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 기념, IT는 소방 방재 기술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지난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관련 행사도 많이 열렸었는데요. 이렇게 화재를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데에도 앞으로는 IT 기술이 많이 쓰일 거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더라구요. 최근에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이번 달부터 내년 3월 사이에 발생한다, 대형 가뭄과 홍수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발표되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화재 예방과 진화에 사용되는 IT 기술에 대해 한번 정리해 봅니다.

사실 그동안 소방 방재 기술은 여러 면에서 많은 진화를 해왔습니다. 화재 진압 장치(Fire apparatus)이나 화재 역학 조사(Fire dynamics research), 자급식 공기호흡기(SCBA), 소방복, 열화상 카메라가 가장 대표적인 분야인데요- IT 기술 역시 이런 분야의 발전에 맞물려 있겠죠?

음파 소화기와 플레임 스니퍼

먼저 재미있는 발명품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음파 소화기라는 물건인데요. 올해 초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 학생 두 명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 소리를 들려주면 불이 꺼집니다. 로봇이 쏘는 장풍 같은 느낌이랄까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보내,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산소 공급이 끊기면 불이 꺼지는 거죠.

원래는 DARPA라고, 미국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인데요. DARPA에서 시연한 영상을 보고 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얻어서, 직접 개발했다고 합니다. 음파 소화기는 화학물질이나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실용화가 될 경우 우주 정거장 같은 곳에서 활용하거나 드론 등에 달아서 소화 작업에 투입해서 활용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이 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진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소화 기술의 발달은 천천히 이뤄지고 있지만, 화재를 미리 감지하는 기술은 점점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안전 관리는 크게 사전 예방 단계, 징후 포착 단계, 대응 복구 단계의 3가지 순서로 나뉘는 데요. 밑의 영상에서 나오는 플레임 스니퍼라는 제품은 징후 포착 단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스타워즈의 R2D2를 닮은 이 기기는 22개의 센서가 달린 일종의 화재감지용 통입니다. 이 기기를 전신주 같은 곳이나 높은 막대기에 매달아 놓으면, 자동으로 주변 온도와 공기를 계속 분석하는 데요. 공기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연기나 화학 물질 등을 통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단이 되면, 자동으로 기기의 위치 데이터와 함께 사진을 소방서에 전달하게 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알아채서 빠르게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러다 화재에 휩싸였다고 해도, 섭씨 460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9기가 실험적으로 배치되어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말에 이 기기가 배치된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아쉽게도 맞바람이 불어서인지 초기 화재를 감지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바람의 방향과 빠르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서, 화재 진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좀 더 개량이 필요하긴 한 것 같죠?

드론, 화재 진압의 조력자일까 방해꾼일까

무인항공기-드론 역시 미국에선 화재나 재난 발생시, 현장 정보를 얻기 위해 이미 투입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로 인한 문제도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항상 산불에 시달리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난 7월에 산불이 났을 때 화재 현장 정보 수집을 위해 투입된 드론들이,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공중 화재 진압이 늦어져서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 영상은 지난 6월 뉴욕 화재 현장에서 찍힌 영상인데요. 어떤 사람이 개인용 드론으로 화재 현장을 촬영하자, 소방관들이 그 드론에게 물을 뿌리는 모습을, 드론의 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11분 50초 경). 아무래도 지금까진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좀 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할 분야이기도 한데요. 지금까진 바람의 영향 등을 많이 받기 때문에, 화재 현장 정보 수집 용으로 활약하는 것이 한계인 것은 사실입니다. 대신 헬기나 소방차보다 훨씬 빠르게, 그러니까 한 다섯배 이상 빠르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그렇게 빠르게 현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살리면서 운영 규칙을 계속 만들어 나간다면, 앞으론 한국에서도 화재 현장에서 드론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로봇과 사물 인터넷 시대의 소방 기술

화재진압용 로봇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보가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기존에 알려진 화재방재용 로봇도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군사용 로봇을 기반으로, 일종의 무인 자동차 같은 형태를 가졌다고 보셔도 되는데요.

올해 초에 공개된, 미국 해군에서 개발중인 화재진압용 로봇 사피르는, 인간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간 형태를 띈 이유는, 선박 구조 작업에 동원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파악할 수 있고, 소방 호스나 화재 진압 수류탄을 이용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화재 진압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활동 시간은 약 30분이고, 올해부터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로봇 뿐만 아니라, 사물 인터넷이나 증강현실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위 영상에 나오는 장비는 2011년에 펀딩을 받으려다 실패한, 소방관들을 위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장치입니다. 화재 현장 진입시 필수장비인 공기 호흡기 마스크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인데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너무 비싸서 팔 수가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전세계 어딜 가나 소방서에 배정되는 예산이 많지는 않거든요.

대신 올해 새로운 기기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공기 호흡기 마스크입니다. 열 화상 카메라를 통해 긴급 상황에서도 더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인데요. 실제 제품을 보시면 소방관용 마스크 앞에 열화상 카메라에서 보내는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기(스카우터)처럼 달려 있습니다. 이번에는 가격도 저렴해서, 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물 인터넷도 화재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인텔과 허니웰이라는 소방 방재 전문 회사가 협력해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요. 다름 아니라 소방관들의 몸에 사물 인터넷 기기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지금 소방관들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지는 않은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서 보내주는 겁니다. 이를 통해 혹시라도 소방관들에게 위험이 닥치면, 바로 파악해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가 있습니다.

IT 기술이 소방 현장에 지금 당장 엄청난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소방 방재 기술은 기술이 사용되는 현장의 속성상, 당장 누군가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조금씩,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 물론, 왠지 한국에는 해당하는 이야기가 없지만 말입니다.

* 국가 재난망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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