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농담입니다. 실은 이 행사가 열리는 오스틴이 미국에서 남서쪽에 있기에 생긴 이름입니다. 우리에게 낯익은 축제라고 하면 좀 그렇고, 한국에선 북미 최대의 음악 쇼케이스 정도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이번에도 박재범, 현아, 잠비나이 등의 뮤지션등이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IT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987년 음악 축제로 시작됐다가, 94년부터 영화와 멀티미디어 섹션이 생기고(인터넷과 CD롬이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점이죠), 99년 멀티미디어 섹션이 인터랙티브 섹션으로 이름을 바꾸면서(벤처 버블이 일어나던 시기입니다.) IT와도 나름 밀접해진, 그런 축제입니다.
뭔가 SXSW랑 안어울리는 느낌도... ^^;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트위터나 포스퀘어가 바로 SXSW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케이스입니다. 2008년 SXSW에서 트위터가 소개된 이후 9개월만에 50만 이용자가 80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하죠. 그 이후 신생 기업을 찾으려는 벤처 투자자들도 많이 오고, 투자자를 찾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되었습니다(작년에 이곳에서 성사된 투자금액만 해도 약 5억달러). IT와 뮤지션과 영화광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흔치 않은 축제인 셈입니다.
그럼 올해 SXSW 2014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와 제품들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개인 정보와 인터넷, 누가 안전을 말하는가?
SXSW 2014에서 눈에띈 트렌드라면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올 한 해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될 것입니다. 지난 몇 년이 기성 시대(?)의 낡은 규칙들이 폭로되는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에 맞서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짐작하셨듯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알고리즘이나 로봇 같은 자동화된 처리 방식이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세번째는 나중에 따로 한번 다뤄보기로 하고요...
올해 SXSW 인터랙티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세션중 하나는 바로 미국무부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던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와 작년에 미국 국가 안보국(NSA)의 불법 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화상 대화 였습니다. 줄리언 어산지의 화상 대화는 기술적인 문제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자신이 불법을 고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3천 관중의 큰 박수를 얻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강제로 주어진 환경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국가가 국민의 정보를 감시/통제하는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논쟁이 앞으로도 펼쳐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여기에서 사업 기회를 눈치채고 움직이고 있기도 하구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진짜 대세다
물론 그런 사업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올해 SXSW 2014에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올해 SXSW는 트위터같은 새로운 스타트업 스타는 없었습니다. 대신 애플, 구글 같은 전통적인 회사들이 활약한 축제였죠. 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는 SXSW답게 특이한 것들을 여러가지 볼 수가 있었는데요- 가장 특이했던 현상은, 구글 글래스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구글 글래스가 사용할 가치가 있는가/없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지만, SXSW에서만큼은 남들의 주목을 받을 필요없는 평범한 기기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SXSW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소프트웨어 제작 키트(SDK)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글 글래스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아이워치 같은 제품들이, 진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를 이끌게 될까요? 글쎄요. 성급하게 단정하긴 어렵지만, 어쩌면 올해 우리는 전혀 새로운 회사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아래에 소개할 니미(발음이...;;)나 스컬리 헬맷 같은 회사나 제품을 말이죠.
SXSW 2014에 열린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행사(스타트업 엑셀레이터)에서, 심장 박동으로 개인 인증을 하는 스마스키 Nymi(니미)는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기기는 아니었지만, SXSW에 참석한 벤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진짜로 심장 박동을 통해 귀찮은 인증 및 암호 입력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호환되는 서비스만 많다면 정말 하나 가지고 싶은 제품입니다.
아, 하지만 SXSW 엑셀레이터 상을 수상한 것은 다른 제품이랍니다. 전에도 한번 소개했던, 스컬리 헬맷인데요. 오토바이를 탈 때 쓰는 헬맷 안에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입니다. 원래는 GPS를 비롯해 주행속도등 여러가지 정보가 표시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주로 후방 카메라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 헬맷을 쓰고 달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아실 거에요.
IT와 예술이 만나는 이유
그 밖에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를 가상 현실 체험 장치 ‘오큘러스 리프트’로 체험하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역시 예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단순히 가상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걷거나 뛰는 것까지 체험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가상 현실을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얼른 이런 전시회가 열려서, 저도 한번 체험해보고는 싶습니...
* 이글루스에 동영상 삽입이 안되서, 관련 영상 링크로 대신 합니다.
http://www.geeksugar.com/Game-Thrones-Oculus-Rift-Experience-Video-34323134
무인항공기 드론을 이용해 사람을 스턴건으로 저격하는 기술도 시연되었습니다. 일종의 개인용 호신장비, 보디가드용 장비라고 하고,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무인 항공기가 사람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이 보여졌기 때문에, 알려지자마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제품입니다.
* 역시 같은 이유로 링크로 대신 합니다.
http://money.cnn.com/video/technology/2014/03/09/t-sxsw-drone-stun-chaotic-moon.cnnmoney/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음악과 정보통신기술은 예체능과 이과처럼 서로 다른 분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SXSW에선 이들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있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한데 모이는 것은 아닙니다. ^^; 올해도 인터랙티브 부분은 3월 7일~11일, 영화는 3월 7일~15일, 음악은 3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등 열리는 날짜가 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데 어우러 질 수 없을 것도 없죠. 왜냐하면 이들에겐, 그러니까 IT와 영화와 음악에겐, ‘새로움’과 ‘창의성’이란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것과 창조적인 것을 찾는다는 점에서, IT와 예술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현실은 시궁창일수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