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해
왜 산타클로스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걸까. 나는 착한 아재들도 선물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 왔다면 누구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준비했다. 아재들이 좋아할, 복고풍, 레트로 스타일, 아날로그를 닮은 디지털 기기들이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것도 많지만, 마음 속에 언젠가 나를 위해 이런 선물 하나는 해줘야지-하고 기억할 만한 물건이 하나쯤 눈에 띈다면 좋겠다.
추억의 복고풍 게임기들이 돌아오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재들이 컴퓨터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 DOS- 윈도우-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는 세상의 격동기를 거쳐오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전자 오락실에서 지능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전자 오락실에서나 할 수 있었던 지능 개발을 가정으로 당겨준 것이 바로 8비트 오락기다. 그 중에서도 패밀리 컴퓨터라고 할 수 있겠다. 전세계 아재들이 모두 원한 탓인지, 작년 11월 미국판/일본판 두 종류의 미니어처 복각판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한달 동안 판매된 댓수만 해도 20만대.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게임기로 손꼽혔다. 문제는 지금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지만… 조만간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조금 구하기 쉬워지지 않을까? 기왕이면 다른 8비트 게임기도 모두 복각 되기를 바래본다.
못참겠다면 마이크로 아케이드 머신을 구해보자. 옛날 오락실 게임기를 그대로 축소한 제품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다만 옛날 스타일의 게임들이 들어있긴 하지만, 옛날에 즐기던 진짜 게임은 아니다.
이 밖에 월광보합 같은 대형 사이즈 기기들도 있다는데, 가격만 듣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찾아보지 않았다. 그 가격이면 ‘아이들의 지능 개발’이란 핑계를 댈 수 있는 분들이 아니면 사기가 조금 애매하다.
… 잊지 말자, 요즘 솔로 아재들도 많다.
워크맨과 LP를 기억하는 당신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는 데는 역시 음악이 최고다. 특히 옛날 음악이라면 턴테이블과 카셋트 테이프로 듣는 것이 제맛일 것이다. 최근에는 LP로 음악을 듣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디지털 제품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턴테이블 기기도 여럿 나와 있다.
아쉽지만 지금 소개할 레가 RP1 2016년 한정판 턴테이블은 디지털 기기는 아니다. LP 음악을 mp3로 바꿔주지도 못하고, 스피커가 달려 있지도 않다. 하지만 상당히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사실 디지털 턴테이블을 몇 개 살펴봤는데, 다양한 기능에 비해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애들을 찾지 못했다.
이제 와서 카셋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기는 쉽지 않지만, 카셋트 테이프 느낌을 재현한 앱은 나와 있다. 아이폰에서는 에어 카세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레트로 테이프 데크라는 앱을 사용하면 된다. 이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Mp3 파일을 마치 옛날 믹스 테잎을 듣는 느낌으로 들을 수가 있다. 워크맨이 그리웠던 분들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레트로 스타일 Tv vs 구형 TV 해킹
의외로 옛날 TV나 컴퓨터 모니터 스타일의 디지털 기기는 찾기 힘들다. TV의 모습을 본딴 장식품들은 있는데, 덩치 탓인지 잘 나오지가 않는다.
그런데 최근, 구형 TV 스타일의 LED 텔리비전이 출시됐다. 일본 도신샤에서 만든 VT203-BR 이란 제품이다. 다이얼 방식의 20인치 텔레비전으로, 나무로 만든 다리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재 세대가 아주 어릴 적에 봤을 구형 텔레비전의 모습으로, TV 화면 뒤 남는 부분은 수납장으로 처리했다.
구형 브라운관 TV를 아예 해킹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위에 링크한 영상에서는 구글 크롬 캐스트를 오래된 컬러 TV와 연결해 스마트 TV 처럼 만든 작품을 소개한다. 어항이나 고양이 집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하면 더 TV 다운 대접을 해주는 셈이다.
최근에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찰리 채플린의 작품이나 ‘시민 케인’,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고전 명작 명화 들이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서 공개되고는 한다. 이렇게 TV나 모니터를 개조해 이런 작품들을 틀어놓고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레트로 스타일 기기들
멋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할 만한 제품들도 있다. 먼저 클라우드 펀딩을 거쳐 1년 전에 출시된 쿼키라이터 키보드다. 타자기로 타자하는 느낌을 담은 블루투스 키보드로, 옛날 타자기 키보드처럼 생겼지만 PC와 태블릿을 가리지 않고 여러 기기에 연결해서 분위기 있게 타이핑을 즐길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이기 때문에 실제 타이핑시 타각 타각 소리가 나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황당한 아이디어 같은데 실제로 출시된 제품도 있다. 파나소닉에서 만든 메가폰야크라는 제품이다. 야외 행사 할 때 옛날부터 많이 썼고, 요즘도 많이 쓰고 있는 바로 그 메가폰이다. . 그런데 이 제품은, 그런 흔한 메가폰에 재밌는 기능을 결합시켰다. 음성 자동 번역 기능을.
이 제품을 입에 대고 하나의 언어로 얘기하면, 자동으로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들려준다. 관광객이 많은 공항이나 다양한 언어를 쓰는 분들이 있는 공사장 같은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인다.
레트로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다면
옛 사진의 느낌을 좋아한다면, 임파시블 인스턴트랩 유니버셜-이란 기기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진짜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만들어 준다. 예전에 많이 찍었던 즉석 사진 느낌으로. .. 실제 인스턴트 필림에 직접 인화를 하는 것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동영상 찍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제품을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 코닥에서 2016년 CES에서 공개한 뉴 슈퍼8 필름 카메라다. 무려 실제 8mm 필름을 사용해서 영화를 찍는 카메라다. 영상을 찍어서 코닥으로 보내면 현상한 다음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서 보내준다고 한다. 솔직히 이 시대에 이런 카메라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지만, 나도 어릴 적에 슈퍼8으로 영상을 찍었으니까(일본으로 현상을 보내야 한다고 해서 찍은 것을 본 기억은 없다.) … 살 것도 아니면서 출시가 기다려지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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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을 대상으로 한 레트로 스타일 디지털 기기는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다. 최근에는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런 복고풍 트렌드가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청년과 중년의 차이는 술을 마시면서 미래를 생각 하는가, 아니면 과거를 회상 하는가의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비록 과거의 추억을 다루지만, 그 기능만큼은 미래지향적이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아무리 추억이 그리워도, 심장은 과거를 그리워해도 머리는 미래를 바라봐야 하니까. 이런 건 가끔, 착하게 살아온 나를 위로하는 선물 정도면 충분하니까.
… 아, 물론 나는 착하지 않다. 씁쓸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