런데 초기의 마케팅. 한국에서 ‘공짜’란 이름이 붙은 마케팅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지…
G패드, 굉장히 잘 나온 안드로이드 태블릿입니다. 사실 넥서스7이랑 비교하는 것은 조금 어불성설. 제품 자체의 만듦새가 훨씬 더 뛰어납니다. 저가 보급형 넥서스7 이랑 비교될 제품은 아니죠. 갤탭이라면 모를까… 어떤 것을 읽고 보기에 적당한 제품입니다. 만화책 보실 분들에게는 정말 딱이고, 책이나 웹페이지 읽을 때도 좋습니다.
… 그런데 G패드의 가격을 꼭 그렇게 잡아야 했을까요? 그래놓고는 결국 49만9천원에 처음부터 팔 거면서… 제품은 잘 만들어놓고 가격 책정 때문에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습니다. 이건 G패드 사용자로서, 화나요. 이 좋은 제품을… (그리고 듀얼 윈도우 기능은 왠만하면 좀 G패드에도 넣어주시죠?)
G 플렉스, 참 독특하고 재밌는 폰입니다. 솔직히 완전 게임 + 동영상용 스마트폰입니다. -_-; 처음 잡았을 때 느낌이 딱 휴대용 게임기였는데- 정말 이 제품을 쓰면서 게임하는 시간이 늘었…. 6인치 화면의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약간 휘어진 화면은 뭔가를 잡고 조작하기도 좋습니다. 영화를 볼 때도 최고의 제품입니다. 이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동시에, 디스플레이가 아쉽습니다. 화질의 LG 제품만 써왔던 사용자 입장에선, 아몰레드의 푸르딩딩한 화면이 처음엔 낯설었거든요. 기술력의 한계라지만 해상도도 떨어지고. 거기에 이 제품은, 휘어졌다-나 셀프힐링으로 승부해선 안됐을 폰이란 생각입니다. 휘어진 화면으로 뭘 할 수 있는 지를 가지고 승부했어야지.
뷰3는 정말 뭔가를 읽기에 좋습니다. 사실 이 제품은 별 불만이 없어요. 가장 특이하면서도 (4:3 화면비) 가장 무난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단점(?)은 자꾸 뷰 시리즈는 G 시리즈에 넣기 싫어한다는 점이랄까요. G뷰3, 뭐 이런 이름을 붙여줘도 좋을 것 같은데요.
라인업 완결 뒤에 오는 것들
개별 제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LG전자에 대해 가장 아쉬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꾸 1등 기업이랑 맞먹을려고 한다는 것(응?). 이건 비웃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제안입니다. 1등 기업과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은 좋습니다. 스스로를 1등이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려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1등도 아닌데 1등 대접 받기를 원하면 안됩니다.
LG전자의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사실 예전 휴대폰때도,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는 주춤하다가, 시장이 소강상태(으응?)에 들어갈 무렵 공격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프라다’였죠. 나중엔 ‘초콜릿폰’이 있었구요.
올해 사람들이 스마트폰 선택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 그 다음엔 감성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G 시리즈는, 이제 겨우 상대방이랑 비슷한 선상에 도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턴, 사람에게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품에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사람들의 품에 파고 들어가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같은 편에 서 있다고 보이는 것. 회사의 입장을 자꾸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견에 최대한 귀기울이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응원하고 싶어지는 기업이 되는 것.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
그래서 소녀시대 같은 완성된 아이돌이 아니라 카라 같은 응원하고 싶어지는 팀이 되는 것. 과한 욕심을 덜어내고 좀 더 가벼워지는 것. 때론 생각지도 못한 기발함도 선보이는 것. 아무도 안만들 것 같은 폰도 만들어 보는 것. 하드웨어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G시리즈의 완결이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도약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설령 그렇게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회사를 이해해주길 바라면 안된다는 것만큼은,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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