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궁금증이 드는 가운데, 현재 인터넷 뉴스 서비스가 어디까지 진화해왔고, 어떤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지 알고 싶어집니다. 올드 미디어가 몰락하고 포털 사이트와 스마트폰으로 뉴스 소비의 중심이 이동해버린 지금, 과연 뉴스 서비스는 어느 자리에 도착해 있을까요?
올드 미디어는 몰락했다, 하지만...
사실 올드 미디어가 몰락했다고 말하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지상파와 종이 신문은 여전히 세상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터넷이 생활화 되어 버린 지금,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변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TV와 신문의 영향력 역시 포털 사이트를 통과해야 생기는 것이 되버렸으니까요. 동시에 블로그를 비롯한 오픈 저널리즘의 등장 역시 각광을 받았습니다.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의견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문제점을 가져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어떤 문제점이냐고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이 뭐가 진짜 중요한 정보인지 알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들로 도배된 더미 기사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것. 마지막 하나는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SNS와 스마트 기기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콘텐츠 제공자와 서비스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서비스들은, 기존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문제점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새로운 서비스들은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을까요? 여기서 다시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기존 미디어/ 대안 미디어/ 뉴스 서비스의 접근 양상이 서로 다른데요- 기존 미디어들은 기사를 만들고 보여주는 형식 자체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기본적인 목적이 읽을거리의 제공이라면, 기사의 힘은 역시 기사 그 자체에 있고, 그 기사 자체를 어떻게 만들고 읽힐 수 있을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기성 언론의 실험적인 기사들
대표적인 것이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 가디언지의 'NSA file Decoded' 같은 몰입형 인터랙티브 이야기(immersive interactive story) 기사의 등장입니다. 읽는 형식에서 보는 형식으로 바뀌어 제작된, 새로운 형태의 탐사 보도 기사들이죠. 예전 기사들과는 달리 이런 인터랙티브 이야기들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보다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기사 내용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보다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되는데요- 실제로 스노우폴의 경우 보도 6일만에 290만명이 이 기사를 읽었고, 작년에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했습니다.
▲ 뉴욕타임즈, 스노우폴
▲ 가디언, NSA file Decoded
그 밖에도 꽤 많은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변화 방향은 인터랙티브, 오픈, 데이터 저널리즘의 3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오픈 저널리즘. 기사 아이템의 수집과 작성에 시민들의 참여를 받아들이는 형태인데요- 역시 가디안의 '오픈 뉴스 리스트(링크)' 코너가 대표적입니다.
내용이 아니라 경험, 기술 기업의 접근 방법
매스 미디어 바깥, 테크 기업들의 접근 방법은 이와 다릅니다. 기존 매스미디어의 접근이 '기사 내용'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테크 기업들은 뉴스를 서비스의 차원에서 다룹니다. 달리 말해 이들에겐 인터넷 이용 시간중 뉴스 소비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보다 읽기 좋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우리 플랫폼에 얼마나 오래 머물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전엔 플립보드나 펄스, 피들리 같은 전문 뉴스 읽기 서비스가 대세였다면, 이젠 야후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 영역에 뛰어드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페이스북 페이퍼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대단합니다. 무엇보다 반응 속도가 아주 빠른데다, 기존 전문 뉴스 서비스에서 인정받았던 인상적인 기능들을 상당수 품에 안았습니다. 그래서 읽기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줍니다. 물론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응?) 조금 더 사용해봐야 이렇게 뉴스를 읽는 것이 편한지 불편한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일단 처음 사용해본 경험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최근의 뉴스 트렌드가 ‘얼마나 많은 클릭을 하느냐’에서 ‘얼마나 많이 사람들에게 공유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이런 추세를 고려한다면 페이스북 페이퍼는 유심히 지켜봐야할 앱인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래봤자 아직, 한국에선 그림의 떡이지만요.
반면 야후에서 나온 뉴스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전혀 다른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동안 너무 많은 뉴스에 질려버린 사람들, 뉴스에 치이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앱입니다. 이름은 야후 다이제스트. 오전/오후 두 번에 나눠, 야후 편집자들이 선택한 뉴스 십여개만을 보여줍니다. “흥미를 끄는 뉴스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꼭 알아야할 뉴스”만을 보여주는 것이죠.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 않아서 크게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성공하는 지/실패하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뉴스를 새롭게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뉴스 서비스나, 아주 짧게 핵심만을 보여주는 뉴스 서비스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들 가운데 어떤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특정 그룹을 위한 뉴스 사이트는 한국에선 '커뮤니티'의 형태로 이미 흡수되었기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짧은 형식의 뉴스는 크게 먹힐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형식적 시도는 늘상 있어왔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이제까지 별로 없었거든요.
과연 이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호응받고,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잡을 서비스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좀 더 지켜볼 노릇입니다.
더 많은 관련 뉴스 서비스에 대해 궁금하시면 슬로우 뉴스의 두 글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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