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예 네이버에서 뉴스를 빼자

드루킹 사태를 둘러싸고 작성되는 여러 기사를 보고 있는 심정은, 씁쓸하다 못해 우습다. 독자는 큰 관심이 없는데 언론만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다지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서 그렇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내용은 이용자를 뜻대로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용으로 가득하다. 리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마케팅 콘텐츠와 그럴듯한 말로 꾸며진 댓글로 넘쳐난다. 검색에 잘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 주겠다, 실시간 검색어 인기 순위에 올려주겠다, 네이버 1면에 올라가도록 해주겠다, 이슈가 되는 영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마케팅 업체도 많다.

그렇게 열을 내는 언론사도 다르지 않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면서 글 조회 수나 댓글은 열 개도 안 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면, 그 많은 팔로워는 어디로 간 걸까? 심지어 몇몇 언론사는 스스로 그런 장사를 했거나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어느새 기사에서 때리는 대상이 정치인에서 포털 사이트로 넘어간다. 이게 다 네이버 탓이란 말이다. ‘신이 된 네이버’라고 제목 붙인 기사도 나왔다. 댓글 기능을 아예 닫자, 댓글 실명제를 하자, 네이버에서 기사를 아예 빼자, 네이버는 링크만 제공하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기사를 읽게 하자(아웃 링크)는 대안 아닌 대안도 나왔다.

기사 댓글? 빼도 된다. 모든 댓글을 막자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메인에 오른 기사가 아니면 댓글 보기도 어렵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악용으로 인해 장점을 잃어버렸다. 다행히 네이버에서 언론사에서 알아서 세팅하라고 했다. 오케이, 알아서 세팅하면 된다.

아예 네이버 뉴스를 없애버릴까? 좋은 생각이다. 언론사들이 한꺼번에 빠지는 순간 네이버에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수많은 업자가 생긴다. 콘텐츠 회사 창업 붐이 불 수도 있다. 언론사가 네이버에서 빠질만한 배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댓글 실명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이미 위헌 판정을 받았고, 그 자체가 실명 확인 기능을 악용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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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링크만 제공하고 독자를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기자는 주장은 잔인하다. 그 쓰레기 광고 가득한 홈페이지에 들어가라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쓰레기 같은 광고가 가득하다. 오죽하면 어떤 신문의 재정 상태가 궁금하면 기사 옆에 붙은 광고 숫자를 세보라고 할까.

거기에 더해 과거 네이버에서 뉴스 캐스트 서비스를 하던 시절, 그걸 악용해 온갖 선정적인 제목과 야한 사진으로 장사를 하던 언론사를 기억한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그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먼저 반성부터 하고 시작하자. 그게 독자에 대한 예의다. 아니면 솔직해지던가.

어차피 드루킹 사태에 숟가락 얹어서 언론사에 이익이 되는 모양으로 바꾸고 싶어서 이러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사실 이거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기사를 쓰는 사람들만 모르는 척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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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찌해야 좋을까.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언론사들이 과감히 다 빠져줬으면 좋겠다. 그래, 네이버에서 뉴스를 빼자는 말이다. 어차피 ‘평화로운’ 대안은 없다. 문제는 악성 댓글이 아니라 댓글을 악용한 사람들이고, 그걸 조장하고 방관한 시스템이며, 그 시스템에 얹혀사는 언론사니까.

뉴스는 포털 사이트 체류 시간을 늘리는 미끼 상품이고, 언론사는 이미 기사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사가 됐다. 온라인 기사 유통망은 사실상 네이버가 틀어쥐고 있는데, 네이버가 주는 돈과 영향력을 포기할 수 있는 언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외부에서 강제로 시스템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데, 사기업이 하는 일인 데다 언론이 끼어있어서 건드릴 사람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언론사들 주장을 들어줄 필요가 있을까?

장담컨대 없어도 잘 산다. 기성 언론이 사라져도 새로운 미디어들이 좋구나-하고 비집고 들어올 거다. 그게 우리에게 좋은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랴. 기성 언론 스스로 독자가 아니라 네이버에 날품팔이하는 삶을 택한 탓인데. 잘됐다. 이 참에 네이버에서 뉴스 빼자.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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