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개인용 로봇 시장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15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 미래예측센터에서는 개인용 로봇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아쉽게도 예측은 틀렸다. 원래 하드웨어 분야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생각보다 만들기도 어려웠고, 이걸 꼭 써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피기도 전에 망한 개인 로봇 시장

 

시장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개인용 로봇의 선구자였던 ‘지보(Jibo)’는 2012년에 발표됐고, 2017년에 제품을 내놨다. 어떻게 제품은 내놨는데, 영 팔리지 않았다. 899 달러로 너무 비싼데, 기능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장난감 로봇 코즈모와 벡터로 유명했던 안키(ANKI)도 2019년 5월에 파산했다. 2족 로봇 분야의 상징적 존재였던 혼다 아시모도 2018년 6월 개발팀이 해산했고, 독일 메이필드 로보틱스가 만들던 가정용 로봇 ‘쿠리(Kuri)’도 2018년 7월 개발이 중단됐다.

개인 로봇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의 ‘페퍼’도 3년 임대 계약이 끝나자, 계약을 종료한 기업이 대다수라고 한다. 처음엔 호기심에 각광을 받았는데, 비싼데도 쓸만한 기능이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잘 가, 지보

 

 

망한 로봇들이 뿌린 씨앗

 

그럼 끝난 걸까. 개인 로봇은 그저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던져준, 헛된 꿈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비록 이 로봇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좋은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다.

처음 나왔던 개인용 로봇은, 스마트폰처럼 많은 일을 하려고 했다. 요즘엔 다르다. 피처폰 같은 로봇이 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일, 그거 하나만 잘하는 로봇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생 회사들은 망한 회사들이 제시한 개념은 살리면서, 망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지보는 ‘가정용 소셜 로봇’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가족 개개인에게 반응하고, 사진을 찍어주거나 일정을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동화도 읽어주는, 자기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러봇(LOVOT)은 여기서 비서 기능을 빼고, 오로지 사랑받는 역할을 맡기 위해 태어난 애완 로봇이다. 머리 위에 달린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해 여러 상황에 즉시 반응한다. 눈으로 감정을 나타내기도 하고, 체온도 있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꽤 하이테크 기술이 탑재됐는데, 하는 일은 사람과 같이 노는 게 전부다. 이런 로봇을 어디다 쓸까 싶은데, 발매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비서 기능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져가고, 로봇은 오로지 귀여움에만 집중했는데 나름 성공했다. 그동안 로봇을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활용할 방법을 많이 고민했는데, 막상 찾은 방법은 반려 로봇이었달까.

 

사실 반려 로봇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아이보라는 로봇 강아지다. 하이테크 장난감이라면 장난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로봇 강아지지만, 나중에는 파로(PARO)라는 이름을 가진 심리치료용 로봇이나, 페퍼가 등장하는데도 영향을 끼쳤다. 러봇은 이런 개념을 좀 더 한쪽으로 밀어붙였다.

 

진화하는 아이디어, 진화하는 로봇

 

구멍을 판다면 하늘까지 뚫으리라. 무덤을 파더라도 그조차 뚫어버리고 나올 수 있다면 나의 승리다!

 

이렇게, 한번 선보인 개념은 계속 진화한다. 사업은 망해도, 아이디어는 계속 다른 로봇들 속에서 살아남는다. 2018년 선보인 새로운 아이보 역시 이 개념을 물려받았다. 망한 지보처럼 가족 개개인을 알아보고, 반려 동물처럼 가족에게 반응한다. 어쩌면 요즘 유일하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로봇 강아지다. 30만 엔짜리를 3만 대나 팔았다.

 

 

한국에도 이런 소셜 로봇을 만들고 있다. 토룩에서 만들고 있는 ‘리쿠’라는 로봇이다. 사람 아기를 닮은 반려 로봇으로,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고, 사람이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성격도 달라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메신저로도 당첨되어 활약할 예정이다(…).

 

그럼 반려 로봇이 개인용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걸까? 또 그렇지는 않다. 개인용 로봇 시장에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분야일 뿐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크게 개인용과 전문용으로 나뉜다. 알다시피 전문용 로봇 시장이 훨씬 크다. 개인용 로봇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로봇은 청소 로봇이다(…). 앞으론 세계적으로 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령자를 돕는 로봇이 주도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큰 트렌드를 보면, 제조형 로봇에서 서비스형으로 로봇 연구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거기에 더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로봇을 보다 똑똑하게 만들고(지능화), 사람과 함께 일하거나 생활하는 형태로 만들고 있는 것도 보인다(공존화). 많은 사람이 보다 쉽게 로봇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도 나오고 있다(플랫폼화).

… 소셜 로봇(반려 로봇)은 이런 변화에 어울리기 때문에 최근 많이 선보이고 있을 뿐이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개인용 로봇

 

앞으로는 어떤 개인용 로봇이 나올까?

 

먼저 AI와 접목된 장난감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 등이 있다. 나 대신 아바타 역할을 해줄 텔레프레즌스 로봇도 나올 수 있고, 사람 대신 음식을 해주는 개인용 조리 로봇도 있다. 간병 로봇도 나올 예정이고, 2019년에는 LG전자에서 만든 ‘클로이’나 한컴에서 만든 ‘토키’ 같은 가정용 로봇이 출시되기도 했다.

 

… 그냥 출시만 됐다(한숨).

 

아일로오스 테크닉스에서 선보인 로봇

 

가장 이상적인 개인용 로봇이라면 역시 HSR, 휴먼 서포트 로봇이다. 예를 들어 지금 테스트 중인 ‘아이올로스’ 로봇이 있다. 스스로 움직이면서 두 개의 손을 이용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가사 도우미 용도로 만들어진 로봇으로, 미래에는 이런 로봇이 직접 청소기를 잡고 청소를 하거나, 간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셜 로봇 스티비(Stevie)는 2019년 11월, 타임이 선정한 ‘2019 베스트 발명품 100’에 뽑혀서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좀 못생기긴 했지만, 양로원이나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의 말 벗이 되어준다고 한다. 현재 영국 등에서 테스트 중인데, 노인들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기’ 때문에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고.

 

 

 

교육용 로봇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2019년 출시된 미스티 II 로봇은,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다. 개발자나 학생이 쓰라고 나온 로봇으로, 이 로봇을 활용해 로봇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교육용 로봇이면서, 플랫폼인 셈이다.

 

 

 

물론 2020년 5월 배송으로 변경된 지오닉 테크닉스 로보틱스 앤 테크닉 코스의 자크 2도 잊지 말자(…)

 

 

스타워즈에 나오는 스톰투르퍼를 귀엽게 만든 로봇도 있다.

 

개인용 로봇의 궁극적인 모습은 아까 말한 HSR이다. 이런 로봇이 금방 나오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시간이 좀 많이 걸릴 듯하다. 구글은 개인용 로봇보다 상업용, 서비스 로봇을 먼저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딥러닝을 이용한 로봇 동작 연구도 그쪽에 먼저 쓰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놈의 코로나 19는, 서비스용 로봇이 먼저 개발될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2018년 펀딩에 성공한 파이보 로봇

 

기대를 풀지는 말자. 한쪽에서 개발된 기술은 다른 쪽으로도 곧 이전된다. 부품 개발은 이미 많이 진척된 만큼,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가정용 로봇을 만나볼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가격이지만, 앞으로 5년 정도면 쓸만한 가정용 로봇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교육용, 반려용, 가사용, 게임용(…) 어떤 이름이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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