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언론 산업은 어떻게 빅테크 플랫폼의 수익을 가져올 것인가?

21세기 언론 산업은 어떻게 빅테크 플랫폼의 수익을 가져올 것인가?

매일 밤 별 쓴데 없는 것을 하나씩 고민하고는 합니다. 하나가 궁금해서 찾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탓입니다.

오늘 밤 제 관심을 뺏은 것은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새로 제안된 빅테크와 미디어 관련 규칙. 사실 호주는 가장 먼저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맞서 미디어에 댓가를 지불하라고 한 나라죠...

2021년, 호주는 News Media Bargaining Code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빅테크가 주장하는 '우리 때문에 니네가 관심 받으니, 우린 미디어에 돈 안줘도 된다'는 논리를 반박하고-

해당 플랫폼에 뉴스 기사 링크가 실린다면, 플랫폼이 미디어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하는 법률입니다. 방법은 미디어 기업과 플랫폼이 직접 협상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의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구글과 페이스북(메타)이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미디어 기업과 협상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을 냈고, 정부가 개입할 일은 없었습니다.

두 회사가 호주 미디어 30군데(90%)와 협상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약 1억 2,700만 달러(약 1824억원). 덕분에 호주 언론은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새로 기자를 고용하고, 지역 뉴스룸도 살았다고.

다만 여기에 데였는지, 이후 캐나다 등이 비슷한 법률을 도입하자, 아예 플랫폼에서 뉴스를 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리도 비슷하게, 뉴스 링크 등이 있으면 손해를 보고, 네이버 링크 붙였다가 계정이 막히고 뭐 그런 소동이 있었죠.

... 페이스북은 실수라지만, 의도가 굉장히 다분히 보였던 실수.

 

 

기존 호주 미디어 법률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대형 미디어는 큰 이익을 얻었지만, 디지털 매체나 작은 매체는 협상에서 배제된 겁니다. 거래를 통해 얼마를 받았는 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요.

간단히 말해, 법에 기반했지만 '책임성'과 '투명성'이 거세된 협상. 여기서도 보여지는 빈익빈 부익부. 플랫폼이 공공 미디어에 대해서 지원하는 일은 의지도 없고 생각도 없음.

그래서 이번엔 새롭게, 뉴스 협상 인센티브라는 것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호주 정보는 제대로 된 뉴스가 플랫폼에 실려야 사람들이 나쁜 정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2억 5천만 호주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에 대한 추가 세금이고(뉴스 게재 여부와 상관 없음, 다시 말해 틱톡 등도 포함), 미디어 기업에게 1달러를 지불하면 추가 세금이 1달러 이상 깍이는(...) 법입니다.

 

 

호주에서 플랫폼 하고 싶으면 미디어 기업에게 돈 내라는 거죠. 게다가 이 법은, 싫다고 아예 뉴스를 플랫폼에서 빼는 짓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부과되는 거고, 호주 미디어 기업과 거래하면 깍아주는 거니까요.

문제는 ... 앞서 말한 책임성과 투명성, 소규모 디지털 매체를 비롯해 공공 미디어에 대한 지원이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 미디어 업계 전체에는 좋지만 여전히 큰 기업에만 좋을 것 같다는 것. 그래도 뭐, 빅테크 플랫폼이 꽤 싫어하긴 할 법이라는 것.

이걸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시사인 같은 곳이 좀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쉽진 않겠네요.

일단 네이버는 전재료나 광고비 등을 이미 큰 회사에는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련 법률을 도입하면 환영할 겁니다. 구글, 메타, X, 틱톡 등만 해당되니까요. 여기까진 좋지만-

 

한국은 언론사가 너무 많아요. 네이버 주요 제휴 매체(콘텐츠 제휴)만 해도 85개, 기타 독립 매체(비메이저 네이버 제휴사)도 250~300개.

예를 들어 제가 자주 보는 시사인은 콘텐츠 제휴, BBC나 슬로우 뉴스는 뉴스 검색 제휴 상태입니다. 빅테크 플랫폼을 규제하긴 해야 하는데, 진짜 지저분한 온갖 매체들이 다 따라 붙을 것 같단 말이죠.

냉정하게 미디어 정기 구독자/방문자를 늘려서만 언론이 살아남는 건, 현재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시대, 언론사 트래픽을 좌우하는 건 플랫폼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럼 플랫폼이 받는 광고비를 일정부분 떼와 나눠 먹어야 하는데, 또 그걸 법으로 강제하니 큰 회사만 주로 살게 되고, 골고루 나누자니 별 뜨내기들이 다 달라붙는 시대가 만들어질 것 같단 말이죠

 

 

* 지금도 경성대미식축구부 월간용광로, 친박신당 같은(...) 비언론 매체 뉴스 제휴사가 꽤 있다고 합니다.

... 그리고 개인 미디어가 여기선 완벽하게 미디어 취급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뭐, 요즘 유튜브 극우 방송 보면 자업 자득이다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은데, 그건 하룻밤 고민으로 해결하지 못하겠네요.

핵심은, 빅테크에서 받는 광고비를 미디어로 일정 부분 떼와서 나눌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오늘의고민 #그만하자 #미디어 #페이스북 #구글 #결국남은건유튜브방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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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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