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탭S2, 일단은 최고의 여행용 글쓰기용 태블릿PC

갤럭시탭S2

여행을 자주 떠난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면, 지구 위 어느 곳엘 가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늘상 따라다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스마트 기기들. 한번 나가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두달 정도를 떠나 있다보니 간소한 차림으로 다닐 수가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전에 여행을 떠날 때 챙겼던 것은 노트북 컴퓨터, 태블릿PC, 블루투스 키보드,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외장 배터리, 각종 전원 어댑터, 휴대용 와이파이 중계기, 헤드폰, 충전용 USB 허브, 대여섯개의 USB 케이블까지. 지금처럼 스마트 기기가 많이 가벼웠던 때도 아니었으니, 전자 기기들만 챙겨도 5~7kg은 너끈히 된다. 이런 저런 것들이 많다보니 잃어버린 것들도 많다는 것은 덤이다.

 

점점 들고다니는 짐이 줄기는 했지만, 가벼운 글쓰기용 스마트 기기 하나만 들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짐은 그저 짐일 뿐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일주일 안쪽의 여행은 평소에 매고 다니는 가방 하나만 들고도 다녀온다. 하지만 노트북 컴퓨터는 여전히 인생의 무게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윈도우에서만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 때문에, 노트북을 버리고 일하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평소 즐겨 사용하는 태블릿PC를 포기해야만 했다.

 

갤럭시탭S2

그런 상황이 풀린 것이 일을 그만둔 올해부터다. 그래도 윈도우 노트북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모바일로 글을 쓰는 것에 몇 번 도전해 봤지만, 이건 쓰는 흉내에 불과했다. 스마트 기기의 가상 키보드로 긴 글을 쓴다는 성격 버리는 일이었고, 편집은 불가능했으며, 심지어 제대로 모바일 글쓰기를 지원하는 한국어 플랫폼도 드물었다. 태블릿PC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어느 정도 흉내는 가능했지만, 그것도 편집까지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브런치 등이 등장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여행의 목적을 이렇게 정했다.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테스트해 보는 것. 일단 다른 태블릿을 이용해 글쓰기를 테스트해 봤다. 편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 수준의 앱들이 몇 개 있었다. 그럼 이제 기기를 정해야 한다. 기기를 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LTE 가 지원될 것. 해외에는 와이파이 사용이 어려운 곳이 꽤 많다. 하지만 LTE 유심을 장착한다면 어디서나 글쓰기가 가능하다.

2. 무게는 500g 미만 일 것. 그 이상이면 굳이 이미 가지고 있는 900g 짜리 노트북을 버리고 다른 기기를 들고 나갈 이유가 없다(블루투스 키보드 무게가 300g 정도가 된다).

3. 태블릿PC 일 것. 평소 전자책과 잡지등을 읽을 때 태블릿PC를 많이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피곤하다. 여행중 장시간 이용시, 노트북보다 태블릿PC를 이용해 영화등을 감상하는 것이 편하다.

3. 4:3 화면 비율을 지원할 것. 이건 전자책과 잡지를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것이다.

4. 통신칩을 좋은 것을 썼을 것. 중국산 저가형 태블릿은 와이파이 신호가 블루투스 연결을 방해하는 제품들이 꽤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했다고 와이파이가 끊기는 경험을 하면 황당하다.

 

이런 조건에 맞는 제품은 2가지였다. 애플 아이패드 미니4와 삼성 갤럭시탭S2 8.0. 갤탭S2로 결정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가 있었다. 글을 쓰고 편집하다보면 마우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이미 아이패드 미니2와 소니 엑스페리아Z3C 태블릿을 가지고 있었기에, 테스트해 보면서 차이를 느끼고 내린 결론이다(원래는 둘 중 하나를 가지고 나가고 싶었다. 진심이다.).

 

갤럭시탭S2

그리고 지금, 이 글을 갤럭시탭S2로 적고 있다. 아니 지난 일주일간 모든 글을 갤탭S2에서 적었다. 다행히 내가 필요한 부분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제품이었다. 배터리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고, 급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고, 테두리가 자꾸 흠집이 생길 것 같다는 것만 빼면. 색감은 처음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북커버 케이스도 같이 구입했지만 결국 빼고 쓰고 있다. 조금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행자용 LTE USIM은 아주 잘 인식한다. 이동통신에 연결되는 것은 정말 편하다. 뒤에는 다른 태블릿에 붙여 쓰던 아이링을 달았다. 손에 들고 있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을 덜어주고, 간단한 거치대 역할도 하기 때문에 편하다. 좋은 거치대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아예 블루투스 키보드 없이도 사용가능하지 않을까-해서 테스트해 봤는데, 역시나 터치 키보드는 ‘독수리 타법’을 위한 키보드지 다섯 손가락 타법에는 맞지 않는다. 카메라는 아예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나름 중저가형 스마트폰 이상의 화질은 보여준다.

 

글쓰기용 앱은 어쩌다보니… 구글 문서, 네이버 포스트, 브런치 3가지 앱을 사용하고 있다. LTE 가 지원되기 때문에 인터넷에 바로 글 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오프라인 상에서 글을 쓸 때는 구글 문서가 상당히 편하다. 백업도 바로 바로 이뤄진다. 포스트와 브런치 앱은 가로 모드를 지원하지 않아서 북커버 케이스등과 함께 쓸 때는 매우 불편했다. 사진 편집을 하기 위해 쓰는 앱은 어도비에서 출시한 Aviary다. 간단한 편집을 쉽게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필터를 유료 구매해야 하긴 하지만. 최근 iA 라이터가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용으로도 출시된 것을 알게됐다. 글쓰기용으로는 최강의 앱 중 하나인 만큼, 이 앱도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아무튼 덕분에, 이제 노트북이 없어도 여행을 다닐 수가 있다. 필요하면 꺼내고, 쓴다. 아무데서나, 아무때나. 예전에 노트북은 주로 숙소에 두고 다녔던 만큼 이런 간편함이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다. 게다가 딱 맞춰서, 여행을 떠나자마자 일도 줄줄이 들어왔다…;; 덕분에 여행와서 하루 6시간을 일하고 있으니,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뭐, 일일 투어를 다니는 중간 중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진 않은 일이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아직 남은 것도 있다. 하나는 아이패드 프로 9.7 인치를 테스트해 보는 것. 키보드 커버와 애플 펜슬을 쓸 수 있는 만큼 뭔가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키보드 커버가 달린 제품은 가로로 놓고 쓰는 데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것(갤탭S2 9.7인치 모델을 구입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그리고 iOS는 한/영 전환이 안드로이드 기기에 비해 조금 귀찮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으로도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는 지 알아 보는 것. 짧은 여행에는 사실 태블릿 조차도 귀찮다. 하지만 작은 화면 때문에 고통 받느니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고 만다. 마지막 하나는 새로운 블루투스 키보드를 알아보는 것. MS 블루투스 키보드는 아주 좋은 제품이지만, 항상 거치대가 너무 무겁다. 스마트 기기 무게만큼의 키보드는 좀 그렇다.

 

솔직히 가장 원하는 것은 6인치, 그러니까 전자책 리더기 크기의 4:3 비율 스마트 기기다. 무게도 딱 그만큼이면, 배터리도 딱 그만큼만 가면 좋겠다. 하지만 LG 뷰 시리즈가 실패한 이후, 4:3 비율의 스마트폰은 거의 전멸해 버렸다. 내가 만들어 쓸 수 있는 기기도 아니다. 그러니 기다릴 수 밖에. 어쩌면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는 접는 형식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올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내가 가진 꿈이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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