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드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 구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시키고 싶어한다

우메다 모치오는 자신의 책 「웹 진화론」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상 세계과 현실을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라고 나눈다. 머릿 속에만 존재하는 저쪽 세상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쪽 현실 세상.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세계는 그렇게 이해되어져 왔다.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 가상과 현실. 우리가 이쪽에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불러야만 존재하는 세계.

저쪽 세상을 규정하는 가장 큰 존재는 역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촉망받는 벤처 기업 정도로 하찮게 여겨졌던 저쪽 세상의 존재들이지만, 이들은 이미 이쪽 세상의 흐름까지 바꿔놓는 존재로 성장했다.

우리가 그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이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얘기할 때, 미래는 바로 거기에 있다. 지금 이쪽 세상의 미래는 저쪽 세상의 그들이 방향을 정한다.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그들이 배의 키를 그쪽으로 돌렸다. 그럼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간다. 미래가 있는 곳에 돈이 있기에. 마치 대항해 시대의 모험가들처럼.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이쪽 세상을 향한 그들의 침략(?)이 시작됐다.

준비를 한 지는 5~6년도 넘을 것이다. 여전히 큰 수익은 인터넷 광고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기기를 판매해서 얻지만, 그렇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조금씩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 마침 기술적 기반도 충분히 무르익었다. 그래서 이쪽 세상으로 항해를, 침공을, 융합을 시도한다. 마치 대항해 시대의 신흥 자본가들이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무역 루트를 원했던 것처럼.

선봉장은 구글이다. 구글은 이제 정보를 넘어서 세상을 연결하고 싶어 한다. 살아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연결하고 싶어한다. 구글이 지난 14년간 진행한 M&A는 모두 174건. 그 가운데 2011년 이후의 M&A는 대부분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스마트 기기 제조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냥 사업 다각화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지금 구글이 하고 싶은 것은 그 이상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물 인터넷과 그 기반 기술들이겠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명확하다. 인간이 사는 이쪽 세상 모든 사물에 인공지능을 심고, 그들이 알아서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것. 네트워크+인공지능+제조업. 그것이 앞으로 구글을 이해하기 위한 3가지 키워드다.

  • 알아서 운전하는 무인 자동차
  • 알아서 정보를 표시해주는 구글 나우
  • 알아서 물건을 주문하는 안드로이드@홈
  • 알아서 건강을 체크해주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 등의 의료 기술
  • 재난 지역에서 인간 대신에 활동하는 로봇과 무인 항공기

그 밖에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탱고, 프로젝트 룬, 우주 엘리베이터-등등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솔직히 조금 무섭다. 4년 전에는 구글이 구글X 연구소에서 이런 것도 개발하고 있다더라-하고 루머처럼 들리던 것들이, 2년 전에는 실현 가능한 형태들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올해부터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뜬구름 잡는 루머로 들렸던 기술들이 하나 하나 사실이 되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지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 단순히 사람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찾는 것에서 벗어나, 사물들이 스스로 네트워크 접속해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

구글은 이제 이쪽 세상으로 넘어와 모든 것을 저쪽 세상에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다. 아니, 차라리 감염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까. 그래 맞다. 이제 구글은 단순한 플랫폼을 벗어나,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처럼 느껴지는 존재, 환경이 되고 싶어한다. 플랫폼 위에 생태계를 구축해, 그 안에서 살게 만들려고 한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좋다. 어차피 구글이 가면 다른 사람들은 따라온다. 사람이 많아지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생긴다.

“세상의 정보를 정리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글의 미션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정보는 내가 정리한다, 당신은 그냥 그것을 맘 편하게 써라-라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의해 큐레이션된 정보가 지배하는 문명. 맞춤형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 사회. 대항해시대는 결국 제국주의를 낳았고,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식민지 시대를 의미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구글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은 수도 없이 실패했다. 여전히 구글의 수입 80% 이상은 검색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구글 글래스는 혹평을 받았고, 안드로이드@홈은 지지부진하고, 구글 TV나 크롬캐스트도 눈에 띄는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도 본 일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1차로 인터넷 검색을 지배하고, 2차로 안드로이드 OS를 안착시킨 구글이 보여주는 성적표라기엔 너무 초라하다. 여전히 구글의 주력군은 검색과 지메일, 유튜브, 안드로이드 OS다.

…신세계에서는 누구도 구글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세계의 흐름은 확실히 바뀌었다. 웹 서비스 중심의 인터넷에서 새로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으로.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이동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그런 변화는 반드시 우리 삶도 바꾼다.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크게 열렸다. 실제로 SXSW 2015에 참여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2배로 늘었으며, 그중 상당수가 로봇, 드론 등을 만드는 제조업이었다. 향후 10년간은 이렇게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들이 우리 삶을 확 바꾸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아, 중요한 것을 하나 까먹을 뻔 했다. 대항해 시대는 상당히 거칠고 힘든 항해를 감수해야 하는 시대였다. 보상은 크지만 여정은 참혹했다고 한다. 우리라고 해서 다를까? 글쎄. 하지만 이 시대의 끝에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 당신은 두근거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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