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몰아서 엔딩을 봤습니다. 사실 몰아서 한 것은 아니고, 올해 1월부터(…) 천천히 야금야금, 다른 게임도 하면서 끝을 봤네요. 했던 목적은 당연히 ‘빨리 비타 게임 다 플레이하고 다른 걸로 넘어가자!’였습니다만- 이게 이렇게 길 줄은 몰랐어요. 하루 한두 시간 정도 하는 게 전부인데, 게임 하나 당 이지 모드에서도 한달씩 걸렸다는.
가장 좋아하는 편은 역시 FC. 태어나서 처음 플레이 한 영웅전설 시리즈였는데, 나름 캐릭터 성격도 확실히 살아있고, 아기자기하게 재밌었습니다. 옛날 롤플레잉 게임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옛날 게임(2004)이었어요.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이런 거였다는 거죠.
그래도 지나가면서 NPC들 얘기 듣는 거도 재밌고, 에스텔의 밝고 요슈아의 침착한 성격도 마음에 들고, 그래서 재미있게 잘 즐기다가- 막판에 뒤통수 맞았네요. ‘속편 곧 발매!’ 뭐 이러면서 끝났다는.
2편은 1편과 똑같으면서도, 분위기가 좀 달라져 있습니다.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좀 쇄신시켜주긴 하지만, 무슨 한국 영화도 아니고 FC에선 웃겼다 SC에선 심각해- 이런 느낌이랄까요. 아, 그래도 이야기 스케일이 갑자기 확 커진 것을 빼면, 역시 재밌게 즐겼습니다.
… 요슈아 언제 돌아오는 거야! 하고 계속 기다렸다는. 그리고 이 게임 하고 나서야, FC가 퍼스트 챕터, SC가 세컨드 챕터(…)의 약자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연히 써드 챕터의 약자일 TC는, 앞서 플레이한 게임의 팬 디스크-라는 얘기는 듣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게 게임인지 에피소드 모음집인지 종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 일단 캐릭터가 엄청나게 많고, 그 캐릭터들의 뒷 이야기 듣는 게 사실상 메인 콘텐츠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좋았던 건, 이걸 하다보니 알았는데요, 1년 내내 계속 플레이하면서, 정이 들었더라고요. 얘가 좋아서 팬이 됐어! 뭐 이런 것이 아니라- 계속 하다보니 얘들한테 정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요. 아, 팬덤은 이래서 생기는 거구나-하고 깨달은 게임 플레이였습니다.
문제는… 진심으로 이걸 게임의 탈을 쓴 이야기 모음집이라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바람에, 마지막 장에서 보스들 잡을 때 완전 고생했다는. 별 생각 없이 강한 애 2+약한 애 2 이런 식으로 팀을 나눠서 보냈다가, 최종 보스에게 계속 끔살 당하면서 울었습니다. 결국 막판 보스는 못 잡고 유튜브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당연히 에스텔. 전투력은 좀 미묘하지만, 사실상 전체 등장 인물을 하나로 묶는 존재. 아마 원피스적인 의미로 가장 오래 살아남을 존재이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잊혀졌을 때가 그 사람의 죽음이라면, 에스텔을 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악당을 사랑(?)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리고 생각 못한 강자였던 대령님. 적으로 등장했을 때는 엄청 쎄다는 느낌은 적었는데, 아군으로 썼더니 정말 쎘던(…) 희한한 캐릭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런 캐릭터입니다. 비밀을 감추고 케세라세라~
게다가 취향도 같아요(…).
아무튼 참 오랜 시간이 걸린 대여정이 끝났습니다. 아니, 끝난 줄 알았는데… 이거 벽궤/영궤할 차례가 됐네요. 팔콤이란 회사, 참 질려요. 이건 일단 내년으로 넘길까 생각중입니다. 자기 전에 한 시간씩 했더니 눈이 나빠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거 그냥 노화라고 하시면 울어버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