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그리고-

1. 눈을 감고 걸어봅니다. 한 발짝, 두 발짝, 몇 발짝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렵습니다. 조금 망설이다가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걸어갑니다. 두근두근. 꽤 많이 걸어온 것 같습니다. 아아, 눈 감고 그래도 꽤 걸었네-하고 멈춥니다. 눈을 뜨니 에노시마 바닷가가 보입니다. 뒤돌아보니, 에게게?? 겨우 열 발자욱 걸은 것이 전부입니다.

헛웃음이 나옵니다. 아아, 나는 용기내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요만큼이 전부입니다. 겨우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뿌듯해 했는데, 돌아보니 겨우 요만큼입니다. 산다는 것도 이런 걸까요.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무섭습니다. 용기를 내 조금 더 걸었는데, 겨우 요만큼까지입니다. … 그런데도, 더 눈감고 걸을 용기는 없습니다.

2. 예전엔 디지털 문화가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이제,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살 수 없게된 요즘, 저는 다시 아날로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도쿄 여행에서 만난 헌책방 풍경에서, 데이터 로밍을 하지않아 별 쓸모가 없어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그냥 하염없이 터덜터덜 걸으면서, 이 작고 네모나고 빛이 나는 기기에서 조금 멀어질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자꾸 자기를 봐달라고 보채는 기기를 앞에두고, 다르게 살 궁리를 해봅니다.

…뭐, 결론은 별 것 없더군요. 처음엔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질 생각을 했는데, 그냥 무작정 이 녀석을 멀리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와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눈을 붙이고 있기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결국 이 녀석에게서 눈을 뗄 시간을 찾아야 하는데,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유혹이 가득차 있고, 나도 당신도 그런 유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딱 하나 보인 길이 있다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

3. 길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살아보니 산다는 것도 그닥 별 것 없네요. 얼마살지도 않았는데 별 생각을 다합니다. 하루하루, 큰 일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란 생각. 그래도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천천히 길을 걷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을 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데로, 날이 추우면 추운데로, 맑으면 맑은데로… 블링블링, 예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입니다. 그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재밌고, 행복해 질 때가 있습니다.

올 한 해, 아날로그 + 디지털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제 테마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분간 제 테마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아닙니다. 우리가 더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일테니까요. 나와 당신, 그리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와 어쩌면 스쳐지나갔을 사람들에게도.

그래서 올해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춤을 추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꾸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살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을 괴롭히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괴롭히더라도, 부디 이쁘게 봐주시기를-

그런 의미에서,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응?).

* 원래는 생일 인사 남기려고 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주일간 블로그를 끊어보는 바람에… 결국 이제야 글 올립니다. ㅜ_ㅜ 뭐 그래도 생일 자축 여행에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하고 돌아왔으니, 다행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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