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켓몬고는 어떻게 성공했는가
성공할 것을 알았다면 거짓말이다. 출시된 지 6개월이 넘었고, 다른 재미있는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기엔 날씨도 춥고, 이미 포켓몬고 게임 자체가 조금 시들해진 면도 있었다. 아무리 최단기간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젠 늦었다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한국 출시 초기엔 한 200만 명 정도 다운로드하는가 싶었다. 어느새 700만 명이 넘어가더니 지금은 1000만 명 가까이 다운로드했다고 한다. 실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도 최저 400만~700만 가량.
서울 번화가를 걷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포켓몬고 플레이어고, 사람들이 서로 포켓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출시 2주 만에, 누구나 하고 누구나 아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크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단 ‘포켓몬스터’라는 게임과 캐릭터가 워낙 유명하고, 몬스터들의 생김새가 모으고 싶을 만큼 귀엽다고. 게임 자체도 쉬우면서 중독성이 있다. 계속 몬스터를 모으면서 진화시키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요즘 게임들과는 달리 돈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없고, AR 화면을 이용해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쉽다. 남들이 다 한다니 나도 해보자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출시를 한 것도 적절한 방법이었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유야 어쨌든, 붐 업에 성공했다.
이것이 포켓몬고가 보여준 첫 번째 힘,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포켓몬고의 사이드 이펙트, 포케코노미
한국에서만 하루에 700만 명이 넘게 이 포켓몬을 잡겠다고 걸어 다녔다. 당연히 어떤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보조 배터리나 캐릭터 상품이 많이 팔리기도 하고, 포켓 스탑 근처의 가게 매출이 올라가거나 공원 출입객 숫자가 늘기도 한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포켓몬고를 이용해 관광지를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것을 ‘포케코노미(포켓몬 경제)’라고 부른다.
사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포켓몬고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진짜 이유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지역이나 상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이 수동적으로 발견하게 만들어 준다면, 포켓몬고는 무엇인가를 찾아가게 만든다.
게임 기획자들이 의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없이 많은 서비스가 갈망하던 ‘눈에 띄게 만들어 주는 플랫폼’의 자리에 포켓몬고가 슬쩍 들어와 버렸다. 어떤 사람은 전국을 관광지로 만들었다-라고도 한다. 어떤 대단한 것도 아닌 ‘포켓 스탑’이나 ‘체육관’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이 움직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신기하다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인터넷 경제에서 이렇게 ‘발견되는 것’, 또는 ‘관심을 받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포켓몬고가 만들어낸 이런 변화에 속으로 경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포켓몬고가 보여준 두 번째 힘, ‘발견되게 만들어 주는 힘’이다.
포켓몬고, 과연 오래갈까?
이런 흐름이 오래갈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미 출시된 해외에서도 출시 첫 달이 지나면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고, 몇 달이 지나자 매출도 최대 1/10까지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다(이벤트를 열면 다시 늘어나긴 한다.).
국내의 경우, 새로운 게임 내 콘텐츠가 출시되지 않는다면, 몇 달이 지나면 한 백만 명 정도의 유저만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포켓몬고 게임 자체가 오래 즐길 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포켓몬고는 정말 옛날 ‘애니팡’처럼, 아류작만 남기고 사라질 것인가.
십 년 전 헤어진 옛 여친이 갑자기 하트를 보내온다던가 하는.
나는 포켓몬고의 미래를, 두 가지로 나눠서 보고 싶다. 외부적인 것과 내부적인 것으로. 먼저 외부적인 것으로, 포켓몬고는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임 하나가 일시적이나마 하나의 생태계를 낳았기 때문이다.
포켓코노미 생태계에 있었던 사람/기업/단체 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사람이 움직이는지 알았을 것이다. 뭔가 매력적인,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 요괴 거리를 만든다거나, 태국에서 송크란 축제를 여는 것처럼, 스스로를 매력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가, 이번 포켓몬고 붐을 계기로 생겨나기를 바란다.
포켓몬고가 보여준 세 번째 힘 ‘현실을 덮을 수 있는 가상의 힘’을 깨달았다면.
포켓몬고의 미래는 이스포츠다?
포켓몬고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실을 게임 배경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슷하게 따라 만들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우리에겐 포켓몬스터가 없다. 하지만 기존에 한국에서 만들던 비슷비슷한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게임이나 앱을 시도해볼 여지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Sao Paulo, Hong Kong Fall – #Cassandra | INGRESS REPORT
아이디어는 많다. GPS를 이용해서 보물찾기 하는 지오캐싱 같은 게임은 예전부터 있었다. 위치 기반 서비스나 앱은 이미 몇천 개가 넘게 출시되어 있다. 위치 기반 게임? 우리는 이미 휴대폰 시절부터 위치 기반 게임을 만들어 즐겼던 경험이 있다. 포켓몬을 찾는다면 보이지 않겠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하면 보이는 것들은 정말 많아진다.
도시 전체를 가지고 경쟁하는 이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언틱에서는 포켓몬고의 전작인 ‘인그레스’를 이용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펼치면서, 실제 게이머들이 한 도시에 모여 게임을 하고, 그 결과를 게임 스토리에 반영한다. 포켓몬고라고 해서, 또는 다른 게임이라고 해서 이런 도시급 스포츠를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결국 문제는 다시, 아이디어다. 포켓몬고는 그동안 ‘그게 될까?’ 싶었던 현상들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임을 알려줬다. 이렇게 뭔가 생각의 틀이 깨질 때가, 새로운 것을 궁리하고 실험해 볼 좋은 때다. 성공의 가능성을 미리 점치기 전에, 뭔가 저질러 볼 수 있는. 나이안틱이나 닌텐도 역시, 포켓몬고가 이 정도로 성공할 줄, 설마 미리 알았겠는가.
…물론 기대하지는 않는다. 여긴, 한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