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것들

삼성전자에게 미래가 있을까? 지난 7월 8일, 삼성전자는 2분기에 7조2천억원(잠정)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어닝쇼크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시장 최저 기대치인 7조 5천억원에도 못 미친 금액이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가장 흔한 이야기는 삼성전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분기당 7조가 넘는 이익을 거두고 있으며, 기대에 한참 못미친 영업이익을 올려도 주가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에게 어울리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살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왜 삼성전자는 위기에 빠졌을까? 지금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것들 5가지 것들을 짚어본다.

1.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이번 위기는 전체 영업이익의 70%이상을 차지했던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어느 정도 성능의 평준화가 이뤄졌으며 앞으로는 개도국 중심의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스마트폰들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 레노버 등이 내놓는 주력 제품들은 성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이렇게 싼 제품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지역 협업 체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진 지역엔 수많은 전자 부품 회사들이 몰려 있어, 그때그때 필요한 부품을 재빠르게 공급받아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여기에 오랜 기간 기술 노하우를 쌓아온 대만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게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중국은 몇몇 핵심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만들 수 있으며, 중국산 부품만 사용할 경우 스마트폰 원가를 10만원 이하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과는 달리 수직 계열화 없이도 값싼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중국 정부의 자국 회사 보호 정책까지 더해졌다.

2. 하이얼, 비지오, TSMC – 가전과 파운더리 사업의 경쟁자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삼성은 수많은 경쟁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또 다른 축인 TV 같은 가전제품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온 지는 오래됐다. 최근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GE)의 가전 부문 인수협상대상자로 거론되는 중국의 하이얼을 비롯해, 북미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대만의 비지오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서도 중국과 대만 업체들에게 계속 추격당하는 중이고, 반도체 수탁 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선 대만의 TSMC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혈투를 벌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삼성의 주요 사업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기술 혁신을 이루며 치고 올라오는 동안, 삼성은 이들을 따돌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지 못했다.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대만과 중국의 업체들에게 둘러쌓여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3. 경영상의 오판 – 적은 내부에 있었다?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태양전지와 자동차 배터리, LED, 의료기기, 바이오 사업을 선정해 2020년까지 23조 3000억을 투자, 50조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14년, 5대 신수종 사업은 서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LED는 그룹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지만 제대로 사업도 펼쳐보지 못한 채 2011년 삼성전자에 편입됐다. 편입후에도 연매출 1조원대에 수익성도 좋지 않다. 작년에는 일본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는 수모도 겪었다. 그래도 태양전지 사업보다는 낫다. 그 사업은 아예 포기했다. 막대한 투자 부담과 빠른 가격 하락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영상의 오판은 5대 신수종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믿었던 디지털 카메라 사업 분야를 관계사에서 가지고 왔지만 이미 디카 시장은 고성능 고급기종 위주로 바뀌고 있었으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은 소니에 밀려 많이 팔지 못했다. 결과는 연속 적자. 향후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LCD 사업 분야를 관계사에 내주고 OLED 사업을 가지고 왔지만, OLED 시장의 성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딘 상태다. 타이젠이라 불리는 독자OS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태블릿 PC를 새로운 시장이라 보고 많은 역량을 투입했지만 태블릿 PC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정체기에 들어갔다.

…슬프게도 이런 태블릿PC 시장 상황을 만든 원인 중에 하나가 본인들이 시장을 개척하다시피한 패블릿 스마트폰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4, 구글, 적이자 경쟁자

현재 IT 시장은 빠르게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핵심은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3D 프린터, 웨어러블 기기 등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이라 여겨지는 분야다. 누가 플랫폼을 장악할 것인가를 놓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모해보이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이 헬쓰와 사물 인터넷 플랫폼을 놓고 다투고, 소니와 MS가 게임 플랫폼을 놓고 다툰다.

여기서도 삼성은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물러나 있을 것을 강요받고 있다. 구글은 삼성과 같은 편이면서도 같은 편이 아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이란 파도에 올라타는 것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구글이, 삼성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세상이 되버렸다.

5. 오너 리스크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삼성의 위험 요소. 변화가 강제되는 시기일 수록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는 강력한 리더십은 커녕 오너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새로운 리더로 확실시되는 사람의 연관 검색어가 마이너스의 손이란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삼성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생각과는 달리 스마트 기기라는 파도가 몰아닥쳤어도 망한 주요 IT 기업들은 많지 않다. 인텔, IBM, MS 등 대마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망한 것처럼 보이는 기업은 노키아, 블랙베리, 소니 등 하드웨어에 목숨을 걸고 있었던 기업들뿐이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 업황 예측에 실패했으며, 당장의 성과나 인기 위주의 근시안적 지표에 집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도 바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그를 위해 장기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에 힘쓰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배당률을 높일 것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은 대주주인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도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애플의 움직임을 주목해 보자.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생각되는 애플이지만, 어쩌면 애플은 이제까지 삼성전자의 구세주였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삼성은 만들어진 파도에 올라타는 것에 능력을 보여왔고, 지금은 새로운 파도가 없어서 넘어질 상황이다. 그렇지만 애플은, 아예 새로운 사업 분야라는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에 가장 큰 능력을 보여온 게임 체인저였다. 웨어러블이건 사물 인터넷이건, 이번에도 애플이 삼성의 새로운 먹을 거리가 될 신사업 분야를 만들어 낼 지 누가 알겠는가.

* 모 잡지에 보냈으나 이유 모르게 실리지 않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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