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타자기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와 풀사이즈 키보드를 채용한,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 프리라이터의 휴대 버전이 출시됐습니다. 이름은 프리라이터 트래블러(FREEWRITE TRAVELER). SNS도 할 수 없고 인터넷도 할 수 없기에 그저 글만 쓰게 해줍니다.
무게는 약 730g 정도고, 전자잉크를 채용했기에 배터리는 최대 4주까지 갑니다. 키보드는 풀사이즈 팬터그래프 방식(시저 키보드)이고, 한글을 비롯해 다양한 키보드 배열을 지원합니다. 와이파이를 쓸 수 있어서, 쓴 글을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에버노트 등에 백업할 수 있습니다. 내장 저장공간은 당연히 있고, 자체 온라인 백업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아쉽지만 화면은 작습니다. 가로 12cm, 세로 7cm 크기입니다. 밑에 보조 상태창도 달려 있는데, 이건 가로 12cm 세로 1.5cm 정도입니다. 아무튼 뭐, 글만 쓰게 해준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한다면 괜찮은 크기일수도 있는데요(전 작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네요.
… 진지한 업무용 기기라기 보다는, 일종의 취미 가젯 취급을 받는 느낌.
먼저 가격이 비쌉니다. 정가는 599달러, 인디고고 초기 얼리버드 할인가는 269달러이고, 지금 선주문 받는 가격은 429달러(약 49만원)입니다. 두번째로, 이게 좀 뼈 때리는 지적인데요, 입력지연이 생깁니다. 편집하기는 당연히 불편하고, 손가락보다 화면이 느리게 반응하는 겁니다.
세번째는 인터넷으로 참고자료 찾으면서 글 쓰지 않는 방식은 구시대 작가나 쓰는 방법이라는, 프리라이터가 가진 개념 자체에 대한 지적인데, 이건 일단 무시하기로 하죠. 이런 생각하는 분들은 이 기기를 그냥 사면 안되는 사람이니까요. 거꾸로 집중해서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를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같은 주장도 가능합니다(…).
사실 작가들이 원하는 글쓰기 도구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뚜껑을 열고, 키보드에 손을 얹고, 새 파일을 선택하거나 필요한 파일을 불러온 다음, 그냥 쓰는 겁니다. 보통 글을 쓰는 상태에서 노트북 뚜껑을 덮고, 열어서 그냥 쓰기 시작합니다. 참고 자료가 필요할 경우엔 인터넷이나 문서 파일, 저 같은 경우엔 에버노트 등에서도 열어서 가끔 확인하고요.
제가 쓰는 카페 글쓰기 도구는, 2011년식 맥북 에어 11인치입니다. 아주 오래된 제품을 고쳐 쓰고 있습니다. 적당히 가볍고, 배터리는 3~4시간 정도 갑니다(새로 갈았습니다). 키감도 적당히 좋고, 화면은 안좋습니다(1366×768). 사실 이젠 가벼운 웹서핑 정도나 가능한 성능인데요. 다행히 그게, 글쓰기에는 적당히 좋습니다.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니 자꾸 딴 짓(…)을 하게 되고, 스마트폰은 글 전체 형태를 보기 어렵더라고요(이것도 프리라이터 단점입니다). 문장에만 집중하는 작가도 있겠지만, 저처럼 문단이나 전체 글 모양까지 보는 사람도 꽤 있어서. 이 정도에 만족한다면, 굳이 프리라이터를 탐낼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반응 속도 느린 건… 절대 못 참을 거에요.
개념은 괜찮았는데, 제대로 만들지 못했네요. 디자인은 참 예쁜데. 백라이트 없는 것도 괜찮은데, 이건 곤란하죠. 차라리 이런 개념을 가진, 옛날 워드프로세서 같은 흑백 액정 기기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저렴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