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 논란은 있지만, 세계에서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지 1년이 지났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끌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5G,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겉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5G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536만 명, 3대 이통사 합산 기지국은 108,897개에 달한다. 2019년 한 해 투자한 돈만 8조 원이 넘는다. 3대 이통사 분위기도 좋았다. 2020년 상반기에 5G 단독으로 쓸 수 있는 5G SA(Stand Alone) 망을 상용화하겠다고 했고. 5G 기반으로 클라우드 게임을 비롯한 VR/AR 서비스, 여러 콘텐츠에도 힘을 싣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어떨까? 이용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터넷 접속이 끊어지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이게 왜 좋은지 모르겠다. 속도는 LTE 대비 4배 수준이고, 응답 속도도 비슷하다. 2019년 10월 참여연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무려 76.6%가 5G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이것이 제대로 된 5G 서비스다! 라고 얘기할 만한 5G 킬러 서비스도 아직 뚜렷이 각광 받는 것도 없다
답은 5G 밀리미터파에 있다. 현재 한국은 6GHz이하 주파수 대역을 쓰는 5G Sub-6GHz만 상용화 되어 있다. 5G의 Sub-6GHz 대역 대비 약 8배 넓은 대역폭을 갖춰 훨씬 빠른 속도와 저지연성을 제공하는 밀리미터파 상용화는 하루이틀 미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5G,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을까?
5G를 선도하는 세 나라, 한국, 미국, 중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나름 선방했다. 5G 네트워크 기반 해외 스타트업도 한국으로 들어왔다. 가입자 수만큼 5G 스마트폰도 팔았다. 삼성전자는 한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리 경험치를 쌓은 5G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뭐랄까, 아직 잘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선점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유독 5G밀리미터파 상용화에 있어서만큼은 뒤쳐져 있다. 6GHz이하 주파수 대역을 쓰는 5G Sub-6GHz만 상용화 되어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GSMA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현재24개국 46개 통신사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에 39개국 79개 통신사가 새로 5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은 2019년 4월에 발표한 5G 이니셔티브를 통해, 향후 10년간 204억 달러를 투자할 뜻을 밝혔고, 지난 해 이미 5G 밀리미터파 네트워크 및 밀리미터파 스마트폰을 상용화하여 현재 한국보다 빠른 속도의 5G를 소비자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이통사 버라이즌(Verizon)은 이미 미국 전역의 13개 이상의 미식축구 경기장에 5G 밀리미터파망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경기를 보다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 등을 발 빠르게 실시하고 있다. 축구 경기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데이터를 연결하고자 할 때, 끊김 없이 제대로 된 속도를 내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진짜 5G, 5G 밀리미터파의 성능을 확인 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또한 2020년 상반기 5G Sub-6와 밀리미터파 동시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20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2020년이 진짜 5G 원년이 된다는 말도 농담이 아니다.
한국의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은 어떨까? 더 나은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어떠한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올해 안에 5G 밀리미터파 망을 상용화하겠다고는 했으나, 5G 밀리미터파 스마트폰 출시나 서비스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5G 맛 좀 보자
5G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마중물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이자, 미래를 위한 필수 인프라다. 코로나 19로 인해 바뀐 상황은 우리가 인터넷 인프라에 얼마나 의지해 살고 있는지 보여줬으니까. 위기가 기회라면, 지금이 우리가 치고 나갈 기회다. 주요 이통사는 2020년 상반기에 5G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앞당겨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진짜 5G, 밀리미터파가 어떤 것인지를 하루빨리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밀리미터파, 28GHz 5G를 미리 써볼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예전에 만들었다면 지금 휴관을 했겠지만, 지금 만든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아니 아예 언택트한 장소로 만들 수 있다. 처음 5G가 등장했을 때 했던 약속,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구연할 수 있는 장소를 전국 곳곳에 만든다면, 좋지 않을까? 지하철 와이파이 AP를 28GHz 5G 기지국으로 대체하여 설치하는 건 어떨까? 매일 매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시설이니까.
물론 그저 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꿈을 한번 던져보기에 좋은 때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처음 얘기했던 그 5G 네트워크 성능을 정말 맛이라도 보고 싶다. 1년 동안 5G 서비스를 쓰면서 한 번도 못 본, 진짜 5G라는 걸.
내가 던지는 꿈이라면 이런 거다. 전시장에 방문하면, 로봇이 사람을 확인하고 체온을 재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카트로 안내한다. 카트를 타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 잠시 앉아 있으면, 눈앞에는 5G에 연결된 8K TV에서 영화가 나오고, 테이블 위에 놓인 AI 스피커로 주문하면 자율주행 카트가 커피를 가져다준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TV가 말을 건다. 영화를 계속 보겠느냐, 혹시 클라우드 게임 한번 해보지 않겠냐, 원하면 책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굳이 스마트폰을 쓸 필요가 없다. 필요한 모든 것이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마치 집 자체가 스마트폰인 듯 즐길 수 있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며 전시장을 나오는 것. 5G 밀리미터파 망을 통한 초저지연과 초고속, 초연결 사회가 진짜 구현이 된 모습. 그걸 위한 투자가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기왕 이리된 거 이런 세상에서 살아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좀, 씩씩하게 미래를 준비해보자고.
* 외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