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올해 처음 적고 싶었던 이야기

2019년입니다. 1982년에 만들어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반란을 일으킨 ‘넥서스6’ 무리가 지구로 잠입했다 사라진 해죠. 이때만 해도 2019년이 되면 자동차는 다 하늘을 날고, 유전자 조작 식량을 먹고, 우주여행을 하고, 인조인간은 무리여도 인공지능 로봇 정도는 널리 퍼져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다르지 않았고요.

하지만 2019년이 된 오늘도, 아직 자동차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올해 일부 상용화됩니다.), 유전자 조작 식량은 논란에 휩싸여있고(사실 종자를 비롯해 식량 산업을 일부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겨우 위성 발사 로켓을 회수할 실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앨런 머스크 만세!), 인공지능 로봇은 커녕 AI 스피커조차 멍청한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애써 만든 인공지능 기술은 유치한 페이크 포르노 영상이나 유튜브 스팸 영상을 만드는 데에 적극 활용…되고 있죠. 하여간 나쁜 짓 하려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기술을 이용합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 박준경(37), 서울 아현 2구역 철거민,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시사인 2018년 12월 25일, 42p

올해, 많은 일이 풀렸습니다. KTX 승무원 문제도, 쌍용차 해고자 문제도, 삼성 반도체 문제도 어떻게든 매듭을 지었습니다. 그걸 보며,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우리가 천천히 바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플라잉카와 우주여행과 인공지능, 로봇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어떤 땅에 발 딛고 서있는 가도 돌아봐야 합니다.

… 우리는 사람을 위해 기술을 얘기해야 합니다.

모두 잘 살 수는 없지만, ‘내일이 무서워 자살을 택하’는 것은 슬픕니다. 그가 미래의 내 모습이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요. 아니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내일이 무서워 자살을 택할 겁니다.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는 막막한 절망에 부딪혀. 그건 당신의 내일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내일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지치지 말고, 천천히.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야합니다. 어쨌든 어른이니, 책임을 지고, 가야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승객이 아닌 승무원이니, 이 배가 어디로 갈지,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 더 많은 고민이, 공부가, 삶이 필요합니다. 나는 … 내일이 무서워, 자살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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