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가 어떻게 해야 오픈AI가 정신차릴까.

지브리가 어떻게 해야 오픈AI가 정신차릴까.

지브리가 어떻게 해야 오픈AI가 정신차릴까.

 

오픈AI가 새로 업데이트한 챗GPT4-o의 이미지 변환 기능을 이용해,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사진이 주목을 받으며 논란이 일었다. 사용자들은 본인의 사진을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변환하는 기능을 재미로 즐겼고, 인터넷은 순식간에 지브리풍 이미지로 넘쳐났다.

많은 이들이 별다른 의문 없이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흐 스타일’, ‘유화 필터’, ‘인상파 변환’과 같은 이미지 필터에 익숙해져 있다. 이번에도 단순한 스타일 변환 필터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브리 스타일이 이토록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단순하다. 우선 원본 사진에 기반해 변환되었기에 생성 AI 이미지 특유의 표현이 적었고, 지브리 스타일의 부드럽고 따뜻함 덕분에 과하지 않은 표현이 가능했다. 사용자가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낮고,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오픈AI가 사용한 방법을 고려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오픈AI는 지브리 제작 영상이나 이미지를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고,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찍어서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저런 자료를 스크랩하다가 지브리 이미지도 학습한 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 허락 없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스타일을 학습하고, 그걸 챗GPT에 대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했다. 양심도 없이.

어쩌다 그런 것도 아니다. 샘 올트먼은 또 ‘올트먼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과거 챗GPT를 제대로 된 안전성 검토 없이 출시했던 것처럼, AI 음성 모델에서 스칼렛 요한슨을 연상시키는 목소리를 사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타일을 이미지 생성 기능 홍보에 썼다.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태도다. 단순히 남의 것을 베껴 활용하는 차원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전혀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오픈 AI 뿐만 아니라, AI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진짜 묻고 싶다. AI 업계는 과연 아티스트를 존중하는가? 지브리풍 이미지가 퍼지자 일부 사용자들은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AI를 경멸하는데, 이래도 되나?”.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인데, 이에 대한 반응은... 아래 이미지였다.

챗GPT4-O를 활용해, 미야자키의 이미지를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조롱. 사실 이쪽 업계에서 흔히 보이는, 아주 흔하디 흔한 조롱.

스타일을 ‘훔쳐’ 쓰면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무시로 일관한다. “응~ 스타일에는 저작권 없어~”라고 대꾸하는 것은 차라리 양반일까. “어차피 직접 카피하는 것도 아닌데 문제 될 게 뭐냐”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정작 자사의 모델은 남이 베끼지 말라고 공격한다.

오픈AI가 지브리 스타일을 자랑한 것은 예술에 대한 존경이나 오마주가 아니다. 단순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 한순간 화제가 될 만한 기능을 내놓고, 반응이 식으면 쉽게 버린다. 창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니라, 소비되고 사라질 하나의 기능으로 취급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가 오픈AI가 그리고 있는 미래라면,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AI가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타인의 예술적 자산을 무단으로 차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AI 기술의 발전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다.

남이 지적한다면 뭐를 잘못했는지 돌아보고 대책을 찾는 것이 순리다. 오픈AI는 인공지능 성능을 자랑하기 전에, 그 성능이 왜 필요하고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먼저 되물어야 한다. 아니 그전에, 일을 할 땐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먼저 갖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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