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진짜 ‘다이어트’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정보를 음식에 빗대, 끊으라고 하는 책이죠. 이와 비슷한 개념을 가진 책은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똑똑한 정보 밥상’ 같은 책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참 운 좋게(?) 안 좋은 때에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19가 막 퍼지기 시작한 참이었거든요.
…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를 가져다 주는 뉴스를 끊으라니, 그게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근데 그게 또 되네요(…). 정신 건강 관련 글을 쓰다 보니, 많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 건강을 위한 지침 뒷 부분에 주춤 주춤 내미는 권장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뉴스를 끊으라는 겁니다(…). 우리가 가진 불안감은 어떤 ‘실재’보다는,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면이 더 크니까요.
오늘날 우리가 뉴스를 대하는 태도는 20년 전 설탕을 대하던 태도와 비슷하다. 당시 설탕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섭취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뉴스에 깊이 빠져 얼마나 해로운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설탕처럼, 뉴스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매체가 던져주는 뉴스는 우리에게 한 입 거리의 사소하고 얄팍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들이 던진 달콤한 한 입은 지식에 허기진 우리의 욕구를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장문의 기사나 깊이 있는 서적과 달리, 짧고 가벼운 뉴스의 소비는 우리에게 그 어떤 포만감도 주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사실에 대해 알고 있거나,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불안이 커지면, 거기에 대해 알고 싶어지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고 싶어합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을 확증 편향이라 부르고, 많은 미디어는 그런 불안과 확증 편향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 그러면 그 많은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내나요.
문제는, 그게 정신 건강에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겁니다. 걱정하는 사람은 ‘걱정하는 척 하는’ 기사를 읽게 되고, 결국 걱정이 더 커집니다. 다른 책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먹어라’고 말했던 이유입니다. 그게 쉬울까요? 아니죠. 좋은 정보는 어렵고 맛이 없거든요. 다시 말해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읽거나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할 것도 많은데 시간도 오래 걸려요.
많은 사람에게, 한 시간 동안 어려운 책을 읽겠냐, 아니면 잠을 자겠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잠을 잘 거라고 생각합니다. … 뭐 어려운 책을 읽어도 잠이 올테니(?) 결과는 마찬가지겠지만요.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 뉴스들 가운데 당신의 인생, 가족, 사업, 경력,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보다 유익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뉴스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보자. 그 뉴스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릴 수 없었을,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 하나라도 있는가?
…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명료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현실과의 간극을 의식하면서 뉴스를 소비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매체가 만들어낸 매혹적이고 과대평가된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이야기와 현실의 간극을 메울 만한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게다가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진 지금, 콘텐츠 생산과 독자에 대한 접근 비용이 엄청나게 낮아진 현대사회에선, 필요 없는 뉴스나 헛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생산 비용을 대는 사람이 대부분 독자가 아니라 광고주라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사실 정말 필요한 정보는 ‘나 좀 봐주세요!’하고 소리치지 않습니다.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은 대부분(…이하 생략)
결국 좀 더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면, 마음을 단련해야 합니다. 과감히 맛있는(?) 뉴스를 끊고, 맛없는(…) 탐사 보도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던가, 아니면 아예 단식(…)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다시 말해 99% 중에 1%의 알짜 정보를 건지기 위해 99%의 쓰레기를 보느니, 그냥 1% 포기하고 뉴스 끊으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뉴스는 우리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들 예상하겠지만 뉴스는 마음의 안정을 방해한다. 계속해서 전달되는 뉴스는 우리를 부산스럽게 만들 뿐 아니라,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적으로 끓어오르게끔 한다.
오늘날 두려움, 짜증, 시기, 분노, 그리고 자기 연민 등의 감정은 주로 뉴스 소비를 통해 촉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혐오의 파도가 넘실거린다. 하지만 우리가 접한 댓글은 그나마 필터링을 거친 것이다. 부정을 키워내는 뉴스 바이러스에 무기력하게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자.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이런 책이 계속 나오는 건… 이유가 있겠죠?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하단 것을 모두 아는데, 다이어트 책이 나오는 것처럼요. 디지털 미니멀리즘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미디어 산업의 문제를 너 스스로 습관을 바꿔 해결하라고 말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른인 척 하는 어른들의 하나마나한 조언들”이기도 합니다.
(몸에는 안좋지만) 싸고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주고 있는 걸 보면서, 직접 요리하거나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진짜 재료의 맛을 느껴보자! 건강한 식습관을 지키자! 라고 말하는 건 꽤, 허탈하다는 말이죠.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다수는, 심지어 이 책을 읽는 독자까지도, 그러지 못할 겁니다.
… 어려운(?) 글을 많이 읽고 분석하는 사람은, 이 책을 아예 안볼 가능성이 크고요.
뉴스의 99퍼센트가 당신의 영향권 밖에 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든, 당신은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영향을 가할 수 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당신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에 힘과 능력을 기울이는 편이 훨씬 이성적이다.
전 지구를 상대하느니 당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작은 세계에 힘쓰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당신의 인생, 가족, 이웃, 도시, 그리고 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당신의 영향력 안에 있다. 이곳이 바로 당신만의 세계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조언은 유효합니다. 실천은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택한 현실적인 대안은 이렇습니다. SNS는 줄여도 됩니다(…못 끊습니다. 이거 없으면 외로워서). 코로나 19 관련 정보는 질본의 공식 브리핑만 듣습니다(보통 1시간짜리라 틀어 놓고 일합니다. 톤이 정돈되어 있어서 듣기 좋습니다. 기자들도 잘 질문합니다.).
필요한 정보는 이메일과 RSS로 받습니다. 들어가는 뉴스 사이트는 톤이 정돈된 곳만 들어갑니다(BBC, 가디언, 뉴욕타임즈, 아사히). 최고 정보통은, 트위터에서 팔로우 한 몇 분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정말 잘 물어다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은 요즘 내가 너무 많은 뉴스를 보는 것 같다- 싶은 분에게 권합니다. 불필요한 정보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도. 아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불안이 심해진다-라고 느끼는 분들은, 농담 아니고 정말 당분간 뉴스를 끊으셔도 됩니다. 진짜 필요한 내용은 안전재난문자로 다 날아갈거에요(…). 그냥 뉴스를 멀리하시고 게임을 즐기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아, 채팅창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게임은 피하세요. 그냥 똥밭이라 생각하고 나오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