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벌써 22년이 지났네요. 처음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 2002년 7월에 처음 가봤으니, 진짜 시간이 빨리 흐릅니다. 슬퍼요. 그런 김에 오늘은, 그때 …는 아니고, 2003년 다녀왔던 아키하바라 이야기입니다. 사실 첫번째 여행에도 갔는데요. 이때 가서 디카를 샀습니다! 하는 바람에… 2002년에는 아키하바라 사진이 없어요. 밤도깨비 여행 첫날 가서, 카메라를 사고, 그 다음날부터 찍었거든요. 밤도깨비 여행인데 같은 곳을 두 번 갈리도 없고…
아무튼 그때 아키하바라는, 지금과는 좀 분위기가 다른, 그래도 전자상가 느낌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아키바하라 역에서 나올 때 찍은 사진. 이유야 당연히 1:1 크기 건담이 전시되어 있다는 광고 때문. 저때도 반다이가 건담 뮤지엄…을 만들어서, 열심히 건담을 팔던 때였나 봅니다. 1/1 사이즈 건담은, 상반신만 있었던 듯…
재미있는 것은, 일본 버블 시대를 증명하듯, 건담 위에 있는 저 스마트 워치입니다. 류퓨터라는 제품인데, 찾아보니 꽤 비싼(당시 돈 284달러부터 시작) 시계였는데요. 본인들 주장으론 무려 세계 최초의 손목형 컴퓨터였다는. 진짜 버블 시대가 아니면 만들 사람 없었을 제품…이긴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도 저 비슷한 손목형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긴 있는 거 보니… 수요가 있나요??
당시 어떤 제품이 팔리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건물 외벽 광고입니다. TV와 DVD, 동영상과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MD, 홈시어터…등을 판다고 되어 있네요. 여름이니 에어컨도 당연하고, 저기 이머신-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아이맥과 비슷한 일체형 윈도우 PC였습니다.
아키하바라 뒤쪽 골목에서는 온갖 정크 제품과 컴퓨터 부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좀 사라진 것 같은데… 아키하바라 스트립 같은 게임 속에 나오는, 그런 풍경입니다. 메이드복 입고 호객 행위 하는 분들도 안보이죠.
이건 진짜 살까말까 망설였던, 정크 노트북 컴퓨터들. 가격이 1만엔을 넘지 않습니다만- 당시에도 워낙 오래된 제품이었어요. 윈도가 아니라 DOS가 돌아가는 느낌(모름). 그래도 하나 사왔으면, 지금쯤… 이사하다 버리고 말았겠군요. 아하하하. 반면 USB 디스크…가, 64MB에(메가 바이트입니다) 3200엔에 팔리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분명 덥긴 더웠는데, 요즘은 더 더워졌다고 하죠… 그래도 물건 보는 재미에 시간이 훅 갔던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마찬가지. 특히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PC 부품 같은 것을 찾아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그런 제품들이 정말 많아서… 디카도 그렇게 MD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좋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건 애플 로고가 신기해서 고른 사진. 무려 빨간색입니다. 빨간색 애플 로고는 여기서 밖에 보지 못한 듯. 저 때도 중국 관광객이 많았나 봅니다. 중국어로 환영 인사가 적힌 면세점이 있었네요. 안 들어가서 뭐 파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요즘엔(코로나 이전) 아키하바라를 가도, 그냥 한 번 훅- 둘러보고 끝납니다. 취미 생활을 지원하는 거리로 바뀌었고, 외국인도 너무 많고, 호객 행위도 많아서요. 그래도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장소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하지만 다음에 갈 때도 들린다? 그거 모르겠네요. 올해 오사카 덴덴 타운을 가서 많이 실망해서요. 코로나가 지나고 나니, 취미 생활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가격이 올라갔더라고요(그래서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