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포켓에 저장해뒀던 「How We Work, 2015: Melanie Pinola’s Gear and Productivity Tricks」라는 글이었습니다. 멜라니 피올라라는 사람이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 지 정리해둔 글인데, 일하는 방식이 저랑 비슷해서- ‘나도 이런 글이나 한번 써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에버노트는 다루기 어렵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쓰면, 먼저 제대로 셋업을 해야한다고- 토마스 허니맨의 글(링크)를 읽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글을 읽었죠.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하, 이렇게 써도 되겠구나-하고요.
에버노트를 오랫동안 이용해 왔지만….
전 에버노트를 2011년 경부터 이용해 왔습니다. 그 전에는 구글 노트, 스프링 노트 등등.. 여러 서비스를 전전하며 살아왔죠. 이메일을 자료 아카이빙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정착하게 된 것이 에버노트. 하지만 에버노트를 ‘뭔가를 쓰기 위해’ 사용해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노트나 메모장으로 쓰기엔, 뭔가 … 컸어요. 프로그램도 크고 동작도 빠르진 않고… 그래서 오로지 자료 아카이빙 용으로만 사용해 왔죠. 웹 자료 수집하기엔 참 좋거든요. 당연히 프리미엄 회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가 끝. 대부분 포켓으로 자료를 저장한 다음 중요한 것만 에버노트로 옮긴다- 이렇게 쓰신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제가 쓰다보니, PDF 자료들은 그냥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는 것이 더 편하고, 글 쓰기 위한 웹 자료들은 포켓에 저장했다가- 바로 웹브라우저에 자료창을 여러 개를 펼쳐놓은 다음, 구글 드라이브나 블로그에 바로 써버리고 있더란 말입니다…
가끔 중요해 보이는 정보는 에버노트로 저장하긴 하지만, 그걸로 끝. 정말 아카이빙 용도 외에는 쓰지도 않고, 심지어 저장해 놓고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전 복잡한 것 싫어하거든요… 노트니 스택이니 태그니 뭐니… 에버노트는 어느새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허니맨의 글은, 제 생각을 바꿔버렸습니다. 허니맨의 제안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기본적으로 허니맨의 제안은 GTD 형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일단 쌓고, 필요한 것을 처리하는 거죠. 모든 노트를 보관함 노트에 일단 쌓은 다음, 매만져서 각각의 노트에 저장합니다.
- 노트북은 딱 4권이면 충분합니다. 일단 쌓는 보관함 노트, 필요한 자료를 저장하는 업무용 노트, 개인적 기록을 저장하는 개인용 노트, 기타 레시피나 영수증등을 보관하는 기타 문서 노트.
- 노트는 딱 4권만 만들고, 나머지는 태그를 정리해서 관리합니다. 끝
저도 원래 한권의 노트에 날짜를 기록해서 적으면서, 공부한 것, 생각한 것, 영수증이나 기념품, 사진… 뭐 이런 것들을 다 정리하는 타입이라, 이런 스타일 관리 방식이 훨씬 간단하게 느껴지고, 제게도 맞는 것 같더라구요.
3700개의 에버노트 노트, 이렇게 정리하다
에버노트를 다시 사용해 볼까- 맘 먹은 진짜 이유는, 제가 일하는 방식이 속도도 빠르고 뭐고 다 좋긴 한데… 나중에 찾아볼 때 -_-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켓의 검색 능력은 글 믿을만 하지 못하고, 예전에 참고했던 자료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다시 찾기가 어려워서 웹을 한참 헤맸던 적이 많습니다. 특히 한글이 아닌 영어…자료들은 더더욱 그랬죠.
그런 고민이 계속 쌓이고 있던 참에, 이런 글을 만나니… 아예 에버노트 노트 정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한 에버노트 노트 정리. …. 1박 2일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든 노트가 모두 3700여개쯤 되는데, 그걸 일일이 읽으면서 정리하기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는…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일단 제가 모으는 데이터는 두 종류입니다.
- IT 트렌드 트래킹용 자료
- 글쓰기/여행을 위한 자료 / 메모
- 공부/개인적인 기록
이 자료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트북은 처리노트 / 메모노트 / 영어공부/ 여행노트 / 기타 보관함 / 미디어 / IT 트렌드 / 일기 / 사진 자료 / 기타 … 대략 9권 + 알파. 많습니다…-_-; 물론 싹 다 통합할 수도 있었지만, 또 하다보니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온라인에선 다 통합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성격들이 각각 다른데 한 권에 몰아넣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보기도 않좋고…
그 다음. 필요 없어 보이는 노트들을 가급적 최대한 삭제 -_-합니다. 현재 560여개로 줄였어요. 동시에 남길 노트들은 죄다 노트 제목을 바꿔줬습니다. 특히 트렌드 트래킹이 필요한 자료의 경우, 글 제목 앞에 수집한 글이 씌여진 날짜를 모두 달아줬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니, 목록만 흝어봐도 그 트렌드의 전체적인 흐름이 한 눈에 잡히게 됩니다.
트레킹이 필요하지 않은 참고 자료들은, 앞에 글의 성격에 따라 책 : 개인 : 메모 등등의 머릿말을 붙여줬습니다. 태그 대신 이렇게 달아준 이유는… 그냥, 이게 더 예뻐보여서요…ㅜ_ㅜ (이 놈의 성격…)
태그는 트래킹하고 있는 주제별로 나눠서 붙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IT트렌드’라는 노트북에는 ‘2015-01-01 올해의 인기 검색어’ 등등의 제목을 달고,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로봇 등등의 태그로 분류된 노트들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전체 트랜드를 보면서도, 태그를 클릭해 그 트렌드만의 흐름을 따로 볼 수 있게 일단 정리했습니다. 허니맨의 제안은 싹 무시…한 셈이죠.
시간은 상당히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몇년간 묶혀두고 있었던 것을 이렇게 정리하니… 속은 편하네요.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거나 쉽게 찾는 기준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물론 앞으로 이렇게 애써 만든 자료 정리 시스템을 제대로 써야…되겠지만요.
그나저나… 에버노트 -_- 참… 처음에 웹으로 정리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윈도앱을 깔아서 쓰고 있습니다. 웹UI는 뭔가를 쓰기엔 좋은데 정리하기엔 참 할 수 있는게 없고, 윈도앱은 정리하고 찾아보긴 편한데, 옛날 디자인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서 이젠 조금… 낡아보입니다. 이 두가지가 왜 따로 노는 걸까요? 대체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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