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잉크와 LCD 디스플레이 중 뭐가 더 눈에 좋을까요? OLED와 LCD 중에 어떤 게 눈에 덜 필요할까요? 명조체가 읽기 좋을까요, 고딕체가 읽기 좋을까요? 스마트 기기 사용 환경을 둘러싼 논쟁은, 예전부터 끝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키보드와 손 글씨 논쟁은 어떨까요?
사실 우리 입장에선 그게 왜 논쟁이 돼? 할겁니다. 뇌에는 키보드보다 필기가 낫다고 다들 동의하고 있으니까요(아닌가요?).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특히 미국에선, 2011년 즈음부터 필기체 교육 대신 키보드 사용 교육을 택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어떤 것이 더 맞는 지에 대한 논쟁이 심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어차피 키보드를 쓰게 될 세대의 미래 상황에 맞는 교육을 시켜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필기체 교육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 뭐, 결론은 터치(…)와 음성이 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요.
이번에 새로 나온 연구 ‘The Importance of Cursive Handwriting Over Typewriting for Learning in the Classroom‘는, 우리가 가진 상식에 하나의 근거를 보태줍니다. 음, 확실히 뇌에는, 키보드보다 펜이 더 낫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이뤄진 2014년 연구도 같은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12명의 성인과 12명의 어린이에게 키보드와 손글씨 쓰기를 하게 하면서, 뇌파를 측정해서 행해졌습니다. 단독 연구는 아니고, 2017년부터 여러 차례 이뤄지고 있는 실험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뇌파를 측정해서 보니, 손으로 글씨를 쓸 때 더 활발하게 뇌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이유는 두 행동의 감각 자극이 달라서입니다. 키보드는 다양한 글자를 입력한다고 해도, 손가락이 취하는 행동은 반복됩니다. 다른 손가락을 쓸 뿐이죠. 반대로 손글씨는, 따지자면 반복되는 동작이 거의 없습니다. A 글자를 쓸 때와 B 글자를 쓸 때조차, 손은 다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을 쓸 때 생기는 소리, 생기는 글자를 보는 시각 적 자극 등이 다 새로운 자극으로 뇌에 전달됩니다. 자연적 감각은 굉장히 풍부한 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뇌에 더 많은 자극을 주고, 기억을 위해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게 됩니다. 뇌를 더 일하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손으로 쓰면 더 잘 배우고, 더 잘 기억하게 된다는 이야기.
… 다만, 이게 속도가 느려서, 답답해서, 그래서.
(키보드는 아웃풋, 손글씨는 인풋(기억이나 학습)에 더 적합합니다.)
실제로 많은 글쟁이들은, 글은 키보드로 쓰지만 아이디어나 메모는 그냥 종이에 끄적거리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아는 글쟁이들은 거의 백이면 백,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생각을 정리하거나, 단순히 기억하기 위한 메모는 손으로 적습니다. 손가락은 느리지만, 쓰면서 외우게 되거든요. 음, 컨닝 페이퍼처럼요(응?).
단, 여기에는 꼭 공책에 연필로 적어야 한다거나, 그런 말은 없습니다. 태블릿PC나 전자잉크 노트도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요즘 들어 펜을 쓸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하게 나오는 건,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아- 갑자기 리마커블 2가 사고 싶어지네요. 이거 어쩌죠? 이게 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