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계를 차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세상 모든 시계에 만보기 기능이 들어가면 좋겠다 + 그게 스마트폰 건강 앱과 연동이 되면 좋겠다 + 저렴하면 좋겠다 + 시간이 자동으로 맞춰지면 좋겠다, 라고요. 히는 일이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 워치를 차는데, 배터리도 오래 가지 않고, 기능은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무겁고 그랬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은 샤오미 미밴드로 정착하긴 했지만, 이건 또 항상 화면이 켜져 있지 않고, 디자인이 예쁘진 않죠. 예전에는 기분에 따라 시계를 돌아가며 차는 맛이 있었는데, 스마트 워치 세상이 되면서 그 재미를 잃어버렸죠.
그런데, 드디어, 거의 10년 만에, 카시오에서 그런 시계를 내놨습니다. 카시오 WS-B1000 시리즈입니다. 전자 시계에 가격은 56달러, 배터리는 2년 가고, 시간은 스마트폰 앱 동기화를 통해 자동으로 맞춰집니다. 거기에 만보계 기능이 있어서, 걸은 수를 체크해서 건강앱과 연동할 수 있습니다. 오오, 정말 예전에 생각했던 기능이 다 들어가 있어요. 상상했던 그대로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네요.
다른 문제는 아니고... 안 예뻐요. 그냥 예전 카시오 전자 시계 느낌이면 참 좋을텐데, 얘는 사각형 디자인입니다. 사각형이어도 예쁘게 뽑히면 좋을텐데, 아니네요. 아하하. 물론 카시오에는 다른 제품도 많이 있습니다. 블루투스 지원하고, 디자인은 지샥이고, 당연히 만보기 기능도 들어가 있죠. 하지만 다들 100달러가 넘는다는. 전 시계를 워낙 험하게 다뤄서, 비싼 시계는 아예 안 사거든요.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앱. 기존 카시오 앱을 새로운 앱으로 바꿨는데, 뜬금없이 카시오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시계 기능 동기화도 하는 앱으로 변신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간단히 동기화하고 시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되길 바랬을 텐데요.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더 많은 기능 같은 걸 원하면 가민이나 애플워치로 갔을 거라고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 구입은 보류. 조금만 더 디자인을 다듬고, 앱을 유용하게 개편하면 참 좋을텐데요. 이럴 거면 그냥 샤오미 미밴드 계속 쓰는 것이 속 편하겠습니다. 아쉽지만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나 봅니다.
- 버지의 관련 기사 https://www.theverge.com/24206037/casio-ws-b1000-review-smartwatch-wearable
- 카시오 제품 페이지(한국, 11만원. 왜 56달러가 11만원이...) https://www.gcosmo.co.kr/goods/goods_view.php?goodsNo=1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