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서 조립 PC로 바꾸고 난 후 알게된 것들



다른 분들처럼, 저도 원래는 데스크탑 PC를 쓰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PC가 고장나면서 가지고 있던 노트북에 모니터를 연결해서 쓰게 됐고, 일체형 PC를 쓰다가 서피스 프로3로 넘어갔고, 서피스 프로3에서 LG 그램으로 넘어갔다가- 게임 등을 위해 한성 보스몬스터 PC를 산 게, 지난 4월 말입니다.

이제 6주 정도가 지났으니, 슬슬 알게된 장/단점을 정리하고 넘어가야죠?


조립 PC 사기 전에 몰랐던 것

사실 PC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립 PC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넘어간 게 한 10년 전이지만, 그때까진 웬만한 건 다 꿰고 있다고 여겼습니다-만, 새로 조립된 PC를 사니, 몇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동안 노트북 PC에선 ‘기본’이었던 것이, 여기서는 기본이 아니더군요.

예,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이야기입니다. 이게 들어간 메인보드도 있는데, 정말 전~혀 신경쓰지 못했네요. 당연히 될 줄 알고 있다가 안돼서 당황했습니다. PC에서 나는 ‘열’ 문제도 있습니다. 노트북 PC 쓸 때는 뜨거워져도 크게 신경 안썼는데, PC는… 처음 살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 여름이 되니… 덥습니다. 예전보다 덜한 듯 하기도 하지만, 역시 방안 온도가 몇 도 더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건, 소음. 이상하게, PC가 더 조용합니다. 정확하게는 더 조용한 게 아니라, 노트북처럼 눈 앞에 있지 않고 책상 밑에 넣어두니, 소리는 더 큰데 더 조용한 듯 느껴집니다. 아직은 노트북처럼 팬이 맹렬하게 돌아가는 것도 보지 못했고요. 게다가 SSD니… 요즘 조립PC, 이만하면 많이 조용해 졌습니다.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더 빠르다?


다음은 성능입니다. 사실 큰 기대 없었습니다. 게임할 때야 당연히 엄청나게 차이나지만, 제 평소 작업은 웹서핑, 그림 편집 정도가 전부라서- 작업 성능은 큰 차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다르네요. 윈도를 새로 깐 탓도 있지만(…), 기본 CPU 클럭수가 높으니, 웹서핑을 비롯해 그래픽 작업, 간단한 영상 작업 등이 빨라진 걸 느낍니다. 크롬탭 40~50개를 열어놔도 버벅이는 게 확 줄었어요. 물론 전 크롬이 아니라 크로니움 엣지를 씁니다만.

다른 벤치 마크 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관계로 오버 클럭을 전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AMD 라이젠 3500x PC + 지포스 GTS1660슈퍼 조합보다 좀 낮게 나옵니다. 제가 하는 게임은 다 잘 돌아가고, 어떤 건 4K로도 잘 돌아갑니다. 아, 근데 이상하게 ‘최고 성능’ 모드로 두지 않으면 블루 스크린이 뜨네요. 윈도 또 다시 깔아야 하나…







작업 연결성은 끊기다

LG 그램을 쓸 땐 참 간단했습니다. 작업하다가 나갈 일이 생기면, 노트북에서 모니터 케이블(USB-C to HDMI) 뽑고, 들고 나간 다음에 노트북을 열면, 작업하던 걸 그대로 연결해서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절전-켜짐-절전-켜짐의 반복이죠. 조립PC로 바꿨으니, 당연히 그게 안됩니다.

원드라이브에 자동 백업을 하게 뒀으니, 나간 다음 그램이나 아이패드에서 ‘불러와서’ 계속 작업할 수는 있습니다만- 예전에 필요한 문서만 USB 드라이브에 담아서 들고다니며 작업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됐습니다. 이건 각오는 했지만 막상 쓰려고보니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임 하는 시간도, 오프 모드로 지내는 시간도 늘어나다

이 컴퓨터는 게임하기에 좋습니다.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못돌리는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애당초 그러려고 산 거니까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PC로 게임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게다가 엑스박스 게임패스 + 에픽 스토어 무료 게임 러시 + 스팀에 그동안 쌓아둔 게임 조합이 겹쳐서… 코로나 19 기간을 별로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PC를 안 쓸 때는 꺼둡니다. 최고 성능 모드로 놓고 쓰는 데스크탑 PC는, 어쨌든 켜두기만 해도 전기를 먹으니까요. 그러다보니 PC를 끄고 켜기 전까지, 오프라인(?) 모드로 보내는 시간도 늘었습니다. PC 사용 중간에 텀이 생긴 건데요. 컴퓨터를 켜기 전에, 잠깐 잠깐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늘었습니다.

이런 걸 보니, 전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모니터 보면서 웹서핑하던 시간이 많았던 듯 합니다…





점점 고칠 수 있는 기기가 좋아진다

이제 PC나 노트북은 한번 사면 2~3년 쓰고 바꾸는 기기가 아닙니다. 2~3년에 한번씩 기기를 바꾸는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그램 이전에 잠깐 쓰던 노트북도 7년 넘게 쓴 게이밍 노트북이었고, 맥북 에어나 서피스 프로3도 지금 제 곁에서, 나름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제가 고칠 수 있는 기기가 좋아집니다. 간단한 부품 교환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말입니다. 대신 얇고 가볍고 뭐 여러가지를 포기하긴 해야합니다만- 쉽게 고장나는 기기를 보면서, 대체 이게 쓰라고 만든 건가하고 한숨을 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새로산 PC는 성능은 좋지만 분명 덥고(…여름이 걱정됩니다), 이사할 때 들고다니기 불편하지만, 아마 당분간 …은 계속 업그레이드 하면서, 제 곁에 있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이젠 큰 모니터로 작업하는 게 훨씬 좋아서, 작은 화면을 가진 기기로는 간단한 작업만 하게된 이유도 있고요.

이사를 자주 다니지 않거나, PC를 놓을 공간이 없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면, 이젠 PC도 (전기는 많이 먹지만) 다시 한번, 가정용으로 구입을 고려해 볼만한 대상이 된 듯 합니다. 물론 ‘가전제품’이러고 생각하면, 여전히 노트북 컴퓨터(+외장 모니터 조합)가 압도적으로 편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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