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씁쓸한, 스마트폰 시대 연애

새로운 기기나 미디어가 보급되면, 라이프 스타일도 그에 맞춰 변한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 놀고먹고 일하는 것부터 시작해 연애까지,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바꿔놓았다. 매개의 형태는 때로, 관계의 모습을 결정한다.

매개의 형태가 관계의 모습을 결정한다

 

▲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

 

인간관계는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IT 기술은 ‘무엇을 매개로 만나게 되는가’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편이다. 실제로 전화기가 없던 시절에는, 자유연애를 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날 기회도, 연락할 방법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기는 이런 시대를 끝내 버렸다.

삐삐와 휴대폰은 혁명적인 연애 수단이었다. 처음으로 ‘개인 – 개인’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애를 하는 모습도, 그에 따른 고민도 많이 달라지게 된다. 첫눈이 오면 공중전화박스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다거나, 숫자로 삐삐 암호를 만들어서 공유한다거나 하는 것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통화 요금은 연인들의 기본 옵션이었다.

호감 가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번호를 따는 풍습도 이때부터 생겼다. 한두 사람과 연애하다 바로 결혼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많은 사람과 연애를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인 것 같다. 소개팅을 할 때 주선자가 사라지고 상대방 전화번호만 교환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스마트폰 매개 연애 시대의 도래

 

 

스마트폰은 우리가 연애를 하는 모든 방법을 바꿔놨다. 이제 우리는 서로 만나기 전에 상대방의 정보를 살피고, 만나면 둘이서 셀카를 찍으며 콘텐츠를 만들고, SNS에서 사라짐으로써 이별을 통보하고, 상대방의 페이스북. 카톡 프로필을 보고 연애 상황을 알게 된다. 본질은 같으면서도 모든 표현 방법이 달라진 시대.

해외의 한 소비자 연구소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요즘 십 대가 연애를 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심 가는 사람이 보이면 이름을 물어본다, 페이스북에서 검색해 친구 신청을 한다. 거기서 대화를 하다 친해지면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데이트도 하게 된다. 프로필 상태를 ‘싱글’에서 ‘연애 중’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은 페이스북과 함께 카카오톡이 끼어든다. 메신저 대화방에 소개해 주고 싶은 두 사람을 초청해서 서로 인사를 하는 방법을 쓰거나, 먼저 말을 걸거나 한다. 누가 연애하는지 헤어졌는지, 카톡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것이 싫어서 조용히 잠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조차 개별 대화방이나 단체 톡 방은 피할 수가 없다.

헤어지는 것도 달라졌다. 작년에 등장한 ‘고스팅’이란 신조어는, SNS 상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카톡을 없애고, 다른 경로로 연락이 가도 씹는다. 사람들은 가끔 그 사람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 하긴 하지만, 딱히 더 묻지도 않는다. 연인이라면 김동률이 아니더라도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요’란 사실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데이팅 앱과 연애 양극화가 말해주는 것

 

 

사람을 만나는 방법도 바뀌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믿을만한 주선자를 사이에 두고 사람을 만났는데, 이젠 그런 사람 역할을 데이팅 앱이 대신한다. ‘아만다’ 앱으로 외모를 평가하고, ‘연애의 과학’ 앱으로 카톡 내용을 분석하는 시대의 등장.

좀 더 연애가 쉬워졌을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너무 쉬워져서 너무 어려워진 시대라고나 할까. 간단히 말하면 썸만 타고 끝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아예 연애를 안 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너무 쉬워져서 많은 썸을 즐기는 사람과, 쉬워져서 피곤해진 사람들…. 물론 안 생기는 사람들은 어떤 시대에 태어나도 안 생기겠지만.

이상한 것은, 관계 맺기 쉬워졌음에도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기계나 인공 지능이 모든 것을 다해주는 시대는 편하다. 다투거나 싸울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 바로 인간관계를 다루는 기술이다. 사람은 서로 다투기도 하면서 성장하는데, IT 기술은 사람들이 갈등 속에서 성장할 기회를 뺏고 있는 셈이다.

그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기엔 너무 이르다. 삶에서, 스타일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라도 갈등을 풀어 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다만 다른 형태로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는, 이 시대에 맞는 연애의 기술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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