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성공한 제품은 없지만, 올해 들어 계속 나오고 있는 ‘스마트 인텔리전스’ 기기들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래빗 R1’이겠죠. 휴메인 AI 핀도 그렇고요. 이번엔 아예 목걸이형 기기가 나왔습니다. 프렌드-라고 합니다. 스피커와 마이크만 있어서, 그냥 우리가 말하면 듣고 대답하는 그런 기기입니다. 아, 처리는 스마트폰에서 이뤄지기에, 반드시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하고요. 이 제품은 ‘스마트 인텔리전스 액세서리’라고 불러야 겠군요. 가격은 선주문 기준 99달러.
다른 기기와 차이점이라면, 앞서 나온 두 기기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기기는 ‘감정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뭐랄까. 걸고 다니면서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챗GPT라고 해야 하나요. 심심하면 아무때나 전화할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존재를 상정한 것 같습니다만- 이게 정말 필요한가요? 음-
물론 우리가 점점 더 외로워지는 세상에 진입한 것은 맞습니다. 지구인 80억 명 중에 진짜 내 친구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죠. 점점 나이 들어가는 베이비붐 세대에 필요할 수도 있고,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장난을 칠 도구가 필요하거나요.
원래는 관심 없는 기기인데, 홍보 영상을 가만히 보다보니, 호시 신이치가 쓴 ‘요정 배급 회사’가 생각납니다. 외계에서 온 생물이,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찰떡 같이 비위를 맞추며 기분 좋은 말만 하고, 거기에 빠진 인간이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리씩 가지면서 세상이 변하는 걸 묘사한 단편이었죠.
그러니까 다시 보게 됩니다. 이런 기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도구’를 넘어선 ‘친구’라니, 좀 너무 나갔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업 모델도 확실하게 모르겠어요. 생성 AI를 쓰는 것 같은데, 이걸 아이폰(지금까진 아이폰 전용) 안에서만 처리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구독 모델처럼 계속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참 싫어하긴 하는데,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거라서, 한번 사면 땡-하거나, 무료로 평생 지원- 이렇게 할 수는 없거든요. 게다가 투자 받은 250만 달러 중에 Friend.com 도메인 구입에만 180만 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뭔가 어딘가에서 단단히 엇나가는 기분인데요.
아무래도, 당분간 생성 AI를 이용한 스마트 인텔리전스 기기 사업은 뜨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을 줬습니다. 안타깝게도요(새로운 카태고리의 기기가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프랜드 닷컴에서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