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미래다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사람들. 안좋은 소식을 들어서, 메시지를 남겼는데 답장이 없어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속상해서 … 그래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든 이후, 눈물 흘리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스마트폰 화면이 깨져서. 화면이 깨졌는데 수리비가 너무 비싸서. 그래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깨진 액정 화면의 스마트폰을 그냥 들고 다닌다. 볼 때 마다 속상하지만, 일단 사용할 수는 있으니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그래서 태어났다. 무슨 소리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당신 모습이 그려지지만, 사실이다. 휘어지는 스마트폰, 휘어지는 화면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보다 얇고, 가볍고,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가 있다. 화면이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친구들을 만날 때 가끔 LG G플렉스를 휙- 책상 위로 던져서 보여주고는 한다. 잘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 다음엔? 휘어져 있는 스마트폰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서 펴 보인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역시 휘어지는 것이니까. 물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휘어지는 스마트폰은 강화 유리를 장착했기에, 이런 특성을 100%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면서도, 견딜 수 있는 이상으로 구부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거참, 자랑 한 번 하기 참 힘들다.

그럼 단순히 구부러져있는 형태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접었다 폈다 하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는 없을까?
가능은 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실 접었다 폈다만해도 꽤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콤팩트 파우더 형태로 탁- 접어서 핸드백에 넣어둘 수도 있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두면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그래서 바디 라인을 해치지 않는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베젤이 아예 안보이는, 하나의 화면이 스마트폰 앞면과 옆면, 뒷면을 감싸는 스마트폰은 내년쯤에 나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접어서 다니거나, 통화를 할 때는 살짝 구부렸다가 인터넷을 할 때는 평평하게 펼 수 있는 제품은 어떨까?

디자이너들은 아예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거나, 팔목에 스마트폰을 감고 다니거나, 뗐다 붙였다 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진화의 최종 단계. 지금은 투명 메이크업 정도로 한 듯 안한 듯 구부러지는 것이 전부다. 풀메이크업을 통해 완전히 변신하는 스마트폰을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지도 모른다.

꼭 스마트폰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휘어지는 화면은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기기에 사용될 지도 모른다. 너무 커서 부담되는 태블릿PC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책처럼 보지 않을 때는 반으로 접었다가 쓸 때는 양쪽으로 펴서 사용해도 된다. 거기에 튼튼하기까지 하니 아이들을 위한 전자교과서는 이런 제품으로 대체될 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앞유리에 부착해 길안내를 하거나, 팔찌 같은 형태의 스마트 워치를 만들거나, 심지어 스마트 썬글라스나 작은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스마트 자켓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투명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이미 연구중이다. 어쩌면 손거울 대신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만든 작은 화면을 접어가지고 다니면서, 거울로 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솔직히 말하자.

미안하다. 사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등장을 반기는 것은, 우리들보다는 디자이너들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제품 디자인에는 한계가 있었다. 까놓고 말해 화면 크기를 제외하면 외형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곡면 유리가 도입되면서 건축 디자인이 엄청나게 바뀐 것처럼, 휘어지는 화면을 쓸 수 있게 되면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지게 된다.

굳이 사각형을 고집할 필요도 없고, 얇은 판 느낌의 디자인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유선형 스마트폰, 육각형 스마트폰 등의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는 꽤 많이 제출된 상황이다.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렇게 디자인이 바뀌면 우리가 제품을 만지며 느끼는 경험도 많이 바뀌게 된다. 그런 변화가 지금,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지금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 보그 코리아 2014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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