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고 수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예전에 샀던 ASUS 게이밍 노트북을 쓰다 든 생각입니다. 게이밍 노트북은 그래도 여유가 좀 있어서, 램도 업그레이드하고 저장장치도 바꿔주고 이러면서 잘 썼지만, 결국 전원 장치가 맛가서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랄까, 여전히 더 쓸 수 있는 사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수요가 있으니 그대로 두더라도, 수리가 용이한 노트북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나왔습니다(실은 교육용 크롬북 중에도 수리가 편한 모델이 있긴 합니다만). 미 프레임워크에서 출시한, 프레임워크 노트북 컴퓨터입니다. 지난 2월부터 선주문을 받았는데, 드디어 배송을 시작했네요. 현재 북미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2가지 형태로 판매됩니다.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제품과, 이미 조립이 끝난 형태로요. 조립된 노트북은 사양에 따라 3가지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론 13.5인치(2256 x 1504) 3:2 비율 디스플레이에, 1080p 60fps을 지원하는 웹캠, 55Wh 배터리 및 약 1.3kg 알루미늄 바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CPU는 인텔 11세대이며, 최대 64GB DDR4 메모리와 4세대 NVMe 저장장치를 4TB 이상 지원합니다.
가격은 DIY 제품은 749달러이며 조립된 제품은 999 달러부터 시작합니다. 기본 모델은 Core i5-1135G7 프로세서, 8GB 램, 256GB NVMe SSD 가 탑재되며, 상위 모델은 1,399 달러에 Core i7-1165G7, 16GB 램, 512GB NVMe SSD가 들어갑니다. 최상위 모델 1,999 달러짜리는 Core i7-1185G7에 32GB 램, 1TB SSD 및 윈도우 10 프로가 들어가 있습니다.
아, DIY 제품을 제외한 조립된 제품에는 윈도우 10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리눅스도 직접 설치할 수 있고요. 음, TPM 2.0은 지원되겠죠? 이게 있어야 윈도우 11 업데이트가 되니..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죠. 사양이야 뭐 다른 노트북 컴퓨터도 다 있는 거고(…). 우선 포트가 확장 카드형 시스템으로 처리됩니다. 4개를 붙일 수 있어서, USB-C, USB-A, HDMI, DisplayPort 및 microSD 슬롯 중에 골라서 4개를 설치하면 됩니다. 나중엔 외부 저장장치 옵션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부품을, 이용자가 스스로 교체하고 수리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제공되는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모두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램 및 SSD를 증설할 수도 있고, 나중엔 교체 가능한 메인보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화면이 깨졌다면, 그것만 따로 부품을 사서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부품엔 이름이 붙어 있고, QR 코드를 찍으면 교체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도 제공합니다. 부품은 다른 회사에서 만든 것을 써도 됩니다. 아래 PC 매거진 인터뷰를 보면, 그게 꽤 잘 작동하는 느낌입니다.
다만 이런 형태 노트북이 가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노트북을 모듈화하고, 그걸 분해해서 수리하거나 할 수 있도록 꽤 잘 설계했다고 보여지는 데요. 문제는 이걸 회사에서 계속 지원해야 작동한다는 거죠. 아니면 다른 회사들이 부품을 만들어 팔 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큼, 많이 팔리거나요. 게다가 요즘 노트북은 스마트폰과 달리, 한번 사면 꽤 오래 쓰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사이에 있는 존재가 되서. 돈이 되는 기업용 제품으로 팔기도 어렵고요.
… 실은 이 문제 때문에, 기존에 출시된 많은 모듈형 컴퓨터가 사실상 모두 실패했던 거고요.
그 문제에 대해 프레임워크는, 다른 회사가 충분히 이 사업에 헌신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는 거죠. 프레임워크는 이 사업에 전력집중할 거고, 진심으로 계속 살아남을 생각입니다. 생각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진심이라는 거죠. 이미 시대가 그걸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무튼, 출시를 환영합니다. 이 시도가 잘되서, 다시 한번 컴퓨터를 조립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면 좋겠네요. 프레임 워크 제품에 대한 간략한 리뷰는 PC 매거진의 기사(링크)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