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구글 리더 종료, 우리가 알고 있는 웹의 종말(링크)‘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우리들의 콘텐츠 소비 스타일이 변함에 따라 등장한, 당연한(?)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웹드라마라는 말은 아시나요? 아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드라마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들어 보신 적은 있을 겁니다. 웹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 SNS 드라마등 다양한 형태로 불리고는 있지만, 간단히 말해 ‘손 안에서 즐기는 모바일 스마트 영상’입니다. 책으로 보던 만화가 웹툰으로 옮겨간 것처럼, TV에서 보던 드라마나 영화가 웹드라마로 옮겨간 것이죠. 간단히 말해, 스낵컬처화된 드라마-입니다.
시작은 지난 2월에 제작된 ‘러브 인 메모리’, 조윤희와 정겨운이 주연이었던 이 웹드라마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약 10여편이 제작되었습니다. 최근 티빙에서 1, 2화를 제공했던 CJ E&M의 4부작 ’20’s 스무살’ 역시 이런 웹드라마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점점 TV를 보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니, 스마트폰 이용자에 맞는 콘텐츠 장르를 또 하나 개발하기 시작한거죠.
스마트폰 세대에 맞춰진 것이니만큼 웹드라마의 내용 역시 젊은 세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오히려 TV등에 방송되는 콘텐츠보다 제약이 적은 편이지만), 주시청자가 10대/20대인만큼 아이돌과의 연애나 취업, 초능력 판타지등 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러닝타임요? 스낵컬처 드라마답게 짧습니다. ’20’s 스무살’의 러닝타임은 고작 20분.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이용하는 시간은 주로 출퇴근 시간이니, 이 시간안에 쉽게 집중해서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Tv에서 방송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들이 제공되는 곳은 포털이나 동영상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 심지어 웹으로도 볼 수 없고 스마트폰앱으로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제작비도 적게 들어가는 편이구요.
…자,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면, 웹드라마의 진짜 장점은 이런 것이란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편성에서 자유롭고, 제작비가 적게 들며, 이야기를 복잡하게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돌 스타들도 연기력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아시아에 판매할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웹드라마를 누가, 왜 만들고 있는 거죠?
PPL의 진화, 웹드라마로 이어지다
사실 이런 웹드라마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20세기말에서 21세기초 인터넷 버블이 일었던 시절에는 웹전문 방송국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기도 했으니까요. 당연히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도 이때부터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망한 뒤에도 DMB 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착실히 정착되어가고 있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마시마로, 오인용등으로 대표되는 플래시 무비가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2006년경부터는 UCC 열풍을 타고 수없이 많은 인터넷 영상들이 제작되어 왔으며, 이런 UCC 열풍을 통해 인기를 얻게된 가수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웹드라마는 이런 흐름속에 있지만, 조금 다른 탄생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충분히 즐길만한 초고속 이동통신망(쉽게 말해 LTE)의 보급이 이뤄진 상황이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데이터 이용요금을 더 받고 싶은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LTE 망을 꼭 이용해야할 만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찾고 있었고, 그 와중에 동영상이 킬러 콘텐츠로 손꼽히게 된 겁니다.
두번째는 이 와중에 콘텐츠 유통 강자를 꿈꾸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들의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카카오 페이지나 다음의 프리미엄 콘텐츠 마켓인 스토리볼-등, 유료 콘텐츠 유통망을 꿈꾸는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들 핵심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에미상을 수상한 인기 웹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선전이 크게 영향을 줬다고 보여집니다.
세번째는 PPL 입니다. 몇년 전부터 드라마속 간접광고(PPL)에 대한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콘텐츠 안에서 대놓고 광고를 보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웹드라마가 제작비에 비해 광고 효율이 상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니, 스스로 웹드라마를 제작하겠다(=제작 비용을 대고 대본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래서 최근 제작되는 웹드라마는 통채로 기업 PPL이나 CF인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요몇년간 제작되는 TV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에 연연하다 보니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원하게 됐고, 이는 ‘응답하라 1994’등의 히트로 이어졌으며, 웹드라마 역시 이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웹드라마의 생존법, 문제는 다시 콘텐츠다
흐름은 아직 괜찮아 보입니다. 제작비를 대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출연을 꺼리지 않는 연예인들도 많으며, 만들면 열심히 봐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수많은 동영상 트렌드가 그런 식으로 반짝했다가 시들었다는 것을 또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인터넷에서 “과연 누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왜 이용하고, 무엇을 이용하며, 과연 얼마까지의 비용을 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대로 찾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결국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뻔한 결론밖엔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고 그것을 유통시킬 다양한 환경이 있어도, 살아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웹에서는 아무도 돈을 내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광고로 먹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구글 모델 같지만 실은 지상파 방송국이 이제까지 해왔던 모델입니다. 지상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사의 콘텐츠를 ‘푸쉬’할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시스템에 기반해 광고비를 받아왔습니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이 그 시스템입니다. 네이버나 구글은 그것을 자신들쪽으로 가져왔을 뿐이구요.
한때는 영화, 게임, 소설 등 원작 단계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한 이른바 ’빅 브랜드‘가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주인공으로 점차 등장할 것이란 예상도 했었습니다. JTBC가 손석희를 브랜드로 내세운 뉴스를 통해 얼마나 이미지가 달라졌는지만 살펴봐도, 이는 명백한 사실이고, 지난 십여년간 미국 방송사들이 수차례 구사해온 전략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난 1년간 종편 채널등에서 수차례 선보인 빅브랜드 전략이 실패했던 사례는 성공사례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웹드라마는 앞으로 어떻게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웹드라마를 지지하고 있는 기반을, 장기적으로 보면 다 버려야 합니다. 기업의 투자, 전략 독점 콘텐츠, 싸고 빠르게 만들수 있는 패스트 콘텐츠… 이런 것들을 언젠가는 다 버려야 합니다.
모바일 동영상 기반의 OSMU(One-Source Multi-Use) 전략은 빠르게 확대되겠지만, 무엇보다 ‘응답하라 1994’, ‘꽃보다 할배’처럼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웹드라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와 즐거움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콘텐츠는 재미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아이디어도, 이야기 분량도, 웹이라는 매체도, 인기 아이돌도, 알고보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현재까진 결국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안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그것을 대규모로 푸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연합할 것. 어쩌면 지금은 그 정도를 만들어가는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 영상으로 방영되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들을 찾아낼 것, 짧은 시간안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을 발견할 것 등등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제 짧은 고민은 이 정도입니다.
응응? 그럼 결국 아까말한 뻔한 결론…이랑 뭐가 다르냐구요? 맞습니다. 같습니다. 사실. 뭐 어쩌겠어요.
결국 콘텐츠의 본질은 백만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단 말입니다!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