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는 축하해 줄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한가지는 물론,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일. 또 한가지는... 지금 당신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일.
이제 더는 그런 생일 축하를 받는 걸 반가워할 나이가 아니라던가, 생일이 오는 게 싫다라는 사람이 있지만요. 그건 분명 뭔가 이상한 겁니다. 오히려 반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축하해줘야 할 일인 겁니다. 엄청 대단한 일이라구요.
23세의 생일보다, 46세의 생일인 쪽이 2배? 아니.. 그 이상으로 대단한 일이고 축하 받아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드라마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에서"
어머니가 니 생일이니 나에게 미역국을 사라-고 하셔서, 어머니 모시고 미역국을 먹으러 갔습니다. 간 김에 빙수도 먹고 빵도 먹고, 장도 보고 왔네요. 생각해 보니 지난 3년간, 따로 생일 파티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뭐 괜찮습니다. 제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응?).
사실 저 위의 대사를 인용한 지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때도 꽤나 나이 먹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앞에는 또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 있네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와, 저 사람, 진짜 강철 멘탈이었구나-하고요. 46세가 23세보다 두 배는 축하해 줄 일이라니. 누가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나이 들면 뭔가 의젓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흰머리가 난 아이인 기분입니다. 그래서 의젓한 척이라도 하기로 했습니다. 사건과 사고가 가득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면, 받아들여야죠. 뭐, 어쩔 수 없잖아요? 앞에 남은 것이 시들어 가는 일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예쁘게 나이 들고 싶으니까요.
... 비록 지금의 삶이, 최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일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혼자 전력질주 하는 것처럼 칭얼대는, 저란 사람 곁에 남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예쁘게 늙어가면 좋겠습니다. 부디 올 한해도, 여러분에게 즐거운 사건 사고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제 생일을 축하합니다(응?).
지금처럼 살거에요. 앞으로도.
*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여기에도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