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속에 들어있는 수학 이야기

사실 전 수학 못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첫날, 배부받은 수학 교과서를 보고 질려서 이과였다가 문과로 넘어가 버린… 사람이니까요. 조금은 잘했던 적도 있습니다. 상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때는 수학 경시 대회에서 반 1등…-_-;을 했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면 뭐하나요. 지금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간단한 덧셈조차도 계산기로 돌려버리는데.
▲ 저에겐 수학왕이 될 자질이 애초부터 없다고 믿습니..

컴퓨터의 본질은 숫자 계산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IT 분야는 수학과 관련이 깊습니다. 당장 IT 업계 주요 인사들이 수학과 깊은 인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얼마 전까지 CEO를 맡았던 스티브 발머는 하버드 대학 수학과 출신입니다.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중 한 명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HP에서 만들었던 것도 계산기였으며(응?), 구글을 만든 세르게이 브린은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모두 수학자입니다. 그 밖에도 IT 기업을 창업해 성공한 사람들중에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컴퓨터 자체가 0과 1의 세계잖아요? 자료를 입력해 숫자로 변화시키고, 변화된 숫자값을 이용해 계산하고, 계산된 결과를 다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바꿔서 내놓는 것이 컴퓨터의 본질입니다. 그러니까 고급 전자 계산기인 셈이죠.

하지만 단순히 계산을 잘한다고 IT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 IT 업계에서 성공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라고. 문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풀 과정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고.

실제로 수학을 잘하는 분들을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방법이 필요하겠다-라는 큰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 사고 방식이 IT 업계에서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능력을 꼭 수학을 잘하는 분들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고, 또 IT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수학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을 보세요.).

IT 분야 모든 곳에 녹아 있는 수학

사람이 아니라더라도, IT는 본질적으로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IT 분야에서 수학이 사용됩니다. 그 이유는, 컴퓨터가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결정하는 것이 수학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컴퓨터는 계산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어떤 계산을 어떤 순서대로 해야할 지는 결정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컴퓨터가 계산하는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알고리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풀어야할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그 문제 해결 방법을 사람이 생각해내고, 그것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번역한 다음에 이렇게 계산을 하라고 컴퓨터에 명령해야만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컴퓨터가 작동하는 기반이 된 수학 논리를 불리언 논리라고 부릅니다. 0과 1의 두 숫자만으로 모든 논리를 생각하는 로직인데요. 19세기 수학자 조이 불이 고안해냈다고 해서 불리언 논리라고 부릅니다. 이 논리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의 컴퓨터이구요.

물론 우리는 그것을 쉽게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안전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인터넷 검색엔진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빠르게 필요한 것만 찾아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수학 덕분이지만, 수학은 언제나 뒷편에 숨어 움직이는 어떤 것이라,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개발된 컴퓨터가 활약하는 요즘이라서 그럴까요? 수학자들의 활동 범위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금융기관과 보안 산업을 비롯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로 활동하는 등 수학자가 진출해 있는 분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데이터로 변환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의 인기가 높아지는 거죠.

…물론 모든 수학자가 이런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수학자들이 활약할 분야가 점점 더 넓어져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농담아니고 앞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똑똑한 친구가 있다면, 수학, 그 중에서도 데이터 과학자를 한번 고민해 보라고 하세요.

수학에 다시 접근하는 재밌는 몇가지 방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하면 어렵고 무시무시한(?) 학문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분명히 숫자에 대해 익숙해져야할 시대인데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수학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거세된 기호들이 난무하고, 계단식으로 배워야할 부분이 많아서 한 단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ISAO님 블로글(링크)을 보면 수학 실력은 노력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점점 숫자에 강해져야할 필요는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다시 수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없을까요? 일단 저부터가 급한 문제이긴 합니다만..

먼저 EBS에서 만든 수학 교육 영상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3D그래픽으로 만든 사이버 캐릭터 세미를 이용해 초중고 수준의 수학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흥미를 느끼기가 쉬워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에겐 템포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지만요.
블랭키스트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용 앱도 있습니다. 암산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산수…-_-앱인데요. 닌텐도의 두뇌 트레이닝에서 쓰는 방법과도 약간 비슷합니다. 나는 숫자에 너무 너무 약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앱을 통해 뇌를 단련하시고 수학에 도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글 플레이_BLANKIST

바로풀기라는 스마트폰용 앱도 있습니다. 모르는 수학 문제를 질문하면 다른 사람들이 답변을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모르는 수학 문제 때문에 답답할 때, 그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서 바로 올리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답변이 동영상으로 달리는 것도 특이하네요.

책으로 한번 맛보고 싶다-라는 분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책도 있습니다. 음… 솔직히 수학관련 책은 저도 아직 못읽어 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앞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_-; 소개하는 책들입니다. 마흔에 다시 읽는 수학은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세상의 문제를 푸는 지혜…에 대해 얘기하는 책인데, 재밌다고 합니다. 수학걸은… 역시 재밌는 수학 소설이라고 많은 분들이 추천하시네요.

마흔에 다시 읽는 수학 –
오카베 쓰네하루 지음, 김정환 옮김/예인(플루토북)
수학 걸 –
히로시 유키 지음, 김정환 옮김/동아일보사

컴퓨터 과학, 또는 위에서 소개한 알고리즘-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그나마 쉽게…-_- 설명되어 있습니다. 소설책과는 달라서 후딱후딱 책장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 알고리즘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흥미를 가지실 수는 있으실 거에요.

미래를 바꾼 아홉 가지 알고리즘 –
존 맥코믹 지음, 민병교 옮김/에이콘출판

하아. 그나저나… 수학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심장이 떨리는 이 증상을 먼저 고쳐야 -_-; 수학을 다시 공부해보고 싶을 텐데요. 이거 무슨 수학이 괴물처럼 느껴지니… 이거 닌텐도를 사서 ‘도라에몽과 진구의 수학 대모험’이라도 먼저 해봐야 좀 수학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질까요?

2014 서울 세계 수학자 대회 기념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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