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한국에서 운영하던 아동 포르노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때 나온 낯선 단어에 그게 뭐야? 하고 궁금해진 사람도 많다. 바로 ‘다크웹(Dark Web)’이다.
‘웰컴 투 비디오’는 23살 손모씨라는 한국인이, 다크웹에 세계 최대의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사건이다. 미국 법무부가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15년에 기존에 개설된 사이트를 인수해 만들고, 2018년 3월까지 운영됐다. 다크웹을 감시하던 미국 사법당국이 이 사이트가 한국에서 운영된다는 걸 운 좋게 파악하고 연락해 잡을 수 있었다.
이때 입수한 서버 기록을 토대로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 수사를 펼쳐서 잡힌 사람이, 38개국에서 337명이다(현재는 더 있을지도 모른다.). 이중 223명은 한국인이었다. n번방을 비롯해 지금 터지고 있는 여러 사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던 어떤 경향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되거나, 그렇게 돈 벌 수 있다는 자의적 낙관 의식.
저때 잡힌 사람이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수사 당시 유료회원수만 해도 4천명이 넘었고, 가입한 사람은 120만명에 달했다. 다크웹 특성상 이들을 모두 파악해서 잡을 수는 없다. 애당초 그래서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한 거니까. 다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비트코인이 필요했기에, 이 비트코인 거래를 역추적해서 잡았을 뿐.
다크웹이 대체 무엇일까?
다크웹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범죄자를 잡기 어려울까?
인터넷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표면웹-딥웹-다크웹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터넷은 ‘표면웹(Surface web)’이라 부른다. 겉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적 공간으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없어도 볼 수 있다.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이, 표면웹에 쓰여진 글이다.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이 검색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광장, 공원, 쇼핑몰 같은 곳이다.
딥웹이나 다크웹은 그 밑으로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딥웹(Deep Web)이라고 불린다. 사적 공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회원제 카페나 전자메일 서비스, 내부 전산망 같은 것들이 전부 딥 웹에 해당한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없으면 쓸 수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름 때문에 오해 받기 쉽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다크 웹은 딥웹보다 아래에 있는, 맨 밑의 인터넷이다. 막장이라고 봐도 좋고, 슬럼가라고 생각해도 좋다. 여기서부턴 아이디랑 패스워드가 있어도 들어갈 수 없다. 접속 방법을 모르면 아예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니언 라우팅(The Onion Routing)이란 기술로 만들어진 이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미국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다크웹에 들어가기 위한 툴을 쓰면, 통신 신호를 세계 여기저기로 3번 이상 돌려서 IP주소를 세탁한다. 통신 내용도 암호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알려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용 웹브라우저를 써야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인터넷이다. 굳이 뭐 이렇게까지 해야하냐고? 그래서 쓰는 사람만 쓴다.
다크웹이 익명성을 강조하는 이유
다크웹이 만들어진 이유는 정부기관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인터넷은 구조상 원칙적으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 어떤 컴퓨터에서 어떻게 접속했는지,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에서 어니언 라우팅을 개발하게 된다. 자신들이 추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문제는, 이 기술을 혼자만 쓸 수는 없다. 혼자만 쓰면, 이 기술을 이용해 들어온 접속자는 미국 정부에서 왔다는 걸 누구나 알 테니까. 결국 일반 시민들에게 배포될 수밖에 없었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여러가지 목적으로 여기저기에서 쓰이게 된다. 장점과 단점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어떤 장점이 있냐고? 정부 기관이 추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개발한 만큼, 이 기술을 쓰는 이용자 역시 남에게 감시당하기 어렵다. 독재 정권 같은 곳에서, 첩보 기관의 눈을 피하면서 인터넷을 쓰길 원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중요한 도구다. 실제로 분쟁 지역 기자들은 다크웹과 VPN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남에게 감시당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사 목적, 첩보 목적으로도 많이 쓰인다.
장점의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튀니지 혁명이다. 당시 시위자들이 정권의 눈을 피해 의견을 나누던 장소가 다크웹이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폭로한 곳도, 브래들리 매닝이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살해 영상 공개한 곳도 모두 다크웹이었다. 프라이버시를 제대로 지키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싶다면, 사실 다크웹을 빼면 다른 대안은 별로 없다.
… 다시 말하지만, 인터넷은 원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
다크웹에는 온갖 나쁜 놈들이 모인다
장점이 분명하지만 단점도 상당히 크다. 나쁜 놈들은 정말 쉬지도 않고 열심히 살기 때문이다.
다크웹에는 6만개가 넘는 사이트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여기에는 위키 리크스에서 운영하는 익명 정보 제공 사이트부터 시작해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기술을 토론하는 커뮤니티나 체스 게임을 하는 곳, 심지어 CIA나 페이스북까지 있다. 절반 정도는 불법 정보를 담고 있고 절반 정도는 합법 정보다.
* 정확한 규모는 파악 불가능. 계속 사이트가 생겼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
큰 문제는 대부분 두 가지 카테고리에서 발생한다. 하나는 아동 착취와 관련된 콘텐츠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상거래다. 실행 여부를 떠나 여기서는 정말 온갖 것이 다 거래된다. 사기, 포르노, 인신 매매나 해킹 요청, 청부 살인까지 올라온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다크웹을 이용해 약물 거래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어떤 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해킹당했다- 싶으면, 나중에 다 여기서 거래된다고 봐도 된다.
그럼, 이런 나쁜 다크웹 사이트를 없앨 수는 없을까? 어렵다. 다크웹의 부작용은 누구나 안다. 해외에서 늘어나고 있는 총기 난사 사고나 워너크라이 같은 랜섬웨어 해킹 공격도 여기와 연관이 있다. 여기서 익명으로 총기를 거래하고, 해커들이 해킹을 모의하는 장소다. 암호화폐는 익명으로 금전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서, 나쁘게 다크웹을 이용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다크웹의 익명성은 정말로 강력하다. 그러다보니 계속 감시를 할 수는 있어도, 특정 사이트를 없애거나 그러기는 어렵다. 게다가 중국에서 다크웹을 원천 차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다크웹이 없어지면 환호할 다른 악당이 존재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저항 운동가들을 탄압하도록 다크웹을 없애길 바랄 거다. 결국 줄타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
호기심에 접속 금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다크웹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다크웹을 마냥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 호기심으로라도 들어가보지 않기를 권한다.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당신을 보고 있음을 명심하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콘텐츠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한 사람도 잡아먹을, 다시 말해 당신도 속이고 해킹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말했지만, 나쁜 놈들은 부지런하다. 진짜 열심히 산다. 동시에 전세계 사법당국에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을 거다. 다크웹은 사실상 ‘사냥터’니까. 양쪽 모두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린다’. 그게 이 세계의 규칙이다.
그러니 그냥 그런 게 있다- 정도만 알아두는 게 좋다. 이 글에서 다크웹 접속 방법이나 수단을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