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이 밝았다. 2020년대는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10년 전에 나온 트렌드 예측 보고서를 읽고서는 맥이 탁 풀렸다. 10년을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 2020년은 어떨까? 2019년에 나온 트렌드 책을 보고서 다시 맥이 풀린다. 겨우 1년인데, 맞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다행히 2019년 초에 썼던 예상은 어렴풋이 들어맞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한 탓이다. 그렇다면 올해도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겠다. 간단하다. 올 한 해 가장 기대되는 것은 5G 아이폰 출시다. 이게 나오면 5G 시장이 요동친다. 끝.
… 미안,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
싫든 좋든, 2020년 한 해는 지금까지 준비하던 일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시기다. 인공지능이나 개인용 로봇, 5G 네트워크, 가상현실, 가상화폐, 모빌리티 이런 것들을 ‘실물로’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페이크 영상 및 뉴스에 대한 규제와, 개인 정보 보호 및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쟁도 더 심해지리라 생각한다.
여전히 허풍을 칠 5G
2019년 5G는 생각보다 히트를 쳤다. 마케팅과 보조금이 이렇게 무섭다. 그 기세가 2020년까지 이어질까? 두고봐야겠지만, 5G가 아니라 보조금 때문에 한번 더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이번엔 상반기가 아니라 하반기에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다. 유감이지만 올해도 5G는 킬러 앱을 찾지 못할 거고, 계속 망 공사만 하고 있을거다.
다만 2020년 이후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많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상용화 즉시 욕을 먹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그렇다. 이동 통신 3사 모두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계속 베타 서비스로 갈 가능성이 높다. 상용화는 2021년이나 22년쯤에나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스마트 팩토리 및 스마트 오피스 분야 같은 산업용 5G 실증 실험은 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여긴다. 해외에서도 이미 테스트에 들어갔다. 유일한 변수는 관련 회사들의 임원진 교체. 실적에 대한 추궁을 받게 된다면 여러 이벤트를 벌이겠지만… 당분간 반도체 경기가 다시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을지도.
아무튼 올해와 내년 투자가, 2022년 이후를 결정지을테니, 쉴 수는 없다.
생활에 들어올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는 여전히 많이 등장한다. 다만 마케팅 용으로 약발이 떨어진만큼, AI를 내세우기 보다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더 내세울 예정이다. 지금까지 AI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였다면, 이젠 Ai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단계로 바뀔 듯 하다. 가전제품을 비롯해 거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소리소문없이 내장될 거라고 봐도 좋겠다.
가상현실은 매년 뜬다고 하다가 말았다. 올해는 정말 될까? 시장조사업체 IDC에선 2020년부터 가상 및 증강현실 수요가 약 188억 달러, 우리 돈으로 22조가 넘는 시장이 열릴 거라고 보고 있다. 가정용보다는 교육이나 생산에 쓰이는 비즈니스 VR 시장이 크게 확산될 거라고 말한다.
올해나 내년쯤, VR 시장에 분명 터닝 포인트가 오긴 온다. 8K 디스플레이 기술과 콘텐츠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 일본에서 JR 열차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 실험에서, 교육 대상자들이 요구한 내용이 바로 콘텐츠 해상도였다. 8K 해상도면, 현실을 눈으로 보는듯한 실감이 생긴다. 올해와 내년에도 못잡으면, 잊힌다고 볼 수 밖에.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은 AR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금방 오기보다는 10년안에 등장할 트렌드라고 여기는 편이 좋겠다. 3년 정도 후에 쓸만한 기기가 등장하고, 5년 정도 안에 킬러 앱을 찾을 수 있다면 빠르게 오는 편이다. 아참, AR과 VR이란 개념은 곧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조금 멀어진 꿈, 자율주행차와 서비스 로봇
2020년에 눈에 띄는 변화라면, 서비스 로봇이다. 최근 소개된 국수 말아주는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실증 실험을 진행하는 것을, 서울 사는 사람들은(…) 볼 수 있을 듯 하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쇼핑몰에서 안내를 해준다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준다거나, 음식점에서 음식이나 커피를 만들어주는 로봇을. 다만 널리 퍼지기엔 너무 비싸다. 일장춘몽으로 끝날지, 생활에 받아들여질지 지켜보자.
드론 배송은? 잊자. 우리나라에서 쓰일 일은 당분간 없다. 필요한 곳에선 이미 쓰이고 있고, 그 시장은 더 커지겠지만. 최근 미국에서 딴지를 건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로 올해 드론 산업은 약간 소강 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예상보다 늦어진다. 원래는 다들 2020년에는 상용화할거라고 자신했지만, 요 몇 년간 사고 및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금은 많이 신중해진 분위기다. 아직 출시도 안됐는데, 해외에서는 관련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 큰 문제다.
여전히 시범 주행은 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력을 지금보다 좀 더 높여야만 한다. 당분간 운전자가 아예 탑승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는 보기 힘들다. 이와는 별개로, 테스트 주행 자체는 다른 어떤 해보다 많이 이뤄진다. 다른 컨셉을 가진 자율주행차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20년에 등장할 다른 변화
그 밖에 다른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모바일 페이 결제가 더 널리 쓰이고, 해외 이용도 편해진다. 조금 길게 보면 앞으론 환전할 필요 없이 모바일 페이 하나로 다른 나라에서도 결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러 규제가 풀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2020년에는 좀 다양한 서비스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 밖에 그동안 희망고문만 하던 분야에서도 실제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실제 활용을 모색하고 있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산업도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여전히 비싸겠지만, 우리 심장을 뛰게 하기는 충분하다.
구글이나 MS, 애플 같은 주요 it 기업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아주 커진다. 미국은 지금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구글, 페이스북 등에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만큼, 설령 230조가 유지된다고 해도, 뭔가 유해 콘텐츠를 검열할 방안을 스스로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아, 그리고 화성이 지구에 (그나마) 가까이 온다. 올 한 해는, 우주 연구에 대한 여러가지 다양한 소식과 프로젝트를 들을 수 있을 듯 하다. 그 전에 먼저 우한 폐렴 소식이나 호주 산불, 우크라이나 여객기 미사일 격추 사건 소식이 쉬지 않고 들어온 것은… 슬픈 일이지만. 조금 늦게 올리기 했지만, 2020년 전망 하려는 사이, 그 짧은 사이, 참 많은 일이 벌써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