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24, 애플은 AI를 쓰겠다고 발표했지만…


* 지난 6월 14일 KBS 1 라디오 ‘성기영의 경제쇼’에서 애기한 내용입니다. 주제는 WWDC 2024.

 

1. 지난 10일 애플이 연례개발자회의에서 생성형 AI를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주가가 치솟아 장중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를 꺾고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애플 인텔리전스(AI) 발표 직후에는 1.9% 정도 주가가 하락했는데요. 이후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이 기능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를 제외하면 새로 나올 신제품에만 쓸 수 있다. 그러니 이후 아이폰 판매량이 폭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후에, 정말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한때 220달러까지 오르면서, 잠깐이지만 애플 시가 총액이 MS의 시가 총액을 제치기도 했었고요. )

 

2. 그동안 애플이 AI 전략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WWDC에서 공개한 AI전략,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좋은 것 같아요? 애플이 공개한 AI 전략이 뭔가요?

애플 인텔리전스, 역시 약자로 AI인데요. 일종의 말장난이죠. 간단히 말하면, 애플이 애플 기기에서 쓸 수 있는 AI 기능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애플 기기에서 쓰는 인공지능은 애플 인텔리전스다-라는 거죠.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은 기기 통합입니다. 일단 외부적으로는 아이폰을 비롯해 맥북 같은 PC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 등 애플에서 파는 제품에서는 함께 쓸 수 있고요. 내부적으로, 특별한 앱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어디에서든 AI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가급적 외부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다 처리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고요.

 

3.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통화녹음이 부분인데요. 아이폰 출시한 이후 17년 만에 통화 녹음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요? 그 이유가 뭘까요?

통화했던 내용을 자동으로 녹취해서, 요약본을 만드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앱으로도 쓸 수 있고,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도 한데요. 이 기능이 꽤 인기 있는 AI 기능인데, 아이폰에서만 제공 못하면 뒤쳐진다 생각한 것이 아닐까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애플이 그동안 통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던 이유가, 미국법 때문이거든요. 연방법에서는 한국처럼 통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건 합법이라고 하는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십여 개 주에서는, 주법으로 통화 녹음 시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에선 이걸 하나하나 맞춰주기보단 그냥 통으로 통화 녹음이 안되게 막은 거였고요. 이번엔 반대로, 통화 녹음 시 무조건 상대방에게 알려주도록 바꾼 다음 기능을 넣은 겁니다.

 

 

4. 일각에선 이번에 발표한 애플의 AI전략에 혁신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던데요?

사실입니다. 이번에 애플이 제시한 많은 기능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쓸 수 있었거든요. 통화 내용을 요약한다거나, 사진에서 필요 없는 것을 지워준다거나, 자동으로 글을 작성해 주거나 톤을 바꿔준다거나, 사진으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준다거나 하는 건데요.

좋게 보면 기존에 쓰던 앱에 AI 기능을 통합해서, 자연스럽게 보다 쓰기 쉽게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아이폰에 내장된 AI 도우미인 SIRI가 어떻게 쓰일지 궁금한데요. 사용자의 위치나 사진, 문자 메시지, 이메일, 연락처 등을 사용해서 이용자 개개인을 파악, 답변을 해준다고 합니다.

이게 말처럼 잘되면 참 좋은 기능인데,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5. 그럼에도 주가가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시장 반응이 뜨거운 이유, 뭘까요?

아이폰 교체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애플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이폰인데요. 현재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3년~4년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습니다. 워낙 비싸니까 한번 사면 오래 쓰는 건데요. 회사 매출에 좋은 일은 아니죠.

이렇게 2-3년이 지났는데도 폰을 바꾸지 않은 사람들, 그러니까 아이폰 교체 대기 수요가 매년 2억대가 넘는다고 알려졌는데요. 만약 애플 인텔리전스를 신형 폰에서만 쓸 수 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시장에는, 그렇다면 아이폰 교체 수요가 커지지 않겠느냐, 이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이후, 빅테크들도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놀라울 만큼 반응이 없습니다. 사실 MS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애플보다 잘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그들은 위협할 만한 새로운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가 더 편해질 수는 있는데, 아이폰 사용자가 아닌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기능은 없거든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평소처럼 자기들이 하던 일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MS는 최근 코파일럿이란 자사 인공지능을 쓸 수 있는 컴퓨터 제품군을 내놔서, 그걸 더 많이 팔고 싶어 할 것 같고요. 구글에선 생성 AI 기능을 저가 노트북인 크롬북에서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소형 생성 AI 및 개방형 AI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요.

 

 

7. 애플의 AI폰의 출시는 언제 될까요?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15 프로에서만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이폰 16부터는 모두 쓸 수 있게 되겠죠?

일단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는데요. 상식적으로도 그래야 하고요. 개인적으론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애플이 일반 모델보다 프로 모델을 더 많이 팔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워낙 램 짠돌이라서요. 애플 인텔리전스를 쓰려면 램이 8GB는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이폰 일반 모델에서 램 6G를 제공한 것이 겨우 재작년 아이폰 14부터입니다.

아마 다음 달이나 다다음달부터 아이폰 16 생산이 시작될 텐데요. 애플이 인공지능에 진심이라면 일반 아이폰 16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쓸 수 있을 거고, 부가기능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번에도 아이폰 16 프로부터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루머로 흘러나온 정보를 보면 모든 아이폰 16 모델에서 AI를 쓸 수 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런데도 저는 도저히 확신할 수가 없네요.

* 애플에 대한 정보 누설로 유명한(?) 마크 그루먼이나 밍치 궈 등은, 모두 아이폰 16 전 모델에 같은 칩(A18)을 쓸 거라고 얘기하고는 있습니다.

 

8. 애플이 AI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경쟁도 본격화될 텐데요. 삼성이 타격을 받게 될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없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아이폰 쓰려다가 갤럭시 쓰는 사람이나, 반대로 갤럭시 쓰다가 아이폰 쓸 사람은 아직은 없다고 보셔도 되고요. 대신 이용자들이 신경 쓰고 있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공지능 유료화 문제인데요.

일단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무료라고 밝혔는데, 삼성은 갤럭시 AI 무료 제공 기한이 2025년까지라고 못을 박았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은 유료인 건가 아닌가 말이 많았는데, 지금 분위기면 삼성도 갤럭시 AI는 무료라고 못을 박을 때가 아닌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7월에 열릴 신형 갤럭시 폴드와 플립 발표회를 보면 알겠죠.

 

9. 앞으로 AI폰의 대결이 본격화된다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경쟁력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저희가 이 제품을 꼭 사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그런 것을 킬러앱이나 킬러기능, 뭐 이렇게 부르거든요? 그런데 스마트폰 AI에선, 그런 킬러 기능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아직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도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잘 찍히는 카메라, 더 가벼운 무게, 떨어뜨려도 안 깨지고 게임을 오래 해도 뜨거워지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지 AI가 아니긴 합니다.

지금 가장 잘 쓰는 AI 기능이라면 사진 수정일 텐데요. 지금은 여러 가지를 테스트해 보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켜가는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0. 여기서 잠깐, 소비자 입장에서 AI폰을 살펴보면요~ 꽤 편리한 것은 분명할 것 같은데요.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AI폰을 활용하면 무엇이 좋아지고~ 어떤 점이 우려되는지도 한번 짚어봤으면 하는데요?

우선 제가 항상 드리는 이야기는, “실현되지 않은 기능은 신경 쓰지 마라”입니다. 그러니까 뭔가를 사거나 그럴 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능이 앞으로는 들어올테니까 미리 사야지-하지는 마시란 겁니다. 그동안 기술 기업들이 말만 하고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 생각보다 되게 많거든요.

원하는 기능이 있으시면, 그게 작동되는 걸 보고 나서 사셔도 됩니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꼭 신경 쓰셔야 합니다. AI 시대는 아무래도 데이터로 굴러가기 때문에,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많은 정보를 가져가려고 하거든요.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쓰고 싶은 기능이 있으실 겁니다. 통화를 녹음한 다음에 녹취록을 자동으로 만들고 요약해 주는 그런 기능은 편하긴 하거든요. 그동안 찍은 수많은 사진 중에 언제 어디서 누구랑 사진 좀 보여줘-하면 그런 사진을 딱 뽑아서 보여주는 기능도 편하고요.

다시 말해 내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은 배워서 적극 이용하시면 좋고요. 그 와중에도 개인정보 달라고 하면 딱 필요한 만큼만 주시는 버릇을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스마트폰을 더 오래 쓰게 만드는 기능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11. 그동안 ‘AI 지각생’이라고 불렸던 애플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AI폰’ 경쟁과정에서 관점포인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애플은 이번에 두 가지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강점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개인정보보호 부분인데요. 이건 철저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처리했는데, 이게 아마 다른 빅테크 기업과 다른 점이겠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입니다. 원래 애플이 잘하던 거긴 한데, 이번에도 aI를 애플 기기에 깊숙이 집어넣었습니다. 다른 회사는 잘 못하는 건데요.

사실 이 모든 것이, 2011년에 SIRI라는 인공지능 도우미를 출시했을 때 이미 보여줬던 거였습니다. 약속은 거창하게 했는데 전혀 실현 못했죠. 그러다 다시 이번에 그런 꿈을 끄집어냈다, 고 보셔도 되고요. 이런 모델이 MS나 오픈 AI, 구글이 만들려는 여러 회사에서 쓸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과,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인공지능과 어떻게 경쟁할지 지켜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2011년 애플 SIRI 광고. 이제 와서 다시 보면 전형적인 과대광고입니다. 덕분에 애플은 아이폰4s 판매량을 끌어올렸지만, 전 눈앞에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일단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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