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2016 결산, 로봇과 가상현실, 혁신의 최전선에 서다

지난 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렸던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2016이 막을 내렸다. 한국에서는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1987년부터 시작된, 나름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영화, 음악, 인터랙티브가 함께 하는 축제인데다, 트위터나 포스퀘어 등의 앱들이 바로 SXSW에서 주목받으며 성장한 탓이다. 그렇다. 전 세계의 유명 IT 행사 가운데에서도 유독, SXSW 인터랙티브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에 주목한다.

 

SXSW 2016,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해볼까? 이번 SXSW 2016에는 변함없이 엄청나게 많은 유명인사들이 등장했다. 수많은 뮤지션들에 영화인,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다녀갔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바로, 이 생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그럼피 캣!!

 

 

이 고양이다. 옛날 옛적 우리나라에 살았던 ‘개벽이’와 같은 존재. 서양 짤방에서 흔히 봤을 그 고양이. 그 고양이가 바로 그럼피캣이다. 지난 번에도 SXSW 행사장을 찾았던 그럼피캣이 이번에도 왔다. 그럼피캣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가 있었으며, 사람들은 기꺼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가며 그럼피캣과 사진을 찍기를 소망했다. 손대면 닿을 거리에 수많은 이벤트와 콘서트와 영화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스타워즈는 어떨까? SXSW 2016 행사장에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타이 파이터’의 1:1 스케일 모형도 있었으니까.

 

오바마, SXSW를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도 SXSW를 방문했다. 그는 SXSW를 방문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SXSW를 방문해 타코(… SXSW의 비공식 공인 음식)를 사 먹고, 콘퍼런스에서 SXSW를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아래와 같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생각, 새로운 접근법을 여러분들이 만들기를 바란다

 

멋진 말이다. 참석자들을 위한 좋은 격려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최근 미국에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FBI vs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덕분에 이번 SXSW 최대 이슈가 되어버렸다.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원래 사이버 폭력,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사(Online Harassment Summit)가 있을 예정이었다가, 행사에 반대하는 사람들(게이머 게이트 진영)의 협박으로 행사가 취소될 뻔한 상황에 몰렸었다. 결국 메인 행사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 이 날 행사 패널 중 한 명인 여성 게임 개발자 브리아나 우는 자신이 지금까지 200번 이상의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 괴롭힘 문제는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이런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SXSW의 핵심 트렌드, 가상현실과 로봇

그럼 올해 SXSW의 핵심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 이 혁신의 최전선에서 보인 것은? 바로 가상 현실과 로봇이었다. 일단 꽤 많은 가상 현실 기기를 여러 스타트업에서도 선보였다. 음,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아무튼 행사장 어디를 가도 VR 헤드셋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던 것은 맥도날드가 제공했던 가상현실 체험이었다. 관객이 HTC의 VR 헤드셋인 바이브를 쓰면, 거대한 해피밀 세트 안으로 순간 이동하게 된다. 그 상자 안을 걸어 다니며 놀 수가 있다. 그냥 산책을 해도 좋고, 페인트나 레이저, 색 풍선 등을 이용해 색칠하며 놀 수도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굉장히 재미있어했다고.

풀돔닷프로(Full Dome.PRO)라는 가상현실을 위한 대형 스크린도 선보였다. 기존의 가상현실 기기들이 뭔가를 써야 하는 형태였다면, 이 제품은 시야를 가릴 만큼 큰 돔 형태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가상현실 영상을 보여주는 형태다. 굳이 뭔가를 쓸 필요가 없으니, 훨씬 편안하게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일본 오다이바 건담 프런트의 돔형 극장과 비슷하다.

그 밖에도 ‘Across the Line’이라는 가상 현실 다큐멘터리나, 유비짓(YouVisit)이라는 가상현실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 360도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VR 용 360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앱 스플래시, 서브 팩 M2(SubPac M2)라는 소리에 반응해 가상현실 몰입감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액세서리 등 게임 콘텐츠가 아니어도 가상 현실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여러 가지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선보였다.

제미노이드, 인간을 꼭 닮은 로봇

다른 한쪽에선 인간을 꼭 닮은 로봇들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의 로봇 과학자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가 이끄는 팀이 선보인 이 로봇의 본명은 ‘이시구로노이드’다. 로봇을 개발한 이시구로를 닮게 만든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로봇을 제미노이드라고 부른다. 쌍둥이처럼 사람을 꼭 닮았다는 뜻이다. 영어와 일어로 사람과 대화도 가능하다. 이 팀에서 만든 제미노이드 F라는 여성형 로봇은 일본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다. 사실 이시구로 노이드도 이번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지난 2006년에 처음 발표된 로봇을 개량한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제미노이드인 소피아도 SXSW에 처음 선을 보였다. 아직 태어난 지 6개월 밖에 안된, 알파 프로토 타입의 로봇이다. 미완성인 관계로 겉모습은 참 불쌍하게, 또는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없다. 하지만… 이 로봇이 바로, 2세대 제미노이드다.

소피아는 ‘사람과 대화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많이 모자라다. 하지만 인공 지능 기반의 로봇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소피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표정’이다. 기존 제미노이드에게서 느껴지는 ‘언캐니 밸리’가 바로 ‘표정 없음’에서 온다고 생각한 연구진은 다양하고도 섬세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장치는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SXSW 2016, 눈에 띄는 스타트 업은 없었다. 하지만…

아쉽지만 이번에는 눈에 띄는 신생 기업이나 서비스는 없었다. 작년에 미어캣이 잠깐이나마 붐을 만들어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도,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선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푸드 테크 스타트 업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선보인 ‘셰어 더 밀’앱은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은행 ‘캐피탈 원’은 아마존 에코를 이용해 목소리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스로 주인을 따라다니면서 촬영을 하는 드론 형태의 카메라인 릴리 카메라도 선보였다. 드론이 아니라 카메라라고 스스로를 정의한 것이 특이했다. SXSW 인터랙티브 이노베이션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한 ‘히어 액티브 리스닝 시스템’은 음악과 함께 주변의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제품이다. 장갑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제품 역시 흥미로웠다.

이 모든 시도들은 대부분, 현재 이어지고 있는 IT 트렌드가 계속 공유, 음성인식, 자율 주행과 함께 안전-을 보장하는 서비스나 제품이란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동시에 가상현실 저널리즘이나 저널리스트를 위해 스토리 프레임워크를 짜주는 ‘히어켄’등 새로운 도전들도 눈에 띈다.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것, 붐을 일으킨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번 SXSW 2016이 주는 메시지는 확연하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지금도.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닌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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