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과 게임의 미래

색칠하기 놀이용 종이가 있습니다. 흰 도화지에 그려진 바탕 그림에, 색칠을 하면 예쁜 그림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태블릿PC를 이용해서 그 그림을 비춥니다. 갑자기, 내가 색칠한 캐릭터들이 종이위에서 튀어나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최근에 출시된, 구글 크롬빌(chromville)이라는 앱을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간단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크롬빌의 웹사이트(링크)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밑그림을 다운로드 받고, 그 그림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색을 칠한 다음, 크롬빌 앱을 실행시켜서 비춰보면 끝. 그것만으로도, 그림속 캐릭터가 자기가 색을 칠한 그대로 살아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증강현실이라 부릅니다. 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처럼 느껴지는 가짜 세계를 의미한다면, 증강현실은 위에서 본 영상처럼, 실제 환경에 가상 현실을 합성해서 마치 진짜 세계에 그런 가상 현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다만 둘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고, 보통 증강현실을 가상현실의 한 분야로 여기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현실을 지우다

 

증강 현실이 히트한 것은 몇년 전, 스마트폰 보급 초기였습니다. 스마트폰에 붙은 카메라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었죠. 게임도 하고, 번역도 하고, 정보도 자동으로 검색해서 알려주고… 이때만 해도 증강 현실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금방 식상해졌고, 번역은 질이 나빴으며, 정보 검색은 그저 한숨만… 나오게 되는 것을 본 이후로, 관심히 급격히 식어버린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먼저 2014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선 기념품으로 골판지 DIY 가상현실 헤드셋을 나눠줬습니다.

이 제품 역시 사용법이 간단합니다. 골판지를 잘라 안경형태로 만든 다음, 구글 카드보드 앱을 실행시킨 스마트폰을 그 안에 넣으면 됩니다. 그럼 구글 에서 제공하는 투어 가이드나, 구글 어스 같은 앱을 가상 현실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 및 재료 역시 이미 인터넷에 공개 되어 있기 때문에(링크), 원한다면 누구나 따라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역시 가상 현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 3월, 페이스북이 23억달러에 인수한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찍은 영상입니다. 원래는 단순한 가상현실 헤드셋이었는데, 올해 들어 ‘포지셔닝 트래킹’이란 신기술이 적용되어 머리의 움직임까지 추적해 화면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를 타고가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 창문이 보이고, 왼쪽으로 올리면 왼쪽 창문이 보이는 식입니다.

눈을 가려야 얻어지는 가상현실?

그런데 가만히 보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예, 구글 카드보드도 그렇고 오큘러스 리프트도 그렇고, 최근 나오는 가상현실 제품들은 모두 눈가리개 형태…-_-;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자극 가운데 시각 정보가 가장 많은(약 70~80%)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이란 것이 결국 감각기관에서 느끼는 진짜 현실을 가짜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인 시각을 바꿔치기하면, 우리가 느끼는 현실도 바꿔치기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들은 이렇게 헤드셋처럼 생기진 않았습니다. 주로 비행기나 차량 운전 기술을 훈련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인데요- 이 경우 폐쇄되거나 3면이 막힌 공간에 대형 스크린을 배치해서 가상 현실을 구현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그럴듯하긴 하지만, 너무 크고 너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비행 시뮬레이터의 대당 가격은 약 150억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그럼 최근에 나오는 장비들은? 아쉽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는 장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개발자용 킷트를 기준으로 놓고 볼 경우엔, 확실히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앞서 소개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 약 40만원정도. 실제 기기가 나와도 소매가 100만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왜 가격이 떨어졌을까요? 굳이 커다란 설치형 형태로 만들 필요없이, 헤드셋 형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동안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장치는 성능은 월등히 좋아지면서도 가격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저렴해졌는데요- 이런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 가상현실 장치가 개인들이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가상 현실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여기에 동작인식 기술을 통해, 굳이 거대한 기계 장치속에 갇히지 않아도 충분히 현실감있는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구요.

가상현실, 현실에 돌아오다

또 하나. 가상현실 기기들을 보면 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역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값이 싸다고 모두가 그 물건을 모두 구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물건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예전에 많이 광고했던 3DTV는 결국 3D로 볼 영화가 별로 없어서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가상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마침 가상현실 기술과 딱 맞는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었던 겁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다 실감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니까요.

물론 단순히 헤드셋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간 제품들도 있는데요- 위 영상의 버투익스 옴니는 단순히 눈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 속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입니다. 하단에 360도로 움직이는 런닝머신이 달려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실제로 뛰거나 걸을 수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게임을 해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운동량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영상에서는 천천히 움직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할 때는 빠르게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감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많이 환영받는 곳은 역시 군사 분야. 주로 극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훈련을 대체하고, 안전한 곳에서 무기를 콘트롤하기 위한 용도로 테스트중인데요.

위 영상은 미 육군 병사들이 가상 현실 장비를 이용해 작전 수행 훈련을 받는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사용되는 가상 현실 프로그램이, 실은 PC용으로 나온 게임을 훈련용으로 다시 수정한 프로그램이란 사실입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여행 프로그램이나, 참여형 다큐멘터리를 만드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 영상을 만든 곳은 애틀란틱 프로덕션이라는 곳입니다. 이 곳에선 최근 360도 촬영을 통해, 보르네오 정글을 탐험하는 가상 현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보르네오 정글을 360로 돌아보는 것이 가능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가상현실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오큘러스 리프트 인수 이후, 홈페이지에 올라온 페이스북의 공식 성명서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가상현실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가상현실은, PC와 모바일 이후의 새로운 미래, 일하는 방식, 게임,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등을 모두 바꿔놓을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진 요원합니다. 현재까지 출시 예정인 가상현실 기기들은 아직, 그의 희망에는 조금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드셋도 무거운 편이고, 화면 해상도가 낮아서 눈이 아프다거나, 멀미나 어지러움증을 일으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래도… 모르겠다-라는 물음표를 남겨두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에 돌입해 있습니다. 굳이 빅데이터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전기량, 교통량, 모의 전쟁, 편의점이나 마트 재고를 비롯해 많은 것들이 데이터를 통해 이해되고 통제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고 이해해야 살아남는 시대에, 증강현실은 분명 사물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도 마찬가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재난 체험 게임은 우리가 다양한 상황에서 맞닦드릴 재난 상황을 이겨내는 훈련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당장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을 체험하게 하며, 그 가운데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이나 살아가는 방법을 변화시키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능성들을 부인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습니다.

지금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이나 SNS를 통해 얻은 가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공대장…-_-이나 길드장의 경험을 응용해 효과적으로 팀 리더가 되는 사람들도 있고, 필요한 맛집 정보가 있으면 즉시 SNS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상 현실도, 앞으로 그런 변화의 한 부분이 충분히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부작용이란 것도, 충분히 고려하긴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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