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이용자가 거의 없어 관심이 덜한 SNS가 있다. 마이 스페이스다. 한때 페이스북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망해(…)버린 사이트였다. 다만 창작자들, 특히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방향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틈새 시장 특화 SNS 였다고 해야 하나. 그나마 그것도 유튜브를 더 널리 쓰게 되면서 묻힌 듯 하지만.
아무튼, 이 사이트가 서버를 마이그레이션 하는 과정에서, 지난 12 년간 이용자가 올린 5000 만 곡 이상(추정)의 음악 데이터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해당 이용자는 약 1400 여 만명에 달한다. 해당 기간은 2003년(마이스페이스 창립)부터 2015년까지다. 한창 잘 나가던 시간에 올린 음원들이 전부 사라졌다. 게다가 1년 전에 발생한 일을, 이제야 밝혔다.
… 이해할 수 없지만, 백업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얼마나 불안정한 저장 공간인지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둔다. 웹 상에 올린 자료 중에 정말 안전한 자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보안 장치도 작은 헛점으로 뚫릴 수 있다. ‘노-하우’에서 ‘노-웨어’로 지식을 기억하는 방법이 바뀌었다는 주장이 21세기 초반에 있었지만, 그런 주장도 그 후 일어난 수많은 데이터 손상 사고, 또는 서비스 중지와 함께 기각됐다.
디지털 정보는 생각 이상으로 취약하다. 인터넷은 아카이브가 될 수 있지만 또 아카이브가 될 수 없다. 끝없이 돌보지 않으면 손상되거나 쓸모없이 되는, 화초 같은 존재다. 디지털 세상에서 꽤 오래 살아온 우리는, 안다.
어제는 구글 플러스에 올린 데이터를 내려 받았다. 사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내가 올린 자료조차 내가 돌아보지 않는다. 소중하다 생각해서 백업 받아놓고 몇 년 간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적도 많다. 이번에 다운 받은 자료도, 아마 거의 돌아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정보는 그냥 강물이다. 시간처럼, 정말 흘러간다. 옛 정보는 새 정보에 묻혀 돌아보지 않게 된다.
어쩌면 마이 스페이스가 디지털 음원 데이터를 날린 일도,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닐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올린 이도 잊었을 테니까. 모든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즐기게 될 세상에서, 보관과 백업이란 행동을 아예 잊어버리게 될 지도. ‘타임라인(Time Line)’이라, 지금 생각하면, 참 잘 지은 이름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