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로봇이 함께 잘 수 있을까

2018년 2월, 파리에 이상한 집이 문을 열었다. 성매매 업소이긴 한데 사람이 없다. 한때 한국에도 들어왔던 인형방이다. 좀 더 사람 같은 인형이 있을 뿐이다.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는 이와 비슷한 가게가 이미 있다.

중국 엑스돌(Exdoll)에서는 샤오디라 불리는 인공 지능 스피커가 탑재된 인형을 개발하고 있다. 장래엔 사람처럼 표정도 짓고, 스마트홈에 연결된 가전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게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에선 성인 VR 영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에선 인공 지능을 가진 여성형 로봇 사만다를 팔기 시작했고, 미국에선 하모니라는 로봇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앱을 통해 다양한 성격을 부여할 수가 있다. 사용자의 취향 같은 개인 정보를 기억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인간의 성 경험을 지원하는 기술을 성인 기술 산업(Sex Tech)이라 부른다. 우리에겐 낯선 이야기인 데다 해외에서도 음지로 치부하는 영역이라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500 스타트업’의 트리스탄 폴록은 시장 크기가 0.5조 달러,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로봇이나 인형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과 영국에선 높은 이혼율을 내세운다. ‘하모니’를 만드는 ‘리얼돌’의 사장 매트 맥멀런은 결혼 후 절반 가까이 이혼하는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는 이성 관계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그 인형이 더는 살아있을 이유를 못 느꼈던 남자들의 삶을 구했다고 말한다.

엑스돌의 사장 차오 우는 중국 1자녀 정책으로 인한 남녀 성비 불균형을 이유로 든다. 성매매와 성폭력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주장이 어찌 되었건, 사려고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반대 의견도 많다. 로봇공학재단(FRR)에서는 ‘로봇과 함께하는 성의 미래(Our Sexual Future With Robots)’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할 수도 있지만, 여성 비하나 인간관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섹스 로봇 반대 캠페인’에서는 로봇과의 관계에 익숙해지면 결국 어린이와 여성도 물건 취급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기술에는 만든 이가 어떻게 만들려고 했는지가 녹아 들어가 있으므로, 남성 중심 사고를 강화하게 된다는 이도 있고, 로봇이 드러내는 가짜 감정에 익숙해지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로봇에게 기록된 개인 정보가 해킹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할까?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로봇이 등장하기만 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처럼 말한다. 여성용 남성 로봇이 나오면 남자가 필요 없게 될 거라는 주장도 있고, 어차피 이런 로봇은 특정 성향의 남자들이 살 테니 다른 여성들은 그런 남자들에게서 자유로워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폭력 게임을 하면 폭력을 쓰게 된다는 말처럼 재미없다.

엘리어스는 자신의 책을 통해 ‘문명화 과정’을 본능에 충실한 삶을 억누르고, 사려 깊게 행동하는 세련된 예절에 길드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기술보다 무거운 것은 사회적 합의다. 사회적 조건은 우리 행동의 뿌리다. 우리는 계속되는 합의 수정과 교육을 통해 한 사회를 유지해 간다.

지금은 관계에 대한 규칙을 다시 바꾸고,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야 할 때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 사이에 어떤 관계를 배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지금 있는 불행한 관계가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재현되는 것을 두려워하겠지만, 어쨌든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시장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 제품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끌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참고로 여성용 시장도 생각보다 크다. 즐거움을 찾는 일에 남녀가 따로 있지 않으니까.

 

About Author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