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처는 없다. 좀 둔감한 편이라, 주변에 악의가 있어도 그러려니-하고 사는 편이다. 원래 그런 건지, 그렇게 되버린 건지는 모른다. 생각해보면 널리고 널린 게 악의라, 하나 하나 대꾸하기 귀찮았을 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에게 뭔가 바라지도 않는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건 어릴 때부터 알았다. 부모님한테 말해봐야 일만 커지고.
… 그래도 그때,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리브 오마(Lieve Oma)는 할머니와 함께 숲을 걷는 게임이다. 그게 끝이다. 같이 걷다, 가끔 버섯이 보이면 줍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할머니가 괜히 손자를 숲에 데려오지 않았다. 뭔가 걱정되고 묻고 싶은데, 딴데 신경 쓰지 않고 얘기할 핑계가 필요했다. 그게 전부다. 전부인데 … 따뜻하다.
사실 별로 즐기지 않는 스타일의 게임이다. 그냥 디스 이즈 게임에 올라온 게임 소개를 봤고, 검색해보니 무료로 풀렸다기에 다운 받았다. 다운 받은 후 까먹고 있다, 연말 맞이 하드 디스크 정리…를 하는 중에 뭔가 전혀 모르는 폴더가 있어서 클릭해 봤다. 무슨 고전 게임 같은 것이 떴다. 1~2분 플레이 해보고 지워야지-하다가, 엔딩까지 가버렸다. 음, 고백하자면, 엔딩까지 가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린다.
잘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좋은 게임이다. 마치 할머니를 따라 정말 숲을 걸어가는, 그런 기분이 들게 해준다. 다시 말해, 각자의 마음안에 있는 어떤, 추억을 건드린다.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어떤 사람, 또는 어른에 대한 기억을.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추억이 별로 없다. 마음을 드러낼 수 있던 어른은 정말 없었다.
… 그래도, 그런 어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했다.
조금 3D 멀미를 하는 편이라, 처음엔 열심히 버섯…을 찾기 위해 마우스로 화면을 뱅뱅 돌리다가,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어찌할까 하다 그냥 화면 움직임 없이, 할머니가 가는 길을 쫓아간다. 무성한 나무들 때문에 주인공과 할머니가 그림자만 보여도 상관없다. 할머니를 믿고, 따라가면 된다.
어쩌면 아이들에겐, 그런 어른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부모와는 다른, 내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어른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 내게 줄 수 있는 게, 버섯 스프에 불과하다고 해도. 너는 그런 어른이 되었어?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도 조금, 할 말이 없긴하지만 말이다.
… 애당초 손자- 같은 존재가 존재하질 않거든요. 슬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